야구
[마이데일리 = 윤세호 인턴기자] “페르난도를 불펜 대기시킬 생각이다. 지금 상황에선 불펜이 중요하기 때문에 선발보다는 불펜에 힘을 불어넣고 싶다.”
두산 김광수 감독대행은 6일 LG와의 경기를 앞두고 약 한 달 만에 1군 엔트리에 합류한 페르난도를 불펜요원으로 기용할 뜻을 밝혔다. 이어 김 감독대행은 “필승조라고 못 박을 수는 없지만 상황에 맞게 기용하겠다. 투구수는 30개에서 40개 사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대행의 인터뷰로부터 4시간 후. 두산은 선발 니퍼트의 7이닝 1실점 호투에 힘입어 3-1, 2점차로 LG에 리드했다. 하지만 위기는 니퍼트가 마운드를 내려온 직후 찾아왔다. 8회말 니퍼트의 뒤를 이어 등판한 이현승이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1사 1, 2루 위기에 빠진 것이다. 그리고 위기에서 페르난도가 마운드에 올랐다.
페르난도의 구원 등판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페르난도는 오직 직구 하나 만을 구사하면서 과감하게 LG 타선을 공략했다. 대타 박용택을 몸쪽 149km 직구로 2루 플라이, 다음 타자 조인성은 150km를 상회하는 직구로 중견수 플라이 처리했다.
이후 페르난도는 9회말에도 최고 구속 152km에 달하는 직구로 오지환과 이대형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택근을 2루수 플라이로 잡아내 1⅔이닝 세이브에 성공, 시즌 막바지 1군 무대 복귀를 인상적으로 장식했다.
지난 5월 한국 무대를 밟은 페르난도는 제구력 난조와 구위저하란 두 가지 난제에 직면했다. 데뷔전부터 사사구를 남발하면서 자멸했고 좀처럼 빼어난 구위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5월 27일. 페르난도는 1군 무대에서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2군으로 강등됐다.
당시 김경문 전 감독은 페르난도를 불펜으로 기용할 의사를 피력했었다. 하지만 이용찬-홍상삼-서동환으로 이뤄졌던 3, 4, 5 선발 중 이용찬만 선발 로테이션에서 살아남았고 페르난도 본인도 불펜보다는 선발을 원하면서 두산의 투수 운용도 무너지고 말았다.
2군 강등을 겪은 후 페르난도의 구위는 살아났지만 제구력 부분에선 여전히 선발 투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는 스타일도 아닐뿐더러 직구를 받쳐주는 슬라이더의 컨트롤 기복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물론 단순히 이날 단 하나의 세이브로 페르난도의 불펜 활약을 장담하기는 이르다.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지금의 두산 불펜은 시즌 초 구성했던 것과는 완벽하게 어긋났다는 것이다. 임태훈과 고창성이 이탈했고 정재훈이 어깨 부상에서 돌아왔지만 아직 100%의 컨디션이 아니다. 노경은과 김강률이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분투했지만 노경은은 잦은 등판으로 지쳤고 김강률은 1군 무대에 적응하는데 한계를 보였다.
김 감독대행이 선발보다는 불펜에 힘을 불어넣고 싶다고 한 것도 전반적으로 하락한 불펜진에 페르난도가 합류하여 새로운 힘이 되길 바란다는 뜻이다.
이날 팀의 리드를 지켜낸 페르난도는 “오랜만에 등판이라 걱정됐다. 특히 컨트롤이 걱정됐다. 그래서 오늘은 자신 있는 직구를 낮게 포수 사인대로 던지려고 노력했다”고 한국 무대 첫 세이브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페르난도가 이날처럼 150km를 상회하는 직구를 안정적으로만 구사한다면 분명 경쟁력이 있는 불펜요원이 될 것이다. 불펜투수는 소화해야하는 이닝도 적고 굳이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페르난도의 합류가 지친 불펜진의 체력회복을 유도할 수 있다.
경기 후 김 감독대행은 “페르난도가 마무리로 나와 힘 있는 투구로 상대 타선을 막아준 게 승리의 원인이었다. 페르난도의 호투로 페르난도가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게 됐고 페르난도 본인에게도 자신감이 생길 수 있는 기회라 본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올 시즌 페르난도의 영입이 성공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어디까지나 페르난도에게 기대했던 역할을 불펜요원이 아닌 탄탄한 선발투수였다. 사실 올해 두산은 페르난도 외에도 여러가지 악재가 겹쳤다. 그리고 어느덧 올 시즌도 겨우 26경기 만 남았다.
하지만 두산은 팀 전체적으로 시즌 끝까지 자존심을 지키며 끈질긴 승부를 펼칠 것을 다짐했다. 페르난도가 팀에서 부여한 마지막 기대에 부응하며 유종의 미를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산 페르난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세호 기자 drjose7@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