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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시청률과 작품성은 바닥이었지만 논란만큼은 엄청났던 KBS 월화 드라마 ‘스파이 명월’이 막을 내렸다. 5.2%라는 초라한 시청률로 6일 막을 내린 ‘스파이 명월’은 시청자들에게 드라마 내적인 화제보다는 여자 주연 한예슬이 촉발시킨 사건(?)으로 더 강렬하게 다가간다. 지난 8월15일 한예슬이 예정된 촬영을 일방적으로 거부한 채 미국행을 택해 방송이 되지 못하는 드라마 초유의 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일명 ‘한예슬사태’로 명명된 이 사건은 방송연예계의 고질적인 두 가지 병폐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켰다. 오늘 찍어 오늘 내보내는 생방송 드라마라는 오명을 낳은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과 스타의 권력화의 병폐가 바로 그것이다.
한예슬은 열악한 드라마 드라마 제작환경을 꼽으며 촬영거부를 했다. 촬영을 일방적으로 거부한 한예슬이 다시 귀국하면서 “제 상황이 얼마나 어렵고 열악한지 모든 국민이 알아주셨으면 했다. 저 같은 희생자가 다시는 생기면 안 된다고 굳게 믿는다”며 한예슬은 자신이 옳은 일을 했노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쪽대본' '생방송 드라마' '당일치기 제작'은 한예슬이 적시한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 역사가 60년이 되가는 2011년 오늘의 상황은 드라마를 생방송으로 내보내던 초창기와 거의 다를 바 없다. 방송사나 제작사는 드라마 제작 환경을 개선하기는커녕 점점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작가의 쪽대본은 홍수를 이루고 연기자의 살인적인 촬영이 강행되며 스태프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 속에서 연기자나 스태프들의 사고와 부상이 속출하고 드라마 결방등 방송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제작 환경 속에서 한예슬 사태는 예견된 것이었고 이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2의 한예슬은 양산될 것이다.
하지만 개선의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예슬이 한바탕 논란을 일으켰는데도 6일 방송할 ‘스파이 명월’은 방송 당일인 6일 오후 늦게까지 촬영하고 있었다.
한예슬 사태는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 뿐만 아니라 한예슬이 온몸으로 보여준 스타권력화의 병폐도 드러냈다. 한예슬이 옳은 일을 했다며 눈물로 호소하는 순간을 상당수 스태프들은 씁쓸한 냉소를 지켜봤다. 한예슬 사태가 터지면서 스태프와 동료 연기자들 명의의 ‘한예슬 사건의 전모’라는 성명서가 발표됐다. 이 성명서는 한예슬이 ‘스파이 명월’에서 보여준 스타 권력화의 문제를 상세하게 적시하고 있다. 그리고 한예슬의 촬영거부 직후 가진 KBS 드라마 제작진의 기자회견에서도 한예슬이라는 스타가 드러낸 스타 권력화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스타 권력화의 폐해와 스타 독식 구조의 병폐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스태프나 다른 연기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거액의 스타 몸값, 스타 위주 촬영 스케줄 요구, 스타의 극본 및 캐릭터 변경 요구와 연출에 대한 과도한 간섭, 연기자 캐스팅에 대한 무리한 영향력 행사, 스타의 불성실한 연기 등이다. ‘스파이 명월’에서 한예슬이 보여준 스타 권력화 문제 역시 드라마 제작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막을 내린 ‘스파이 명월’의 여자 주연 한예슬이 일으킨 드라마 사상 초유의 사태는 이처럼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과 스타 권력화의 병폐를 개선해야한다는 유의미한 두가지 과제를 다시 한번 인식하게 만들었다.
['스파이 명월'에서 촬영거부로 드라마 결방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일으킨 한예슬.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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