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세호 인턴기자] “시즌 전 개인 타이틀 욕심이 있었는데 설마 그게 최다 병살타가 될지는 몰랐다. 불명예지만 그동안 열심히 프로에서 뛰었다는 증표라 생각하고 싶다.”
롯데 홍성흔이 8일 SK를 상대로 1회초 병살타를 기록하며 7경기 연속 병살타 행진(?)을 이어갔다. 이로써 홍성흔은 통산 최다 연속경기 병살타 신기록을 세웠고 통산 병살타 174개로 이 부분 선두에도 올랐다.
병살타는 공격에 임하는 팀에는 찬스에서 찬물을 끼얹는 역효과를, 수비에 임하는 팀에는 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용을 한다.
병살타를 친 타자는 루상의 주자를 죽이는 것과 동시에 단 3개 밖에 없는 아웃카운트 중 2개를 혼자 소비해버린다. 때문에 ‘한 경기 병살타 3개가 나오는 팀은 이길 수 없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역으로 수비, 특히 땅볼을 유도한 투수와 병살타를 연결시킨 내야수들에게는 병살타만큼 희열을 느끼게 하는 게 없다. 투수 입장에서 병살타는 자신의 공이 상대 타자를 압도했다는 뜻이고 내야수들의 입장에선 민첩성과 더불어 서로의 호흡이 맞아 돌아간다는 증거다.
야구에서는 병살타 하나로 경기의 흐름이 순식간에 뒤바뀌곤 한다. 그래서 수많은 투수들이 병살타를 유도하는 데 적합한 투심 패스트볼이나 싱킹 패스트볼을 부단히 연마하며 내야수들은 틈틈이 서로의 호흡을 점검한다. 결국 병살타는 공격 입장에서는 최악의 결과를, 수비 입장에서는 최대의 효율을 의미한다.
하지만 통산 최다 병살타 부분에 올라있는 선수들의 이름을 보면 병살타가 결코 ‘불명예’의 상징이라고만 보기 힘들다.
홍성흔, 안경현, 김동주, 양준혁, 마해영, 김한수, 박재홍, 정성훈, 김민재, 장성호. 마치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나열한 듯 보이는 이 명단의 실상은 프로야구 통산 최다 병살타 10위권에 자리한 선수들의 이름이다.
이는 13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의 경우를 봐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 통산 병살타 1위는 병살타 350개를 기록한 2,632경기 연속 출장의 ‘철인’ 칼 립켄 주니어이며 2위는 골든글러브 13회 수상에 빛나는 이반 로드리게스, 3위는 통산 755홈런의 ‘진정한 홈런왕’ 행크 아론이다.
이들의 특징을 찾아보면 대부분 찬스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타격에 임하고, 타점 능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인지한 감독 및 코치도 이들에게는 좀처럼 번트 사인을 내지 않으며, 수비에서 출중한 능력을 발휘해 그만큼 많은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 모두 철저한 자기 관리 하에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갔거나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결국 병살타를 많이 기록한 선수들은 병살타의 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순간을 타점, 홈런, 호수비 등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고, 누구보다 긴 시간을 야구에 충실했다. 통산 최다 병살타의 의미는 한 순간의 불명예가 하나하나 누적되어 명예의 증표로 그 색을 달리하는 데에 있는 게 아닐까.
[롯데 홍성흔.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세호 기자 drjose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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