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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함상범 기자] “자극적인 심사평이나 독설이 없으니까 프로그램이 인기를 못 끄는 것 같아요.”
시청률 5% 언저리의 SBS ‘기적의 오디션’ 관계자의 전언이다. M.net ‘슈퍼스타K’ 당시 심사위원 이승철로 인해 촉발된 독설 심사평은 대중들을 불편하게 하는 듯 했으나 이후 무수히 늘어난 오디션 프로그램 속에서 ‘독설’은 없어서는 안 될 하나의 재미로 다가오고 있다.
어느 조직에서든 악역이 존재하듯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악역을 맡은 ‘독설가’들과 그들의 ‘독설’을 모아봤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다 – 곽경택 감독
그야말로 훈훈함과 감동만이 가득했던 ‘기적’이라는 호수에 곽경택 감독이 돌을 던졌다. 지난달 19일 방송된 ‘기적’에서 인자한 선생님 이미지를 구축했던 곽 감독은 호랑이로 돌변했다. 도전자들이 출연하는 영화 ‘미운 오리새끼’ 촬영 중 제자들이 대사를 제대로 외워오지 않는 등 부족한 모습을 보이자 곽 감독은 본색을 드러냈다.
곽 감독은 박혜선에게 “대사를 왜 이렇게 맛 없게 치냐”, “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섹시하지 않다는 거다. 여배우가 섹시하지 않으면 그건 끝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6명의 학생들을 모아놓고 “SBS와 상의를 해서 영화를 안 찍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너희들 데리고 무조건 이 작품 찍는 게 아냐”라며 “모두 1등을 줄 수 없잖아. 그러면 1등 못 된 사람도 살아남아야 할 것 아냐. 작품 안 하면 어떻게 살아남아. 대충 TV 출연해서 얼굴도 팔려 있고, 사람들이 알아봐주면 좋아하고, 기분은 들떠있는데 프로그램 끝나고 나서 그냥 한 번 나왔다는 추억거리로 삼을래?”라고 호통을 쳤다.
이는 다음 날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는 등 숱한 화제를 낳았으며 급기야 곽 감독은 영화 ‘통증’ 기자간담회에서 “좋은 말도 많이 했었다”며 해명하기도 했다.
독침 같은 독설 4방, 단숨에 독설가로 등극한 박완규
과거 서태지에게 “라이브로 붙어보자”고 하거나, 선배 윤종신에게 “노래는 안하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있고 낙지 잡고 있더라”고 말하는 등 독설가의 지름길을 걸었던 박완규는 대중들과 멀어지면서 스포트라이트의 뒤안길로 사라졌었다.
그러나 박완규의 독설가 면모는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지난 3월 4일 방송된 MBC ‘위대한 탄생’에서 박완규는 혼이 담긴 독설 4방을 선보이며 단숨에 독설가로 우뚝 섰다.
그는 손진영에게 “왜 그렇게 슬프게 부르냐. 너무 슬퍼서 몸서리가 쳐져”라고 평했고 이태권에게는 “노래 부를 때 계속 움직여야 하나”라고 버릇을 지적하는 한편 “성량 좋은 사람이 왜 이렇게 발음이 안 좋나”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또 양정모에 긴 한숨을 내쉬고는 “정모씨는 지금 평가가 안돼. 왜 이렇게 겉멋이 들었어. 당신은 지금 노래를 부른 게 아니라 소리만 지른 것”이라는 희대의 독설을 던졌다. ‘위탄’ 우승자 백청강에게는 “초등학생이 성인 노래를 부른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독설가로서 위용을 떨쳤던 박완규는 최근 KBS 2TV ‘남자의 자격-청춘합창단’의 심사위원으로 초빙돼 독설보다 훈훈한 심사평을 보여 대중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남은 건 이승철 뿐 – 방시혁
방시혁은 MBC ‘위대한 탄생’ 시작과 동시에 혜성처럼 나타나 이승철의 자리를 위협했다.
그의 독설을 나열하면 “상업음악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상업음악을 하는 사람보다 못하면서 비난하더라”, “랩을 들어보면 기성 한국 래퍼들과 비교할 때 많이 떨어진다. 이 정도로는 명함 못 내민다”, “외모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한국에 가면 100배는 잘하는 또래 친구들이 있다”, “이건 노래가 아니라 모창인 것 같다” 등 숨이 찰 정도다.
방시혁의 독설은 멘티였던 이미소 때 극에 달했다. 이미소가 춤 연습을 하던 중 안무가 틀려 웃음을 지어보이자 방시혁은 득달같이 달려들며 “안무를 틀려도 웃으면 안된다. 그 상황이 웃기냐”며 “연습생도 연습실에서 하던 그대로 무대에서 한다. 연습을 진지하게 해라. 네가 떨어지든 말든 나는 상관없다”고 거침없이 내뱉었고 결국 이미소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시혁은 독설을 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그는 “오디션 참가자들은 너무 절박하다. 엘리트들은 이미 기획사 연습생으로 뽑혀갔다. 도전자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마지막이고 여기서 떨어지면 더 이상 돌아갈 길이 없기 때문에 독설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그동안의 독설이 애정 어린 독설이었음을 밝혔다.
‘독설가’ 이승철
함상범 기자 kcabu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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