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나는 가수다'가 3월 6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약 6개월간의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나는 가수다'는 찬사와 비난을 오가며 한국 예능 프로그램 사상 가장 심한 격동기를 겪었다. 추석을 맞아 '나는 가수다'의 지난 6개월을 돌아본다.
▲ 3월
'나는 가수다' 제작 소식이 들렸다. 연출자는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주는 프로그램을 다수 연출한 '쌀집 아저씨' 김영희 PD였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최고의 가수들을 잔인한 서바이벌 무대에 세운다며 비난이 쏟아졌다. 모두가 실패를 예상했다.
그러나 첫 방송 이후 여론은 180도 뒤바뀌었다. 아이돌이 잠식한 음악 프로그램에 질린 대중에게 '나는 가수다'는 오아시스였다. "내 귀가 정화됐다"는 한 네티즌의 글은 '나는 가수다'가 얼마나 신선한 충격을 줬는지를 입증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 열풍은 2주일 만에 무너졌다. 첫 번째 탈락자가 나오는 3월 20일 경연에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탈락자는 취소됐다. 김건모가 '립스틱 짙게 바르고'로 투표 결과 7위였지만 제작진과 출연진이 모두 예상치 못한 결과에 놀랐고, 혼란스러운 상황서 김건모에게 재도전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방송 후 핵폭탄급 비난이 쏟아졌다. 시청자들은 탈락자가 누가 될 지에 온통 집중했는데, 탈락자를 취소시켜 결과적으로 시청자와의 약속을 어긴 셈이 됐다. 비난은 수그러들 기미가 안보였다. 결국 MBC는 3월 23일 규칙 변경의 책임을 물어 수장 김영희 PD를 신정수 PD로 교체했다. 이어 다음날 논란의 중심 김건모도 자진 하차를 발표해 충격이 연타석으로 이어졌다.
▲ 4월
'나는 가수다'가 한달 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렸다. 새 수장 신정수 PD는 4월 29일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새 '나는 가수다'의 각오를 밝히고, 기존 룰을 부분 수정해 발표했다. 이 때 당초 한 번 경연으로 탈락자가 결정되는 방식에서 3주간 두 차례 경연을 펼쳐 그 결과를 합산해 탈락자를 결정하기로 룰을 변경했다. 가수들의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이었다. 또 청중평가단 1명 1표에서 1명 3표로 바꿔, 선택의 폭을 넓혔다.
▲ 5월
'나는 가수다'가 새롭게 출발했다. 3월 경연 출연 가수들 중 탈락한 정엽, 자진하차한 김건모, 음반 활동으로 하차를 결정한 백지영 대신 김연우, BMK, 임재범이 포함됐다. 5월 1일 선호도 조사에서 '너를 위해'를 부른 임재범이 1위를 차지했다. 그간 방송 활동이 거의 없다시피 한 임재범이 '나는 가수다'에서 엄청난 카리스마를 보였고, 청중평가단과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이어진 두 차례 경연서 임재범의 돌풍은 계속됐다. '록앤롤 대디'란 호칭도 얻었다. 그러나 임재범은 맹장 수술로 불가피하게 하차를 결정했다. 경연 결과 탈락자는 김연우였다.
5월 29일, JK김동욱과 옥주현이 임재범과 김연우의 뒤를 이어 투입됐다. 옥주현의 투입은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아이돌인 걸그룹 핑클 출신이란 점과 그 동안 옥주현이 여러 사건으로 비호감 이미지가 강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옥주현은 첫 출연에 이승환의 '천 일 동안'을 불러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옥주현의 가창력은 청중평가단을 사로 잡았지만, 안티팬들을 더욱 자극시키는 계기가 됐다.
앞서 5월 27일 '나는 가수다'가 또 다른 논란에 휩싸였다. 5월 23일 녹화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옥주현과 이소라의 불화설, 임재범 난동설 등 루머가 확산됐다. 이에 제작진은 "황당한 루머들이 사실인 양 퍼져나간다"며 긴급히 진화에 나섰다.
'나는 가수다' 원년 멤버이자 MC였던 이소라가 탈락해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또한 JK김동욱과 옥주현이 녹화 당시 노래를 두 번 불러 또 논란이 일었다. JK김동욱은 노래 가사를 잊어 다시 불렀고, 옥주현은 음향 사고 때문이었다. 이에 JK김동욱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해 자진 하차를 결정했다. 이 때까지 '나는 가수다'는 방송 시작 이후 단 한차례도 탈락자만 나온 경우가 없었다. 여러 이유로 탈락자와 함께 자진 하차 가수가 발생했다.
6월 19일, 탈락한 이소라와 자진 하차한 JK김동욱 대신 조관우와 장혜진이 투입됐다. 1차 경연 결과 처음으로 공동 6위가 발생했다. 김범수와 조관우였다. 하지만 1위부터 6위까지 득표율 차이가 10%를 넘지 못해 박빙의 승부였다.
▲ 7월
6월에 있었던 1차 경연에서 1위를 차지했던 BMK가 7월 3일 2차 경연 7위에 그쳤다. 결국 1위를 하고도 탈락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BMK는 2차 경연 직전 매시 래리와 결혼식을 올린 뒤였고, 신혼의 단꿈에도 '나는 가수다'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열정을 보여 하차도 행복한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
7월 10일, 처음으로 하차 가수 없이 탈락자 한 명만 나온 가운데, 원조 R&B 가수 솔리드 출신 김조한이 합류했다. 김조한은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I Believe)'로 첫 출연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이효리의 '유 고 걸', 카라의 '미스터'에 도전한 옥주현과 장혜진은 너무 과했다는 평가 속에 각각 6위와 7위에 그쳤다.
7월 24일, 장헤진이 바이브의 '술이야'로 원래의 색깔을 되찾고 2차 경연 2위를 기록했다. 1차 경연 1위였던 김조한은 박진영의 '허니'를 불렀지만 6위에 그치며 주춤했다. 탈락자는 출연 이후 안티팬들의 공격에 끊임 없이 시달렸던 옥주현이었다. 옥주현은 비록 탈락했지만, 핑클 이후 뮤지컬 무대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나는 가수다'를 통해 가수로서 제 2의 도약을 준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7월 31일, 자우림이 투입됐고, 새 가수의 1차 경연 선전이란 분위기를 이어갔다. 자우림은 송창식의 '고래사냥'으로 1위를 차지했다. 윤도현의 YB와 다른 색깔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 8월
8월 14일, 1차 경연서 7위에 그쳤던 윤도현이 위기에 몰렸는데, 결국 2차 경연 4위로 종합 7위를 기록해 반전에 실패했다. 이에 명예 졸업도 취소됐다. 김범수와 박정현만이 명예 졸업하게 됐지만 윤도현의 '나는 가수다'에 쏟은 공로를 인정해 다른 가수들과 모든 시청자들이 박수를 보냈다.
8월 21일, 김범수, 박정현, 윤도현 등 동시에 3명의 가수가 하차했고 바비킴, 윤민수, 인순이 등이 새로 등장했다. 출연진이 대폭 변경돼 경연이 아닌 선호도 조사로 진행됐으며, '국민 디바' 인순이가 '아버지'를 불러 청중평가단의 감동을 이끌어냈다. 김범수와 박정현은 '사랑보다 깊은 상처' 듀엣 무대로 명예 졸업을 기념했다.
조관우의 부진은 계속됐다. 조관우는 첫 투입 이후 한 차례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고, 매번 아슬아슬한 순위로 탈락 위기에 몰렸다. 급기야 8월 28일 1차 경연에서 임재범의 '그대는 어디에'를 불렀지만 7위에 그쳐 탈락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 9월
9월 11일, 위기에 몰렸던 조관우가 댄스를 시도했다. 댄스와는 거리가 멀었던 조관우는 김현철의 '달의 몰락'을 부르며 1절은 기존 스타일로 소화했고, 2절은 디스코풍으로 바꿔 댄스를 곁들였다. 다른 가수들과 비교했을 때 댄스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가벼운 몸 동작 수준이었지만, 그의 변화와 도전에 관객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매니저 김신영은 관객들의 기립박수에 그간의 마음 고생이 떠올라 눈물 쏟았다. 하지만 탈락자는 김조한으로 결정됐다. 아이러니하게 김조한은 마지막 노래로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을 불렀다.
이외에도 '나는 가수다'는 스포일러 논란, 호주 공연, 트로트 가수 특집 등 끊임 없이 이슈를 만들어냈고 시청자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약 6개월간 '나는 가수다'는 아이돌 위주의 가요계를 재편하며, 가창력 뛰어난 기성 가수들을 재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평가 속에 앞으로도 '나는 가수다'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과 찬사를 한 몸에 받은 프로그램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나는 가수다' 원년 멤버-신정수 PD와 김영희 PD-박정현, 김범수, 윤도현, 이소라, 김연우, 임재범, BMK, 옥주현, JK김동욱, 조관우, 장혜진, 김조한, 김윤아, 바비킴, 인순이, 윤민수(위부터).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