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만약 박희수마저 없었다면 어땠을까.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지난 몇 년간 마운드 왕국으로 호령했다. 그 중에서도 '벌떼 마운드'로 불린 불펜진을 4년간 3차례 우승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올시즌들어 SK 불펜진은 예년에 비해 위압감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시즌 중후반부터는 그동안 SK 불펜을 이끌었던 주축 투수들이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SK 불펜진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2.81로 8개 구단 중 LG(2.59)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2군 투수였던 박희수의 맹활약이 있다.
2006년 SK에 입단한 박희수는 상무에서 제대한 지난해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상무 입대 전까지는 단 5경기 출장이 전부였다. 14경기에 출장한 지난해에도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4.58을 기록했으며 WHIP(이닝당 출루허용수) 1.70에서 보듯 상대 타자를 압도하지 못했다.
올시즌에는 다르다. 시즌 중반부터 1군 무대에 합류한 박희수는 점차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묵묵히 자신의 공을 던지는 사이 그의 비중도 늘어갔다. 특히 정우람, 송은범, 전병두, 정대현 등이 정상가동되지 않는 사이 어느덧 박희수는 SK 불펜 에이스로 거듭났다.
그의 성적이 이를 대변한다. 12일 현재 박희수는 3승 1패 5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22를 기록하고 있다. WHIP은 0.99 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와 비교해 일취월장한 성적이다. 이만수 감독대행 역시 현재 가장 믿고있는 불펜투수로 박희수를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해와 가장 다른 점은 공에 힘이 붙었다는 점이다. 박희수의 직구는 140km 초중반대에 형성되지만 타자가 느끼는 체감속도는 다른 투수들의 그것과 다르다. 모습을 드러낸 초기에 상대 타자들은 그의 공을 상대해본 뒤 박희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경우가 많았다. 29살 무명선수의 공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위력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연일 어려운 경기를 펼치고 있지만 SK가 승수를 추가할 수 있었던 것에는 박희수가 있었다. 최근 박희수는 5경기 중 4경기에 2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그 중 2경기는 2⅔이닝이었다. 중간계투로는 결코 적지 않은 이닝수다.
그는 체력적인 부분에 대해 "시즌 중반에 1군에 합류한 관계로 아직까지는 힘들지 않다"고 밝혔다. 또 최근 불펜 주축투수로 활약하고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아직까지는 반짝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축 투수라는 생각은 전혀 못하고 있다. 내보내주시면 그저 열심히 던질 뿐이다"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박희수의 올시즌 목표는 '시즌 끝까지 지치지 않는 것'이다. 그는 "아직 순위 싸움이 끝난 것이 아니다. 최대한 좋은 순위를 올릴 수 있도록 시즌 끝까지 지치지 않고 던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좋아서 하는 야구인데 1군에서 하니까 훨씬 더 즐겁더라고요"라고 말하는 박희수의 초심이 유지된다면 시즌 끝까지 지치지 않겠다는 그의 목표도 어느 순간 현실이 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SK 불펜 에이스로 거듭난 박희수(오른쪽)]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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