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하진 기자] 한 선수가 한 팀에, 그것도 18년 동안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꾸준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영원한 캡틴' 이숭용이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2000경기 달성은 은퇴식 전에 이루어졌다. 16일 목동 두산전에서 '이숭용을 오늘은 내보낼 것인가'라는 말에 김시진 감독은 "필요할 때 내보낼 생각이다. 은퇴 경기날은 선발로 보낼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날 이숭용은 8회초 박병호 대신 1루수로 교체 출전하며 2000경기를 채웠다.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소속팀 김동수 코치가 2008년에 세웠던 최고령 2000경기 출장 기록을 경신하며 대기록을 세웠다.
소감으로 이숭용은 "무거운 짐 하나를 내려놓은 기분이다"라며 자신의 심경을 표하며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성원을 해준 팬들에게 고맙다"면서 스스로 자신을 '조연'으로 칭했다. 다음날 넥센 관계자도 "이숭용이 울컥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찡하더라"고 전했다.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이러한데 본인은 오죽했을까.
드디어 18일, 선수생활을 마무리 짓는 날이 다가왔다. 선발 투수는 팀의 문성현, 상대 선발은 넥센에 함께 몸담았던 장원삼이었다. 팀의 선배를 위해 승리를 안겨야하는 문성현과 친정팀 선배의 은퇴식 날 상대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게 된 장원삼 모두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이날 7번타자 겸 1루수로 34일만에 선발 출장한 이숭용은 첫 타석에서는 유격수 플라이, 두번째 타석에서는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경기 전 안타 하나 치는 것이 소망이었지만 아쉽게 그 소원은 불발됐다.
하지만 5회 클리닝타임 때 가진 은퇴식에서 이숭용은 1루, 2루, 3루를 차례로 밟으며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홈을 밟았다. 홈으로 가는 동안 초등학교 은사 이종원 감독, 절친 만화가 박광수 씨, 94년 태평양 입단 후 같은 유니폼을 입은 김시진 넥센 감독을 차례로 만났다.
'캡틴, 오마이 캡틴(Captain, oh my captain)'이라고 쓰여진 티셔츠를 입은 후배들의 헹가레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난 이숭용은 후배들에게 승리라는 선물도 함께 받았다. 그동안 열세를 보였던 삼성을 상대로 끌어낸 승리였기에 더욱 뜻 깊었다.
1994년 경희대를 졸업하고 태평양에 입단했던 이숭용은 현대를 거쳐 넥센까지 이적 없이 '한 팀에서만 활약한 유일한 선수'였다. 트레이드 제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이 좋다는 그 이유만으로 꾸준히 한 팀에서 의리를 지켰다. 골든글러브 한번 받지 못했다며 자신을 '조연'이라고 지칭했지만 '캡틴'이라는 별명이 항상 따라붙을 만큼 그 누구보다도 '주연'급 역할을 했다. 그가 18년 동안 쌓은 기록은 타율 .291, 1727안타 162홈런 857타점.
가는 사람이 있으면 오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비록 '선수' 이숭용은 떠나게 됐지만 이제 '지도자' 이숭용이 그라운드로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이숭용이 제 2의 야구인생에서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또다른 소망을 이룰 수 있을 지 앞날에 기대가 모아진다.
[넥센 이숭용.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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