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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선애 기자]요즘 방송프로그램에선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을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이 출연해 프로그램을 이끌고 화제를 만들어낸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 속에 일반인 출연자의 놀라운 실력과 드라마틱한 사연이 주목받기도 하고, 연예인 뺨치는 외모가 관심을 모으기도 한다.
일반인이 방송에 출연해 화제를 얻으면, 그 화제성의 정도는 연예인의 그 것보다 더 높을 때가 많다. 일단 해당 일반인이 누구인지 모르니 대중은 더 큰 호기심을 나타내고, 이는 더 큰 관심으로 이어져 일반인이면서도 하루 아침에 톱스타 급의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할 정도의 화제를 모아도, 일반인은 결국 연예인이 아니다. 물론 나중엔 연예인이 될 수도 있으나 일단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그러다보니 그들은 대중의 뜨거운 관심이나 질타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 한다. 크게 상처받고 아파할 수 밖에 없다.
일반인을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들은 항상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들이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란 것, TV 속에 비쳐지는 자신들의 이미지가 실제와 다르거나 혹여 실제라도 나쁘게 보여질 경우,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
이번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3(이하 슈스케3)' TOP10 합숙소를 무단 이탈한 예리밴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리밴드의 리더 한승오는 “저희가 노력한 만큼 멋지게 방송이 나가고 있으리라는 기대는 곧 처참한 실망과 좌절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40세의 늙은 나이로 다른 경연자들을 윽박지르며 그 누구와도 협력하지 않고 자신의 욕심만 차리는 인간 말종이 되어있었고 저희 밴드는 울랄라 세션에 붙어 기생하는 거지같은 팀이 되어있었습니다”라며 “헤이즈의 의견을 묵살하고 독단적으로 묘사 되는 장면에선 정말이지 억울하고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슈스케는 '악마의 편집', '막장방송'이라는 수식어들을 본인들 스스로 훈장처럼 달고 다니며 유전자 조작 보다도 더 정교한 영상조작기술을 뽐내며 '조작'을 '편집기술'로 미화하고 있습니다”라고 성토했다.
이런 한승오의 주장에 ‘슈스케3’ 측은 문제가 된 방송의 원본 영상을 공개하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그러자 한승오는 다시 한 번 "당사자가 모멸감을 느꼈다면 그것은 성희롱입니다"라며 ‘슈스케3’ 측의 왜곡 편집을 지적했다.
원본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제작진은 없는 일을 꾸며내 방송을 하진 않았다. ‘조작’이라고까지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문제는 정도의 차이다. 그 정도의 차이 때문에 해당 일반인 출연자에겐 방송이 ‘왜곡’된 것으로 여겨지고, 방송을 받아들이지 못해 급기야 강하게 반발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의견충돌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똑 부러지게 얘기하며 상황을 바로 잡으려는 사람은, 어떻게 보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고 반대로 보면 독단적으로 자신의 의견만 강요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는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이게 방송으로 나갔을 경우, 한 부분만 강조돼 일반인이 감당하기 힘든 대중이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로 굳어버릴 수 있다는 것에 있다.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일부러 이미지와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연예인과 달리, 하나의 인격체로 자신을 생각해오던 일반인이 방송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얻고 이게 마치 자신의 모든 면인 것처럼 포장된다면 자아의 정체성마저 흔들리는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은 이를 항상 유념해야 한다.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해당 출연자가 보인 면들 중에서 일부를 극대화시킬 수 있고, 아예 없는 면을 꾸며낸 것이 아니라 괜찮다고 여기겠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출연자의 마음을 거듭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들이 여론의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지 못한 일반인이란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수년간 단련된 연예인들도 상처받는 일을, 일반인이 감당하기엔 너무 벅찰 수 밖에 없다.
[예리밴드. 사진=Mnet '슈퍼스타K3' 방송화면 캡처]
강선애 기자 sak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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