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세호 기자] SK가 21일 롯데와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를 잡아내며 하루 만에 다시 2위로 올라섰다.
현재 SK는 주전 선수들의 계속되는 부상 악몽으로 투타 선발 라인업이 붕괴된 상황에서도 지난 4년 세 번의 우승을 차지했던 저력을 보이고 있다.
21일 롯데와의 원정 3연전 2차전. 3연전 첫 경기를 내준 SK는 이날도 5회까지 패색이 짙었다. SK는 첫 경기에 이어 이번에도 선발 싸움에서 패배, SK 선발 고효준은 3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제구력 난조로 강판된 반면 롯데 선발 사도스키는 싱커를 주무기삼아 꾸준히 SK 타자들에게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그러나 끌려가던 SK는 3회말 고효준의 뒤를 이은 정대현이 3이닝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고 6회초 대타 최동수의 역전 결승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기세를 잡은 SK는 7회초와 8회초에 3점을 더해 6-2로 승기를 잡아 결국 하루 만에 2위 자리를 되찾았다. 안정된 라인업을 바탕으로 승리에 대한 방정식이 정해진 롯데 야구를 부상병동 SK가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투타의 베테랑 정대현과 최동수가 있었다.
▲ 정대현, 3년 만의 최다 투구수로 팀 승리 견인
SK 투수들에게 정해진 보직은 없다. 선발 투수는 물론이고 불펜 투수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SK 마운드는 지난 4년 동안 최강이었다.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2007년부터 SK 투수진의 평균자책점은 항상 리그 정상에 저리했다.
탄탄한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하지 못해도 선발, 불펜 구분 없이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메워왔다. 변칙적인 운용 속에서도 SK 마운드는 그 어느 팀보다 높았다. 사람들은 SK의 투수진 운용에 대해 ‘벌떼야구’라고 했다. 경기 중 여유 있게 리드하고 있어도 SK는 상대에게 역전에 관한 1%의 가능성도 지우려 했고 그만큼 빡빡하게 투수들을 투입했다. 그리고 어느덧 불펜진의 핵심인 정대현에겐 ‘벌떼야구’의 중심에 선 ‘여왕벌’이란 별명이 붙었다.
정대현은 프로데뷔 전부터 화려했다. 경희대 시절 미국전 필승카드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준결승에서 미국을 상대로 6⅓이닝동안 2실점했다. 한국 대표팀은 미국에 석패했지만 3위를 차지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대현의 평균자책점은 1.35였다.
이후 프로 무대에서도 정대형은 순항했다. 데뷔해인 2001년을 제외하면 항상 평균자채점 3점대 이하를 찍었고 10년 동안 SK 투수진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자리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김병현, 혹은 LG의 새로운 에이스 박현준처럼 145km를 상회하는 강속구는 없어도 언더핸드 투수의 장기를 살려 스트라이크 존의 경계를 넘다드는 싱커로 상대 타자들을 제압해왔다.
그리고 최근 정대현은 보직 붕괴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아무리 SK가 파격적인 투수운용을 한다고 해도 4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한 불펜진의 중심 선수를 경기초반부터 투입하는 것을 예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정대현은 지난 14일 3회부터 마운드에 올랐고 21일에도 3회에 마운드에 올라 팀 역전승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냈다.
21일 3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정대현은 “남은 시즌 잔여 경기에서 중간 투수로서 팀이 이기는 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실점을 막는 게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며 2위 수성을 위한 각오를 전했다.
이날 정대현의 투구수는 41개. 2008년 7월 6일 대전 한화전에서 55개의 공을 던진 이후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은 공을 던졌지만 팀의 승리를 이끈 정대현에게 투구수와 보직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프로 데뷔 이전부터 국가대표팀 주축 선수로 활약한 정대현에게 더 중요한 것은 개인의 자존심이 아닌 팀의 승리다.
▲ 최고참 최동수, 대타 결승타로 팀 역전승의 주역
어느덧 마흔 살. 리그에서 두 번째 최고참인 최동수에게 지난해 트레이드는 어쩌면 은퇴선고였을지도 모른다. 17년 동안 한 팀에만 자리했던 그였기에 트레이드는 새로운 기회라기보다는 위기에 가까웠다.
올 시즌 최동수에게 주어진 역할 역시 크지 않다. 하지만 최동수는 베테랑답게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올 시즌 최동수는 대타로 32경기에 출장했고 대타로 출장한 경기에서 타율 .351를 기록하는 중이다. 그리고 최동수의 대타 성공률은 .476에 육박한다.
21일 경기에서도 최동수의 진가가 나타났다. 6회초 한 점차로 롯데를 추격하는 상황에서 2사 2, 3루. 롯데는 좌타자 박정권에 대비해 좌완 필승조인 강영식을 마운드에 올렸고 이에 SK는 대타 최동수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최동수는 강영식의 3구 직구를 통타,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타를 날리며 역전의 중심에 자리했다.
경기 후 최동수는 “후회가 남지 않게 매 타석 대타를 들어갈 때 좀 더 집중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강하게 하고 들어간다. 팀 내 최고참으로서 2위 수성하도록 모든 것에 집중하여 팀을 리드하겠다”고 전했다.
올해 데뷔 후 최고 타율인 .325를 기록하면서도 최동수의 목표는 개인의 기록보다는 팀의 네 번째 우승에 맞춰져 있는 듯하다. 올 시즌 최동수의 꾸준한 한 방이 이런 최동수의 마음가짐을 대변하고 있다.
▲ 위기에서 더 집중하는 SK
SK 이만수 감독 대행은 21일 경기에 앞서 조동화의 시즌아웃 부상에도 “괜찮다. 없는 대로 잘 꾸려갈 자신이 있다. 조동화의 부상은 안타깝지만 선수들 모두가 그만큼 집중해서 열심히 해주고 있어서 고맙다”고 선수들의 투혼을 칭찬했다.
단숨에 팀을 최강으로 만든 명장이 떠났고 주축 선수들은 부상에 신음하고 있어도 SK는 또다시 해내려한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매경기 매순간에 대한 집중력, 그리고 여전히 잠재되어 있는 ‘승리본능’이 악재 속에서도 SK를 다시 깨우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이 자리한다.
2위 싸움의 분수령이 될 롯데와의 올 시즌 마지막 한 경기를 앞둔 SK. SK가 22일 롯데를 잡고 시리즈를 가져간다면 악재 속에서 다시 한 번 기적의 꽃을 피울지도 모른다.
[SK 정대현(왼쪽), 최동수.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세호 기자 drjose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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