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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방통심의위)가 지난 15일 열린 제 46차 통신심의소위원회(정기)에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대해 경고의견을 내렸다. 방통심의위가 지적한 주요 내용은 괴성, 발차기 등 품위를 저해했다는 주장이다. 방통심의위는 오늘(29일) 전체회의의 결과에 따라 무한도전 측에 시청자에 대한 사과 혹은 관계자 징계, 최악의 경우에는 해당 프로그램 중지 등의 제재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태호PD는 방통심의위의 지적에 대해 "표현에 순화가 필요하다는 부분에 공감하며 제작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순응했다. 실제 지난 24일 오후 방송된 '무한도전'에서는 '품위유지' 등의 자막과 말줄임표 등을 통해 방통심의위의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통심의위의 결정에 대해 대다수 시청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물론 찬성하는 입장도 존재하지만 횟수로 6년째 토요일 황금시간대 시청률을 책임지며 국민 예능프로그램의 칭호를 얻어온 '무한도전'이기에 반대의견이 다소 거친 것은 당연해 보인다. 언어순화, 아동·청소년 악영향 등 방통심의위가 제시한 이유는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불과 몇 달간의 TV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형평성에 어긋남을 알 수 있다.
각종 프로그램은 물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조차 모자이크 밖으로 유출된 상표명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타 예능 프로그램과 개그 프로그램에서 괴성과 신체접촉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방통심의위가 문제삼은 내용은 예능프로그램의 구성상 시청자 개개인이 자체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내용이며 사회적 여파가 있을만큼 심각한 수준의 유해내용이 아님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시청자들은 '무한도전' 중징계 사실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무한도전'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무한도전'은 단순한 오락 위주의 예능프로그램 개념을 넘어섰다. '평균 이하'라는 딱지를 가지고 있는 멤버들이 '평균 이상'의 국민들이 접해보지도 않았고 도전할 수 없었던 영역들을 척척해내는데 대중들은 희열과 감동을 느꼈다.
특히 지난 24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는 그간 궁금증을 유발했던 단서들이 독도 관련 메시지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방송에서 예전에 시도되지 않았던 블록버스터를 연상케 하는 폭발과 함께 미로처럼 얽히고 설킨 궁금증들이 독도라는 한 곳을 향해 풀릴 때 시청자들은 재미와 함께 통쾌함마저 느꼈다. 이는 일본의 계속된 독도 영유권 주장과 동해 표기 문제 등 그간 외교적으로 약자일 수 밖에 없었던 국민정서를 일개 예능 프로그램이 잠시나마 해소해 준 것이다.
리얼한 요소와 프로그램 전개는 '무한도전'의 생명이자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중요한 요소다. 표현의 자유는 공공의 질서를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존재할 수 있다. 재미로 시작해 재미로 끝나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엉덩이를 차거나 거친 말을 하는 것이 독단적으로 사회 부정적 기능을 한다는 것은 억측이다.
명색이 방통심의위라는 기관에서 프로그램의 본질과 전체 흐름은 볼 줄 모르고 발차기, 비속어 등 한 컷 한 컷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점이 우려를 낳고 있다. 저들이 하는 행동의 폭력성과 품위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빠르게 변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의 현 트랜드와 이를 충족시키고 우리 사회를 위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무한도전' 구성원들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읽을 필요가 있다.
나아가 방통심의위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회 발전을 위해 기여한 적이 있는지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일회적이고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내용에 왜곡된 사견을 넣어 공공의 뜻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방통심의위는 방통심의위 위원들에 의한 심의가 아닌 대다수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심의를 할 때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소지섭이 출연한 '무한도전'. 사진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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