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세호 기자] 삼성이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지었음에도 남은 경기에서 전력을 다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27일 두산과의 잠실 원정경기에서 승리해 2011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지었다. 약 6개월 동안의 대장정 끝에 승자로 올라선 것이다. 덕분에 삼성은 남은 8경기를 여유있게 치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은 우승 확정 후 오히려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은 페넌트레이스를 제패한 다음날 두산전에서 매티스를 선발로 마운드에 올렸다. 이날 매티스는 6이닝동안 115개의 공을 던지며 5승을 달성했다. 류 감독은 매티스가 마운드에서 내려간 후 정현욱·권오준·오승환의 필승조를 투입, 마치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는 듯한 불펜 운용으로 5-3 승리를 거뒀다.
29일 SK전에서도 삼성의 행보는 계속됐다. 저마노를 선발로 마운드에 올렸고 7회부터 정현욱·정인욱의 필승조를 가동시켰다. 11회부터 등판한 이우선의 무게감이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삼성은 실점 위기에서 SK의 거포 정상호, 이호준, 박정권이 타석에 들어서자 이들을 고의4구로 내보냈다.
결국 삼성은 SK와 3-3으로 비겼지만 최근 7경기에서 6승 1무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만일 삼성이 30일 SK에 승리를 거둔다면, 삼성은 올 시즌 최다 연승인 7연승에 성공하게 된다.
사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짓기 전부터 우승 후에도 ‘정상적 운용’을 할 것이라 강조했다. 27일 경기 전 류 감독은 “주전 포수인 진갑용은 몸 상태를 고려해 아끼겠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그대로 출장시킨다. 무엇보다 절대 상대에게 봐준다는 느낌 없게 남은 경기 치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 1984년 삼성의 ‘져주기 게임’
1984년. 당시의 프로야구는 전기리그와 후기리그로 나누어 전기리그 우승팀과 후기리그 우승팀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 구조로 진행됐다. 이때 삼성은 전기리그 우승을 거두며 애초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었다.
문제는 후기리그 막판에 터졌다. 삼성은 후기리그도 제패해 한국시리즈 없이 최강자의 위치에 오르려 했지만 후기리그에선 5위에 자리했다. 후기리그에서 삼성은 막바지에 전력을 추슬러 한국시리즈를 대비해야하는 상황이었다.
후기리그 2경기를 앞두고 삼성의 상대는 OB와 후기리그 1위 경쟁을 하는 롯데였다. 만일 롯데가 마지막 두 경기를 모두 잡게 된다면 OB의 성적과는 관련 없이 후기리그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결국 삼성이 어느 정도는 한국시리즈 상대팀에 대한 캐스팅 보드를 쥔 상황이었다.
삼성의 선택은 롯데였다. 삼성은 롯데전 두 경기 모두 초유의 ‘져주기 게임’을 했다. 첫 경기에서 6-0으로 리드하고 있었지만 OB가 승리했다는 소식에 잘 던지던 선발투수를 조기에 강판시켜 수준 이하의 경기를 했다. 그 경기에서 삼성은 볼넷 10개와 도루 8개를 허용했고 결국 9-11로 역전패했다.
다음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은 롯데를 상대로 고의로 자멸하는 플레이를 반복하며 8-15로 역전패했다. 결국 삼성은 원하는 상대인 롯데와 한국시리즈를 치르게 됐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의 계획이 박살났다. 삼성은 롯데 에이스 최동원에게 ‘한국시리즈 4승’ 원맨쇼를 당하며 우승에 실패하고 말았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어버렸던 삼성의 부끄러운 역사였다.
류 감독은 1984년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류 감독은 “1984년 당시 나는 대학생이었는데 삼성의 져주기 사건을 보고 참 당황스러웠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삼성이 2002년까지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한 것은 그 때의 업보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선수단 이름만 보면 프로야구 최강 자리는 해태가 아닌 삼성이었어야 했는데 삼성은 한국시리즈만 가면 좌절을 맛봤다”고 말했다.
이어 류 감독은 2위 자리를 노리는 SK를 상대하기에 앞서 “지금 상황에서는 절대 그런 일 없다. 이미 우승을 확정했어도 남은 경기에서 절대로 그 때와 같은 눈총은 안 받게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 개인타이틀 수성
올 시즌 삼성은 정규리그 우승 외에도 축하받을 일을 앞두고 있다.
팀의 간판타자 최형우는 29일자 홈런 29개로 홈런 선두를 달리며 생애 첫 홈런왕 등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올 시즌 재기에 완벽하게 성공한 마무리 오승환은 46세이브로 세이브 부분 선두 자리를 독주 중이며 역대 최다 기록인 24연속 세이브 행진도 이어가고 있다. 만일 오승환이 남은 6경기에서 두 개의 세이브만 더해도 2006년에 자신이 세운 한국 최다 세이브 기록(47개)을 경신하게 된다.
오승환 이전에 마운드에 올라 팀의 승리를 지켜온 정현욱도 최초의 개인타이틀 수상을 앞두고 있다. 홀드 23개(29일 현재)를 기록 중인 정현욱이 22개의 SK 정우람으로부터 홀드타이틀을 끝까지 사수할지도 관심거리다.
때문에 류 감독은 무리시키지 않는 선에서 주전들을 꾸준히 투입시키고 있다.
류 감독은 “정규 시즌 우승에 대한 보답으로 선수들에게 개인타이틀을 더해주고 싶은 생각이 있다. 시즌 끝나고 한국시리즈까지 여유가 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는 테두리 안에서 선수들을 도와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류 감독은 “선수들이 부담 없이 긴장감을 잃지 않고 경기에 임하게 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최선을 다해 뛰는 것이 중요하다.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고 요령 피울 때 부상이 온다. 한국시리즈란 큰 무대를 앞두고 부상방지를 위해서라도 선수들에게 이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세호 기자 drjose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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