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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서현진 기자]일명 '도가니' 검사가 검찰 내부게시판에 올린 참회의 글이 화제에 올랐다.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국민들의 격분을 일으킨 가운데, 당시 이 사건을 맡았던 임은정 검사(37, 현 법무심의관실 검사)는 영화 '도가니'를 보고난 후의 분노글을 올려 네티즌들의 감동을 사고 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게시글 전문에 그녀는 영화 '도가니'를 보고난 후와 그 이전 공지영의 소설을 보고난 후, 그리고 또 그 이전 재판이 끝난 직후의 글을 일기와 고백글 내용으로 올렸다.
그녀는 당시 피해자들로서 도저히 납득할수 없는 재판결과에 "검찰 경찰 변호사 법원의 유착이 잇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지 싶다"고 적었다. 그는 또 "속상한 마음도 없지 않지만, 이 영화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자화상을 반성하는 기촉제가 된다면, 감수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임 검사는 또 지난 2007년 3월 12일자로 싸이월드에 올린 글을 통해 재판 직후의 심경도 밝혔다. 그녀는 "법정을 가득 채운 농아자들은 수화로 이 세상을 향해 소리없이 울부짖는다. 그 분노에 그 절망에 터럭 하나하나가 올올이 곤두선 느낌…"이라고 운을 떼며 "변호사들은 그 증인들을 거짓말쟁이로 몰라붙이는데 내가 막을 수가 없다"고 통탄해했다.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를 읽고난 후의 심경은 2009년 9월 20일자로 밝혔다. 검사는 "'도가니'가 베스트셀러란 말을 들었지만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잘 아는 아이들의 이야기인 것 내가 알기에"라며 "결국 영풍문고에 들렀다가 구입하고 빨려들 듯이 읽었다"면서 "가명이라 해서 어찌 모를까, 아 그 아이구나 그 아이구나… 신음하며 책장을 넘긴다"고 감정을 삭였다.
임 검사는 말미에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었지만, 2심에서 어떠한 양형요소가 추가되었는지 알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성폭력에 관대한 선고형량을 잘 아는 나로서는 분노하는 피해자들처럼 황당해하지는 않지만, 치가 떨린다"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그녀는 "법정이 터져나갈듯이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던 열기가, 소리없는 비명이 기억 저편을 박차고 나온다"면서 "내가 싸워주어야 할 사회적 약자들의 절박한 아우성이 밀려든다. 그날 법정에서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말려가며 한 다짐을 다시 내 가슴에 새긴다"며 "정의를 바로잡는 것, 저들을 대신해서 세상에 소리쳐 주는 것, 난 대한민국 검사다"라고 다짐했다.
[공유. 사진 = 딜라이트 제공]
서현진 기자 click07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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