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문학 고동현 기자] 1994년 9월 7일이 떠오른 순간이었다.
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는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 앞서 '캐넌히터' 김재현의 은퇴식이 열렸다. 이날 김재현은 오랜만에 '7번 김재현'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에 앞서 치러진 김재현 은퇴식의 마지막 일정은 시구와 시타였다. 타석에는 이날 주인공인 김재현이, 마운드에는 그의 오랜 친구이자 SK 주장인 이호준이 들어섰다.
이호준은 '선수' 김재현의 마지막을 배웅이라도 하듯 마운드 위에 서서 정상적인 투구를 했다. 김재현도 시타자들이 관례적으로 헛스윙을 하는 것과 달리 친구가 던진 공을 힘차게 때리며 화답했다. 그가 때린 타구는 유격수 방향으로 흘렀다. 흔히 볼 수 없는 시타와 시구에 팬들은 웃음을 지었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김재현과 이호준이 모두 신인이던 1994년, 그 때 그 시절이다. 현재는 김재현과 이호준 모두 타자로 각인돼있지만 그 시절만 하더라도 '신인' 이호준의 포지션은 투수였다.
1994년 9월 7일 잠실구장. 이날 경기는 김재현과 이호준은 물론이고 프로야구 역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날이다. 프로야구 최초로 신인 선수가 20(홈런)-20(도루)를 기록한 날이기 때문이다.
신일고를 졸업하고 1994년 LG에 입단한 김재현은 그날 경기에서 해태를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날리며 신인 최초 20-20을 달성했다. 그 상대투수는 다름아닌 광주일고를 졸업한 후 해태에 입단한 이호준이었다. 이후 이호준은 이듬해부터 타자로 전향했다.
이후 그들은 2005년부터 SK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선수' 김재현을 보내는 마지막날, '절친' 이호준은 오랜만에 마운드에 섰다. 김재현의 은퇴식을 계기로 이들은 오랜만에 신인이던 1994년, 그 때 그 시절 기분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이날 은퇴식은 3루부터 홈까지 돌아오며 그의 야구 인생을 돌아보는'아듀 캐넌 세리모니'와 김재현과 그의 가족들이 승용차를 타고 그라운드 한바퀴를 돌며 팬들에게 답례하는 행사 등으로 꾸며졌다.
[시타와 시구를 하는 김재현과 이호준. 사진=문학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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