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영화 '카운트다운'은 무엇보다 서사가 강렬한 작품이다. 냉정한 채권추심원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싶더니, 주인공의 삶이 시한부로 흘러들어간 뒤로는 예측불허의 스토리가 긴박하게 전개된다. 보는 내내 '대체 왜'라는 질문들을 품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줄기처럼 퍼져나가는 느낌이다.
'카운트다운'은 신인인 허종호 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모두 완수했다. 영화 개봉 전인 지난 9월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예측대로 그는 스토리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었다. "스토리가 곧 스타일이다"라는 것이 그의 영화철학이었다.
영화는 지난 2009년 외환위기 당시 머릿 속에서 구상됐다. 당시 허 감독은 다른 작품을 트리트먼트 하던 단계였지만 이내 엎어지고 말았다. 사회 전반의 암울한 분위기가 그 개인의 인생에도 영향을 끼쳤다. 술기운에 잠든 아들을 보고 자신의 아픔을 읊조렸다. 그리고 그 읊조림으로 '카운트다운'이 탄생하게 됐으니, 영화를 관통하는 큰 줄기가 부자(父子)관계 였던 것은 우연은 아니었다.
-영화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말도 있다.
데뷔 준비를 하던 첫 영화가 흔히 쓰는 충무로 표현으로 '엎어지고 말았다', 취기에 집으로 들어가니 아들은 자고 있더라. 잠든 아들을 보며 '얘야,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남을 죽일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반성이나 후회가 아니라 관객들의 심장에 칼을 꽂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슷떳?暮릿 그 대사가 괜찮았다.(웃음) 아이러니컬하게 교훈적인 면도 있고. 이런 말을 하는 캐릭터를 만들어야겠다 했다. 그 뒤로는 영화 후반부 아들과 아빠의 대화를 구상했다. 관객들이 미스테리한 인물을 쫓게 만들고, 거기서 아들과의 이야기까지 끌고가는 이야기를 만들게 됐다.
자전적이라는 것이 내가 태건호(정재영 분)처럼 나쁜 아빠라는 말은 아니고.(웃음) 아들이 뭔가를 물어봤을 때 제대로 답해주지 못한 그런 평범한 에피소드는 나도 있다. 또 아이러니 같은 말도 평소에 내가 자주 쓰던 말이다.
-아들은 몇살인가? 혹시 영화도 봤을까?
6살이라 영화는 못봤다. 그래도 이야기 해준 적은 있다. 6세 버전으로 낮춰 이야기 해줬더니 슬퍼했다.
-영화를 보면 '왜 태건호는 저렇게까지 악착같이 살려고 하나'라는 의문이 든다.
결국 악착같이 살려고 했던 인물이 아들한테 용서를 구하고 죽는다는 이야기다. 자식의 죽음을 방관하고 외면하려고 했던 인물이기에 그렇게 더 삶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닐까.
-캐스팅이 화려했다. 칸의 여왕 전도연에 정재영이라니.
감독이기 전에는 그들의 팬이었다. 전도연 선배는 특히나 캐릭터 1순위의 캐스팅이었지. 운이 좋게도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봐주셨다. 정재영 선배의 경우는 마음을 주고 받는 친구가 됐다. 비슷한 구석이 많더라. 세계관이라던지. 묘하게 닮았다. 지금은 말 안 하고 있어도 편한 사이가 됐다.
-스토리가 독특한만큼 연출보다 시나리오에 더 골몰할 생각은 없었는지도 궁금했다.
스토리는 내게 장르적인 것보다 더 중요했다. 어떤 이야기를 어떤 화법으로 할 것인가가 개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새로운 화법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문장을 잘 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평소에 문자도 잘 안 보낼 정도로 인터넷 일체의 글은 잘 안 쓴다. 다만 기본적으로 장르보다는 스토리를 중요시한다. 재미있는 이야기인가,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하나하나 흥미를 가질 수 있고 가치 있는 것인가가 중요하다. 스토리가 결국은 스타일이다.
-극중 송혜교의 깜짝 등장은 차기작을 위한 작전이었나.(웃음)
하하. 액션 영화로 응해주신다면야 더할 나위 없다. 일단은 '가장 예쁜 여자가 누구야'라고 했을 때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합하는 배우였다.
-정재영의 아들 유민역으로 나오는 어린 다운증후군 배우의 캐스팅도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안다.
그렇다. 촬영 10개월 전부터 찾았다. 연출팀들이 직접 찾아가서 잘 하는 친구를 찾은 거다.
그 친구들은 반응이 즉각적이다. 있는 그대로의 연기를 끌어내기 위해 재영 선배나 이끌어주는 리액션이 중요했다. 일단 그 친구는 되게 즐겁고 행복하게 작업했다. 스태프들도 따뜻하게 대해줬다. 민감함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부모님과 상의했다.
-대사 암기는 어떻게 소화시켰나.
상황은 있고 대사는 연습을 시킨 게 있고 자연스럽게 나온 것도 있었다. 촬영 9개월 전부터 대사에 대한 연습은 충분히 했다. 현장에 왔을 때 새롭게 드러나는 리액션은 연습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뭔가를 기대한 것이 아니라 그 친구가 제일 잘 하는 것들을 영화적 상황에 맞춘 것이다.
-딱 그 친구를 캐스팅한 이유는?
눈이 잘 생겼고 똑똑하고 맑았다.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이번 작업을 통해 일반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에 출연을 결정한 것이다.
-영화 엔딩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범죄 액션을 하다가 억지로 신파로 끌고 간 것이 아닌가 하는 분들도 있었다. 어쩌면 촌스럽고 또 자극적으로 울릴려고 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난 비극을 그리고 싶었다. 건호가 마지막에 미안하다고 하고 죽는데, 비록 사랑한다는 말은 못 해줬지만 유민이가 '하늘은 왜 파래'라고 할 때 건호가 '원래 파래'라고 답하며 끝난다. 그 말이 '원래 아빠는 널 사랑했다'는 말로 들렸으면 하고 바랬다.
-첫 영화인데 만족도는?
결과 앞에서 굉장히 두렵다.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 했느냐에 달린 것 같다. 현재로서는 후회가 없기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예상관객수는?
중요치가 않을 것 같고 상업영화 감독이기에 돈이라는 것이 무섭잖나. 그 때문에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하는데. 소중한 돈을 투자를 해준 분들이 만족할만한 수치 정도를 바란다. 그래야 영화를 투자한 보람도 있을 것이고 끊임없이 자본들이 남아있는 거니까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허종호 감독.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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