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세호 기자] 두산 김선우가 지난 2일 올 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 두산의 11-1 대승을 이끌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로써 김선우에게 올 시즌은 그야말로 목표한 것을 다 이룬 한 해가 됐다.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 한국 무대 복귀부터 목표로 했던 3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뿐만 아니라 승수에서도 16승으로 KIA 윤석민에 이은 2위. 선발투수의 역량을 판단할 수 있는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에선 18회로 공동 1위에 자리하게 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한 번 감행한 과감한 변화가 결실을 맺은 것이다.
한국 무대 복귀 당시엔 수 많은 시행착오와 좌절이 있었다. 그래서 한국 무대에서 2년 동안 고전했다. 구위는 리그 최고였지만 타자를 상대하는 방법이 너무 단순했고 제구력도 좋지 않았다. 한 마디로 컨디션이 좋을 때는 메이저리그 에이스였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볼넷을 남발하며 보통의 선발 투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에이스 투수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직구로 상대를 압도할 수도 있고, 마술 같은 컨트롤로 타자를 홀리게 할 수도 있다. 구종이 다양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정면승부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면, 그래서 동료들에게 승리에 대한 신뢰를 받을 수 있다면 그 투수는 에이스다.
결국 김선우는 올 시즌 압도적인 구위보다는 컨트롤과 다양한 구종을 택했다. 150km 이상의 포심과 상대 타자의 몸쪽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투심으로 상대를 공략했던 김선우에게 이 모든 것이 100%의 컨디션이 아니면 무용지물이었다.
“오늘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았다. 볼 끝이 안 좋아서 코너워크에 더 신경을 썼고 변화구 구사를 많이 했다. 만일 상대 타자가 변화구를 노리면 직구를 던졌다. 2년 전, 직구 위주의 투구를 할 때만 해도 투구 내용이 컨디션에 좌우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잘 던질 수 있다. 컨디션이 나쁘더라도 얼마든지 내 몫을 해낼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
올 시즌 마지막 선발등판을 마친 김선우의 소감이 올 시즌 김선우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 구위만 보면 압도적이진 않다. 하지만 매번 다른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파고든다. 구사하는 직구만 해도 포심, 투심, 컷패스트볼, 싱커로 무궁무진하고, 거기에 슬라이더, 커브, 헛스윙을 유도하는 스플리터성 체인지업까지 있다. 더 이상 구종 한 두가지만 구사하지도 않고 컨디션에 좌우되지도 않으며 항상 변화무쌍하다.
그래서 타자 입장에선 예측불가다. 정직한 공은 하나도 없고 방망이를 휘둘러 맞춰도 땅볼이 된다. 수 싸움 자체가 불가능하고 그래서 타이밍을 잡을 수도 없다. 결국 매번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당한다.
16승을 달성한 순간에도 김선우는 “오늘도 정말 많이 꽜다. 계속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으려고 했고 상대 타자들이 거기에 잘 말려들었다”며 불과 1년 전 “이렇게 변화구를 많이 구사해도 되는 가 싶다”며 자신의 변화에 대해 낯설어 했던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김선우가 올 시즌 더 이상의 등판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승수와 평균자책점은 물론이고 최저 사사구, 승률, 피출루율 등에서 개인 최고의 기록을 찍게 된다. 그만큼 올 시즌의 김선우는 그 어느 해보다 안정적이며 동료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에이스가 됐다.
“다승왕 욕심은 없다. 한 번 더 등판해서 17승을 채울 수도 있지만 내 욕심만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 후배들에게 안 좋게 작용한다. 올 시즌에 대해 만족하고 있고 그래서 올 시즌 투구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올해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면서 무리도 많이 했다. 때문에 비시즌 기간 동안 몸을 다시 만들어서 내년에도 올해의 활약을 이어가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
메이저리그 시절,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던 쿠어스필드에서 완봉승을 기록했던 김선우. 이제 그 때의 모습을 보기는 힘들지만 보다 효율적이고 오랫동안, 두산 마운드의 자존심을 잡아줄 김선우가 두산을 지키고 있다.
[두산 김선우.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세호 기자 drjose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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