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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애프터스쿨 멤버 레이나가 KBS 2TV '불후의 명곡2'에서 한 발언은 가수다웠다.
레이나는 1일 방송된 '불후의 명곡2'에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해 이선희의 '알고 싶어요'를 불렀다. 레이나는 노래 전 제작진과의 인터뷰서 왜 '불후의 명곡2'에 출연했는지 이유를 밝혔다. 레이나는 "저는 이 방송을 꼭 하고 싶었다. 사실 애프터스쿨이 멤버가 많다. 열심히 혼자 노래 후렴을 다 부르고, 막 혼자 피 토할 것 같이 노래했는데, 정작 카메라는 유이 언니를 잡을 때는 속상하기도 했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하지만 레이나의 이 발언은 방송 후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유이를 디스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고, 결국 레이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저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기사도 나고 일이 좀 커진 것 같네요. 앞으로는 말할 때 좀 더 신중히 말할게요"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레이나의 이번 발언은 경솔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가수로서 가창력을 인정받고 싶은 가수다운 욕심이 묻어나 있었다.
애프터스쿨 뿐 아니라 많은 아이돌 그룹은 매번 신곡을 발표할 때 마다 가창력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실제로도 수준 이하의 가창력을 지닌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다수 있어 이러한 논란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데, '아이돌은 당연히 노래를 못 부를 것이다'란 편견도 아이돌 그룹의 노래보다 퍼포먼스나 의상 등 시각적인 측면에 관심 갖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여기에 각 음악 프로그램에선 걸그룹의 각선미나 자극적인 안무에 카메라가 집중되다 보니 이들의 가창력에 귀 기울이는 것도 쉽지 않다. 또 많은 멤버 탓에 각 멤버 별로 몇 초 되지 않는 노래 분량도 이들의 가창력이 표현되기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결국 사람들은 애초부터 아이돌 그룹에게서 뛰어난 가창력을 기대하지도 않게 됐다. '아이돌이 노래를 못한다'는 편견도 깨질 틈이 보이지 않았다. 솔로로도 꾸준히 노래를 발표한 소녀시대 태연이나 '불후의 명곡2' 최고수혜자인 씨스타 효린처럼 그룹 외 활동으로 가창력을 인정받은 아이돌도 있지만 이마저도 준비되지 않은 아이돌에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 기회일 뿐이었다.
이 때문에 레이나의 발언은 그녀가 그동안 가창력을 뽐낼 기회를 얼마나 기다렸을지 짐작하게 한다.
애프터스쿨은 8등신 미녀들로 구성된 그룹이란 이미지가 강한데, 그 안에서 레이나는 가수로서 자신의 가창력을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 애프터스쿨이 단지 외모밖에 내세울 것 없는 그룹이 아니라고 알리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레이나는 '불후의 명곡2'에서 '알고 싶어요'를 부른 뒤 홍경민에게 패해 바로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하지만 레이나가 들려준 노래는 의외로 기대 이상이었고, "저는 이 방송을 꼭 하고 싶었다"는 그녀의 말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이제 다시 애프터스쿨 안으로 돌아간 레이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파트만 소화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음악 프로그램의 카메라는 피 토할 것처럼 노래 부르는 레이나 대신 다른 멤버를 비추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레이나가 지금처럼 가창력에 대한 욕심과 가수로서 인정받고자 하는 열정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아이돌은 노래를 못한다'는 편견도 조금씩 깨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레이나. 사진 = KBS 2TV 화면 캡쳐]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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