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하진 기자] 롯데 자이언츠-72승 56패 5무 시즌 2위
[총평] 시행착오를 겪으니 강점은 더 강해지고 약점도 강해졌다
3년 연속 가을잔치를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를 이어 롯데의 사령탑을 맡은 양승호 감독은 기존의 롯데 야구의 틀에서 여러가지 변화를 꾀했다. 그 중 하나가 홍성흔의 좌익수 변신이었다.
하지만 지명타자였던 홍성흔이 좌익수를 맡게 되면서 체중이 급격히 줄었고 이는 타격 슬럼프로 연결됐다. 수비는 말할 것도 없었다. 홍성흔의 부진과 함께 손아섭, 김주찬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롯데 타선의 위력은 줄었다.
투수 기용에서도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했다. 마무리로 키우려 했던 고원준은 선발진이 구멍이 나게 되자 선발 투수로 투입됐고 개막전 승리를 이끌었던 용병 투수 브라이언 코리는 중간 계투를 오가다가 결국 퇴출됐다. 팬들의 원성은 잦아들기 시작했고 롯데의 가을잔치는 멀어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후반기 롯데는 달라졌다.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들과 함께 홍성흔도 제 자리를 찾으며 중심 타선은 본연의 모습을 보였다. 중심 타선뿐만 아니라 하위 타선도 폭발했다. 문규현-황재균 등이 맹타를 휘두르면서 1번부터 9번까지 쉴 틈 없는 무시무시한 타선으로 돌아왔다.
투수진도 탄탄해졌다. 송승준-장원준-고원준-사도스키-부첵으로 이어지는 선발 투수진이 5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불펜진이었다. 롯데의 뒷문 부실은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과 같았다. 하지만 임경완-강영식-김사율로 구성된 불펜진으로 롯데도 지키는 야구가 가능해졌다. 또한 양승호 감독이 기용했던 조원우 외야코치의 지도가 빛을 발하며 빈틈 없는 수비도 선보였다.
운도 따랐다. SK는 감독 사퇴, KIA는 부상 병동으로 전력이 쇠해지는 사이 롯데는 뒷심을 발휘해서 기회를 잡았다. 그 저력을 이어나간 롯데는 창단 후 단일시즌 리그 첫 2위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HOT플레이어] 장원준 (15승 6패 평균자책점 3.14)
대한민국 남아라면 가야 하는 군대가 장원준에게는 야속하기만 하다.
2008년부터 4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했지만 기복이 심하다는 평가로 성적 만큼 빛을 발하지 못했다. 또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하며 결국 병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시즌 지금의 선발진이 자리잡을 수 있게 기둥이 된 것은 장원준 덕분이었다. 다른 선발 투수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도 장원준은 시즌 초부터 꾸준히 팀을 위해서 호투했다. 장원준을 주축으로 다른 선발 투수들도 자리를 잡아갔고 덕분에 양승호 감독은 선발 투수 운용에서 고민을 덜게 됐다.
이랬던 장원준은 故 최동원의 추모 경기였던 9월 30일 두산전에서 승리를 올리며 올시즌 15승째를 달성했다. 이는 2005년 18승을 기록했던 손민한 이후 6년만이며 좌완 투수로서는 1996년 18승을 올린 주형광 코치에 이어 롯데 구단 역사상 두 번째다.
군입대전 최고의 시즌을 보내게 된 장원준은 이제 팀의 우승을 목표로 한다. 포스트시즌에서 팀에게 우승을 선물로 안겨주고 갈 수 있을까.
[PS 전망] 올해가 우승의 기회다
2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한 롯데는 플레이오프에서 SK와 KIA 중 한 팀과 자웅을 겨루게 된다. 준플레이오프가 치뤄지는 동안 롯데는 7일 휴식을 취한 뒤 8일, 9일 훈련을 가진다. 이후 선수단은 10일에 휴식을 한 뒤 11일과 13일은 자체 청백전, 12일은 훈련을 한 뒤 14일에는 롯데호텔에서 합숙 한 후 15일 훈련을 한 뒤 16일 대망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
지난 9월 20일부터 치뤘던 SK와의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로 마감하며 2위를 확정짓는 계기가 됐지만 롯데는 SK에 8승 10패 1무로 상대 전적에서 좋은 편이 아니다. SK는 중간 계투진이 탄탄하고 또한 롯데 타선을 상대로 강했다. 여기에 돌아온 김광현까지 제모습을 찾는다면 SK는 더 강해진다.
KIA와의 경기에서는 롯데가 13승 6패로 우세하지만 윤석민과 로페즈가 지키고 있는 KIA 마운드는 여전히 무서운 존재다. KIA 타선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SK와 KIA가 5차전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후 승리한 팀과 맞붙는 것이 롯데에게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롯데는 플레이오프만 잘 넘긴다면 한국시리즈에서 가능성이 충분하다. 롯데는 삼성과의 상대 전적에서 9승 9패 1무로 막상막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SK나 KIA보다는 삼성을 상대로는 해볼만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롯데 에이스 장원준이 내년에는 군입대로 전력에서 빠지며 FA를 앞둔 이대호도 다음 시즌에서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현재 최상의 전력이라는 것은 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또한 이번이 기회라는 것도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항이다.
이런 최상의 전력으로 양승호 감독이 부임 첫 해에 우승을 이끌어내는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을까. 1984년 롯데의 우승을 이끌어냈던 故 최동원의 기를 받아서 말이다.
[롯데 양승호 감독-장원준. 사진 = 마이데일리DB]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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