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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배선영 기자] 아직도 이런 사랑이 있다고 생각해요. 분명 있을 것이고."
어쩌면 부산국제영화제의 들뜬 분위기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배우 소지섭은 축제 가운데 풍덩 뛰어들어 자신을 잊을만큼 무모해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니 결국 '진심'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
'오직 그대만'에서 소지섭은 전직 복서 출신의 거친 인생을 살아온 남자를 연기했다. 그 남자는 시각장애인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북적이는 사람과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도심 한 가운데 하필이면 좁아터진 주차 박스 안에서, 유치한 드라마를 함께 보며 만나게 된 두 사람이다. 그래도 그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연인이 됐다. 상대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던질 수 있을 만큼 감정은 점점 무모해졌다.
그런 사랑에 빠져버린 남자를 연기한 소지섭은 "과연 실제의 내 자신도 시력을 잃어가는 여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어보았다고 말했다.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소지섭은 결국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인터뷰 중 "정말로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다시 한 번 묻자 그는 "그렇다는 결론을 냈기 때문에 이 작품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렇지 않았으면 하지 않았을 거예요. 사랑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배려와 희생은 꼭 있어요. 그게 없으면 유지가 안 되죠. 그리고 난 사랑에 이유를 다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아무런 이유 없이 그 사람이 좋아서 만나게 되는 거죠"라고 답했다.
"내가 보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만 보려고 강요하게 되는데 그게 많이 싫어요. 그렇게 안 하려고 노력하죠"하고 뒤이어 말하더니 "아직도 이런 사랑이 있다고 생각해요. 분명 있을 거고"라고 힘주어 자신의 답을 마무리지었다.
"'오직 그대만' 속 소지섭이 연기한 캐릭터, 철민이 실제로는 없을 것 같다. 여자들에게 환상만 주는 캐릭터인 것 같다"라는 솔직한 인상을 밝히자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마치 그 자신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듯 말이다.
이 무뚝뚝해 보이는 배우에게도 이런 면이 있다니 놀라며 "여자친구에게는 그래도 무뚝뚝하죠"라고 물어보았다. "최대한 노력은 해요. 안 그럴려고. 그래도 늘 진지하게 돼버리죠. 농담조차도."
소지섭은 그렇게 짧은 인터뷰동안 사랑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 톱스타의 실제 연애는 끝내 알 수 없겠지만, 그래도 극의 인물이 돼 빠져버린 사랑의 여운은 또렷하게 기억에 남게됐다.
"감정을 유지하는 게 오래 걸리는 편이어서 한 번 놓치면 잡기가 힘들어요. 그 전날부터 준비하고 나가는 편이죠. 그런데 영화라는 것이 세팅이 오래 걸리잖아요. 그 감정을 유지하고 몇 시간 버틸려면 힘들더라고요. 그걸 2~3개월 했으니. 연기할 때 가슴이 정말 아팠고 끝나고 한 달 정도 정말 힘들었어요. '회사원' 안 들어갔으면 지금도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인터뷰의 주제가 사랑이었던만큼, 내친 김에 이상형도 물어봤다.
"제 일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요. 오래하다 보니 왜 선배들이 그런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아요. 또 좋아하는 것 보다는 싫어하는 것이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건 맞춰줄 수 있는데 싫어하는 것이 안 맞으면 정말 힘들더라고요."
[소지섭. 사진 = 부산 곽경훈 기자kphoto@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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