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최근 부진을 단번에 씻는 투구였다.
SK 외국인 우완투수 브라이언 고든이 호투했다. 고든은 11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 KIA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5⅓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
입단 직후만 하더라도 SK 선발진 에이스 역할을 하던 고든이지만 이후 하향 곡선을 그렸다. 특히 9월 이후 등판한 6경기에서는 2승 2패 평균자책점 5.67로 부진했다. 승리는 있었지만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는 단 한 차례도 하지 못했다. 여기에 매경기 상대팀에게 3점 이상 허용했다.
때문에 고든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송은범에게 2차전 선발을 내주고 3차전에 나서게 됐다. 이날 경기에 앞서 이만수 감독대행도 "고든이 5회까지만 막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밝히며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날 고든은 6회 1아웃까지 KIA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하지만 초반 투구는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고든은 1회에만 29개의 공을 던졌다. 재미있는 점은 29개의 공을 던지며 단 한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용규와 이범호에게 각각 12개의 공을 던지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승자는 고든이었다. 이용규는 삼진으로, 이범호는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2회에는 실점 위기를 맞았다. 고든은 선두타자 최희섭을 평범한 포수 뜬공으로 유도했지만 정상호가 공을 놓치며 선두타자를 내보냈다. 이어 김상현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내며 무사 1, 2루를 허용했다. 자칫하면 조기 강판 위기까지 몰릴 상황.
하지만 안치홍의 희생 번트 시도 때 두 명의 주자를 한꺼번에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고 김선빈마저 초구에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3회와 4회는 무난히 넘어갔다. 3회를 삼자범퇴로 넘긴 고든은 4회 2아웃 이후 최희섭에게 이날 경기 첫 안타를 허용했지만 그 뿐이었다.
5회에도 안정된 투구를 이어갔다. 안치홍은 1루수 파울 플라이, 김선빈은 2루수 땅볼, 차일목은 좌익수 뜬공으로 가볍게 막아냈다.
이후 6회들어 이현곤에게 중전안타, 이용규에게 1루수 파울 플라이를 기록한 뒤 마운드를 박희수에게 넘겼다. 박희수가 앞선 주자를 홈으로 들여보내지 않으며 고든의 무실점 경기가 완성됐다. 투구수는 82개였다.
고든의 트레이드마크는 낙차 큰 커브다. 하지만 이날은 커브 대신 직구를 활용해 KIA 타선을 제압했다. 대부분의 범타는 직구에서 나왔다. 3회 이후 커브의 비중도 늘었지만 이는 양념 수준이었다. 커브로 범타를 유도한 것은 5회 2아웃 이후 차일목의 좌익수 뜬공이 유일했다.
사실 고든이 9월 이후 부진했던 이유도 직구의 힘이 떨어졌던 것이 가장 컸다. 하지만 이날은 최고구속이 148km까지 나올 정도로 구위를 회복했다. 직구에 힘이 있어야 변화구도 살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운 고든이다.
[사진=SK 선발 브라이언 고든]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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