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세호 기자] SK가 KIA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패배 후 2연승을 달리며 2-1로 시리즈를 리드했다.
SK는 지난 1차전에서 KIA 에이스 윤석민에게 완투패을 당했지만 2차전과 3차전에서 불펜진이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으며 KIA 타선을 완벽히 봉쇄했다.
철옹성과도 같았던 SK 불펜과는 반대로 KIA 불펜은 끝까지 버텨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2차전에선 연장 11회까지 한기주가 4이닝을 던졌지만 결국 끝내기 안타를 맞았고 3차전은 5회까지 0-0의 팽팽한 균형을 이루다가 6회초 KIA 유동훈이 안치용에게 2타점 중전안타를 허용해 SK에 승기를 내줬다.
큰 경기, 특히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일수록 득점을 최대화하는 것보다는 실점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승리 방정식이 될 확률이 높다. 제 아무리 뛰어난 타자라고 해도 안타를 칠 확률은 30%대이며 정규시즌과는 비교할 수 없게 세밀한 분석이 이뤄진 상황에선 약점을 공략당하기 쉽다. 만일 전력분석이 적중이라도 한다면, 그 타자는 어느덧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버리고 그대로 포스트시즌은 끝나버리게 된다.
일단 3차전까지 만을 놓고 보면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전형적인 단기전 흐름이다. 타자들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상대의 호수비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2차전 결정적인 순간에서 SK 중심타자 최정은 KIA 유격수 김선빈의 다이빙 캐치 호수비에 1타점 중전안타를 도둑맞았고 이후 최정은 12타석 동안 안타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KIA는 타선 전체가 마치 번트 공포증이라도 걸린 듯 희생번트 시도 마다 SK의 내야진에 걸리며 실패가 반복됐다.
이런 점에서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리드를 잡고 있는 SK는 페넌트레이스와 같은 장기전뿐이 아닌, 단기전에도 최적화된 팀이다. SK는 빈틈없는 수비, 상대에 대한 철저한 전력분석, 타선의 집중력 등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SK의 막강함은 높은 불펜에서 나온다. SK는 좌투수, 우투수, 사이드암투수까지 모든 부분에서 리그 최강급의 불펜진을 구축, 그야말로 입맛에 맞게 상대 타선을 처리할 수 있는 팀이다.
올 시즌 비록 SK가 5년 연속 팀 평균자책점 1위 자리를 차지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기존의 정대현과 정우람, 그리고 이승호에 왼손 스페셜리스트 박희수, 후반기 마무리로 성공적인 모습을 보인 파워피쳐 엄정욱이 호투하며 위용을 뽐내고 있다. 결국 실점을 최소화하며 경기 끝까지 한 순간도 상대에게 빈틈을 보이지 않게 하는 높은 불펜진의 힘이 승부를 가르고 있는 것이다.
SK와는 달리 KIA는 불펜 운용 자체가 매번 미지수다. 2009년 팀 우승 당시 마무리를 맡았던 유동훈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그때의 모습이 아니며 한기주와 김진우는 공백 기간이 길다. 좌완 양현종은 긴 슬럼프에 빠져있으며 심동섭은 경험이 부족하다. 누가 나오더라도 불안하고 계산도 안 선다.
궁지에 몰린 KIA는 4차전 선발로 윤석민을 예고했다. 1차전 완투승을 거뒀지만 고작 3일 쉬고 등판. 게다가 오른손 상태도 100%가 아니라 한다. 3일전 109개의 공을 던진 윤석민이 4차전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마운드를 지킬지는 알 수 없지만 윤석민이 두 번 연속으로 완투를 할 가능성은 지극히 떨어진다. 윤석민에게 퀄리티스타트 수준의 호투는 기대해도 강판 후에 양 팀은 여전히 불펜 싸움을 벌일 수 있다.
반면 2승 1패로 시리즈를 리드한 SK는 여유가 있다. 4차전 선발로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투수 보직을 받은 윤희상이 낙점됐으며 이로 인해 고효준, 이영욱과 같은 선발 자원들은 불펜에서 대기하여 불펜진의 위력을 배가 시키게 됐다. 윤희상이 초반부터 고전하면 이들을 투입하겠지만 윤석민과 대등한 승부라도 하게 된다면 이후 불펜 싸움을 통해 승기는 SK를 향할 것이다.
물론 야구에 100%는 없다. 4차전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화끈한 타격전이 될 수도 있고 윤석민은 이른 등판 속에서도 기적을 만들 수 있다. 어쨌든 SK 입장에선 현상 유지를, KIA 입장에선 지금까지의 흐름을 뒤엎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 4차전이 될 것이다.
[왼쪽 부터 SK 박희수, 정우람, 정대현, 엄정욱.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세호 기자 drjose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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