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5회까지만 던져줬으면 좋겠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이 2차전 송은범, 3차전 브라이언 고든을 선발 투수로 예고한 뒤 한 말이다. 결과는 그 이상이었다. 이들은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제 역할 이상을 해냈다. 덕분에 SK 역시 1패 뒤 2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이 감독대행의 이러한 발언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었다. '5이닝'이라는 선발투수의 최소한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시즌 막판 SK 선발진이 '최소한의 역할' 조차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송은범과 고든의 경우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 물론 송은범의 경우 이 감독대행이 일찌감치 선발로 구상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시즌 마지막 경기를 제외하고 중반 이후 줄곧 불펜에서만 등판했기에 어느 정도까지 던질지는 의문이었다. 고든은 9월 이후 6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단 한 번도 기록하지 못한 채 평균자책점 5.67로 부진했다.
2, 3차전 종료 후 이만수 감독대행의 걱정은 안도로 바뀌었다. 2차전 선발 송은범은 6이닝 5피안타 5탈삼진 1사사구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비록 1-2로 뒤진 상황에서 물러나 승리투수와는 인연이 없었지만 KIA와 선발 싸움을 대등하게 한 것만으로도 대성공이었다.
경기 후 이 감독대행은 "선수들이 악조건 속에서 하고 있다. 특히 고마운 것은 송은범이다"라며 "굉장히 팔꿈치가 안좋은 상태인데 이 깨물고 본인이 계속 던지겠다고 했다. 결국 6회까지 던지는 덕분에 어려운 경기지만 승리하게 됐다"고 수훈 선수로 송은범을 꼽을 정도였다.
3차전 고든의 투구도 이 감독대행을 웃게 했다. 고든은 1회 선두타자 이용규와 12개까지 가는 승부를 펼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4회 2아웃 이후 최희섭에게 첫 안타를 맞을 정도로 안정된 투구를 보였다. 6회 1아웃까지 KIA 타선에게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승리투수 또한 고든의 몫이었다. 이 감독대행 또한 "내가 팀을 맡은 후 고든이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KIA 타자들의 타격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떨어져있는 점도 이들의 호투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송은범이 6회까지 6명, 고든이 6회 1아웃까지 3명의 주자만을 내보낸 것은 불펜투수들에 비해서도 비교 우위에 있다.
SK 마운드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선발이 아닌 불펜이다. 하지만 이 불펜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선발투수들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송은범과 고든은 그동안의 우려를 씻어내며 호투했고 그 사이 이만수 감독대행의 선발 걱정도 한 순간에 날아갔다.
[사진=2, 3차전에서 호투를 선보인 송은범(왼쪽)과 고든]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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