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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대중에게 송혜교는 스크린에 기반을 둔 영화 배우 보다는 브라운관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연예인의 느낌이 강했다.
그를 스타로 만든 ‘올인’과 ‘풀하우스’ 등 대표작이라 부를 수 있을 만한 작품들은 배우의 연기 보다는 캐릭터성에 중점을 뒀다.
스크린에서 송혜교의 이미지 또한 그랬다. 2007년작 ‘황진이’를 통해 극장가에서도 성공적인 배우로 거듭났지만, 이마저 캐릭터 자체의 강렬한 이미지에 힘입은 것이지 연기력에 대한 주목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의 송혜교의 필모그래피는 독특하다. 스스로의 한계를 깨기 위한 몸부림이었을까? 유부남을 유혹하는 메이드로 변신한 ‘페티시’(2008년작)를 비롯해 옴니버스 형식인 ‘카멜리아’(2010년작)까지 마치 송혜교의 출연작들은 신인배우의 그것을 연상케 했다.
대중은 그런 송혜교의 변신을 가까이에서는 접하지 못했다. 대규모 개봉을 하지 못하는 작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송혜교가 서른이 넘어 선택한 ‘배우 2막’을 영화 ‘오늘’(감독 이정향)을 통해 접할 수 있게 됐다.
영화 ‘오늘’은 송혜교로 시작해 송혜교로 끝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직 방송국 PD던 다혜(송혜교 분)가 1년 전 약혼자를 불의의 사고로 잃게 되지만 그 가해자가 고교생임을 알고 용서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약혼자를 죽게 만든 가해자를 용서한 다혜는 비슷한 사고에 대해 용서하는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지만, 지민(남지현 분)은 그에게 용서에 대한 이유와 후회를 묻는다.
실제로 언론 시사회 이후 배우들에게 질문이 쏟아지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이정향 감독에게 질문이 쇄도 했다.
하지만 ‘오늘’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송혜교가 그 중심이다. 분명 이전 작과 다른 것은 송혜교의 연기다.
다혜는 배우들이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연기의 포인트도 특별한 버릇도 없이 무덤덤하기만하다. 수 차례 감정을 폭발시킬 법하지만 그 폭이 크지 않다.
송혜교 또한 다혜를 연기함에 있어 “절제에 중점을 뒀다. 흘러가는대로 연기해야 했다”고 그 포인트를 설명했다.
영화 ‘오늘’을 송혜교의 팬들이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다면 ‘풀하우스’와 ‘올인’ 등의 송혜교는 잊어야 할 것이다. ‘오늘’ 속의 송혜교는 생소하기만 하다. 영화 홍보를 위해 공개된 예쁜 스틸컷에 담긴 송혜교의 모습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는다면 그 무거운 주제 속에 아쉬운 발길을 돌릴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 미인으로 불리는 송혜교 답게 그의 모습은 스크린에서 빛이 난다. 하지만 배우를 돋보이기 위한 영상의 미학이 아니라 그 본래의 모습일 뿐이다.
‘오늘’은 스타 송혜교를 위한 작품이 아닌 다혜를 연기하기 위한 한 명의 배우로 기용했다. 그 안에서 송혜교는 ‘스타’가 아닌 ‘배우’로 거듭났다. 개봉은 27일.
[사진 = 롯데 엔터테인먼트]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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