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유정 기자] KIA 타이거즈는 준플레이오프서 1승 3패,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어 SK 와이번스에게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KIA에게 준플레이오프는 한기주와 김진우 두 명의 마운드 희망을 발견한 뜻 깊은 시간이었다.
조범현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앞서 한기주를 두고 깜짝 선발 카드 기용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그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컨디션 조절 차 두 번 선발 등판했다.
한기주는 지난달 29일 잠실 두산전서 5이닝 1실점을 올리며 1936일 만에 선발승을 챙겼다. 이어 4일 광주 SK전에서는 2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적은 이닝 수를 소화한 것은 그의 오른 중지에 물집이 잡혔기 때문.
선발 등판 때마다 좋은 컨디션을 보였기에 준플레이오프에서 한기주가 선발로 오를 가능성은 높아 보였다. 특히 4일에는 준플레이오프의 맞상대인 SK를 상대로 호투를 했다는 것에 의미가 컸다.
하지만 그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불펜에서 몸을 풀었다. 드디어 2차전에 선발 로페즈에 이어 구원 등판한 그는 4이닝동안 72개의 공을 뿌리고 2피안타 5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한기주는 최고 구속 149km짜리 직구와 스트라이크존에서 낮게 떨어지거나 바깥쪽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슬라이더 그리고 간혹 포크볼을 섞어 SK 타자들을 제압했다.
물론 이닝이 거듭되고, 투구수가 많아지면서 제구력에 어려움을 겪어 5개의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지만 분명 그가 보여준 피칭 내용은 좋았다.
조범현 감독도 "(한)기주가 많이 좋아진 모습이다"며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 주지 못해 패전이 됐지만 피칭은 상당히 좋았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기주는 "100%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만족한다"며 "이제야 마운드에서 감을 좀 잡은 것 같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차전서 한기주가 영웅으로 떠올랐다면, 3차전에서는 '돌아온 폭포수 커브' 김진우가 빛났다.
김진우는 지난 2006년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 이후 5년만에 포스트시즌 엔트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준플레이오프 엔트리 합류 후에도 조범현 감독은 "김진우의 활용방침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정해진 바 없다"며 "경기를 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준플레이오프)2차전에 몸을 풀라고는 했지만 내가 그 상황에서 (김)진우를 어떻게 올리겠냐"며 "정규 시즌 때 제대로 안 뛰어봐서 경기 감각적인 면이 걱정이 된다"고 김진우에 대해 불안감을 내비쳤다.
이에 3차전 6회초 2사 만루 상황, 롱릴리프로 마운드에 오른 그는 3⅓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으로 눈부신 호투를 했다. 이날 김진우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7㎞까지 나왔고 주무기인 파워 커브의 각도도 예리하게 떨어졌다. 여기에 130㎞ 중반대 포크볼를 섞어 SK 타선을 요리했다. 조범현 감독의 걱정을 말끔히 씻어내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김진우는 "결과적으로 지긴 했지만 투구내용에 대해서는 만족한다"며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긴 하지만 앞으로 채워나가다 보면 좋은일들이 많지 않겠냐"라고 속내를 전했다.
한기주와 김진우는 모두 어려움을 겪고 올 시즌 마운드로 돌아온 선수들이다. 한기주는 지난 2009년 11월 20일 LA조브클리닉에서 오른쪽 팔꿈치 내측 인대 재건술과 팔꿈치 뒷편 골편 제거 수술을 받은 후 재활을 거쳐 약 20개월 만에 1군 무대를 밟았다.
김진우는 2007년 이후 부상과 복잡한 사생활, 그리고 팀 무단이탈과 임의탈퇴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 이후 마음을 추스르고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결과론적으로 KIA의 플레이오프행 좌절은 뼈아프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걱정과 우려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해준 한기주와 김진우의 부활이 KIA에게 있어 그 어느 것 보다 더 값지다.
[왼쪽부터 KIA 한기주와 김진우. 사진 = 마이데일리 DB]
김유정 kyj765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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