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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지난 6월 고려대 의대생들이 같은과 여학생을 성추행한 사건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건국대 재학생 2명이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성폭행 피해 여성은 학교 게시판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실명으로 이를 폭로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여성은 자신의 이름 뿐 아니라 상대 남자들의 신상까지 모두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5월 5일 밤 11시께 A씨(26)는 "친구를 보여주고 싶다"는 B씨(건국대 4학년)의 연락을 받았다. B씨를 이성으로 좋아하던 A씨는 기쁜 마음에 약속 자리에 나갔다. B씨는 다른 학교 친구라면서 동갑내기 C씨를 소개했고 셋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술을 마셨다. A씨는 1차 이후 너무 취해 정신을 잃었고 다음날 아침 눈을 뜬 A씨는 자신이 전날 처음 본 C씨와 낯선 모텔방에 누워 있는 걸 발견했다. A씨의 옷은 다 벗겨진 상태였고 A씨는 경찰에 C씨를 신고했다. C씨는 처음에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다 결국 성폭행 사실을 자백했다.
A씨의 충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B씨가 친구의 성폭행 의도를 알고서 그 날 일부러 자리를 만들었다는 것. C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와 공모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B씨가 다른 학교 친구라고 소개했던 C씨가 사실은 건대 학우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B씨는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준강간 방조 혐의를 두고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B씨는 A씨에게 사과를 하며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부탁했고 B씨 아버지도 아들의 미래를 생각해달라고 사정했다. C씨 역시 죄를 뉘우치고 있다며 고소 취하를 부탁했다. 고민 끝에 A씨는 B씨에 대한 고소만 취하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이후 C씨의 연락도 뚝 끊겼다.
지난달 말 A씨에게 검찰에서 보낸 우편물이 한 통 도착했다. B씨 뿐 아니라 성폭행한 C씨까지 고소가 취하됐다는 내용이었다. A씨가 서명한 고소 취하 서류에는 B씨의 이름만 적혀 있었지만 형사법 233조에는 "피의자가 2명인 사건의 경우 피의자 1명에 대해 고소를 취하하면 다른 피의자는 자동으로 고소가 취하된다"고 돼 있다는 걸 A씨가 몰랐던 것. A씨는 이런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고 검찰에 찾아갔으나 "법 규정상 그렇다"는 말만 들었다.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자신을 성폭행한 남자를 제 손으로 풀어준 셈이 된 A씨는 지난 11일 두 남자가 다니는 건대에서 자살까지 기도했다. A씨는 인터넷에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고 네티즌 사이에 B씨와 C씨를 비난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에 B씨 아버지는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태. 검찰은 지난 9월말 이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사진 = KBS 방송 화면]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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