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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지난 15일, 제 8회 '2011 아시아송 페스티벌'(이하 '아송페')이 막을 내렸다.
대구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아송페'는 아시아 6개국을 대표하는 가수, 그룹 13개 팀이 한자리에 모여 아시아 음악팬들과 함께 희망의 멜로디를 나누는 화합과 교류의 장이다. 이날 공연은 KBS 전현무 아나운서와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이하늬의 공동사회로 진행됐다.
이날 대구 스타디움에는 국내 관람객 뿐 아니라 일본, 중국, 홍콩 등 해외 팬들이 대거 방문해 3만 7천여 좌석이 모두 매진됐고 국내외 30여 매체가 모여 그 열기를 더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진행된 '아송페'에서는 높아진 한류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객석에는 아시아 팬들 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지에서 한류스타를 직접 보기 위해 모여든 팬들로 가득했다. 심지어 평소 보기 힘들었던 히잡(Hijab)을 쓴 팬들까지 축제에 동참했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던 외국 관람객들은 가수들의 무대뿐만 아니라 국내 팬덤(Fandom) 문화에 관심을 보였다. 외국인들의 카메라 방향은 무대가 아닌 객석을 향해 있었고 잘 짜여진 그룹의 댄스만큼 일사불란하게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질서정연하게 공연을 관람하며 목청껏 가수를 응원하던 팬들의 질서는 불과 5분만에 무너졌다. 이승기의 무대 후반부터 한 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한 빗줄기는 점차 굵어졌고 이승기의 뒤를 이어 무대에 오른 홍콩스타 고거기(Leo Ku)의 무대에 이르자 장대같은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구 스타디움 뒤쪽 상단에 자리한 팬클럽들은 지붕이 있어 비를 피할 수 있었지만 무대 앞 좌석에 앉아있던 팬들은 비를 피할 수 없었다. 한 두명씩 우산을 펴기 시작했고 몇몇 가족단위 관람객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객석 밖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뒤쪽에 앉아있던 팬들은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한명이 움직이자 너도나도 앞으로 이동했고 객석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우산이 뒤엉켜 무대를 볼 수 없었고 그룹들의 수준높은 퍼포먼스와 한류열풍의 본 공연을 관람하던 외국인들은 자리에 앉은 채 무대가 아닌 관객들의 등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주최측은 공연을 일시 중단시켰고 사회를 맡은 전현무 아나운서는 "여러분의 안전이 우선이다. 자리에 돌아가 앉아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10여 분의 시간이 흐른 뒤 비가 그쳤고 스태프와 경호원들의 도움으로 객석은 간신히 진정됐다. 하지만 무대 앞 자리는 이미 팬들로 가득찬 상태, 이후 일본의 테크노 걸그룹 퍼퓸의 무대가 시작됐지만 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무대 가장자리에서 의자 위로 올라가 무대를 봐야 했으며 취재진 좌석조차도 관객들 차지였다. 무대 앞에는 수많은 관객이 바닥에 앉아 경찰병력까지 동원돼 바리케이드가 넘어지는 것을 막아야 했다.
게다가 최근 들어 높은 한류의 열기를 확인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공연으로 손꼽혔다. 내가 보고 싶은 가수를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기 위한 이기적인 팬심이 뒷사람을 조금이라도 배려하기 위해 자리를 지킨 대다수 사람들의 시선을 막았다.
이승기는 무대 중간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섰던 무대 중에 가장 큰 무대인 것 같아 너무 긴장된다"는 말을 전했다. 그만큼 '아송페'는 단순한 공연의 의미를 넘어선 공연이었고 가수들의 준비와 마음가짐은 그 어느 때보다 남달랐을 것이다. 불과 10분간 내린 비로 공연을 일시중단해야 될 정도의 상황이 만들어졌다면 그 책임은 가수도 주최 측도 아닌 질서의 주체, 팬들에게 있음이 당연하다. 높아진 한류위상만큼 한류열풍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팬덤문화 역시 함께 높아져야 할 것이다.
[폭우로 비를 피하는 관객들, 열창하는 소녀시대 제시카, 팬들에게 인사하는 이승기와 MC 이하늬(위쪽부터).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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