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하진 기자] 한때 송승준은 자신의 아파트에서조차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야구도시' 부산에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준플레이오프의 부진에 대해 한마디씩 던지곤 했다.
송승준은 지난 2008년부터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서 패만 떠안았다. 평균자책점은 무려 15.88이나 됐다. 정규시즌에서 '에이스'였지만 단기전 마운드에만 오르면 부진했던 것이다. 이런 성적에 제일 힘든 것은 본인이었다.
이랬던 송승준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게됐다. 전날 팀이 패했기 때문에 더욱더 막중한 임무를 지고 있었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이날 승리는 간절했다.
플레이오프 직전에 가진 미디어데이에서 송승준은 "이제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는 것 같다. 올라갈 데 밖에 없다"며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이런 비장한 마음을 먹고 마운드에 오른 송승준은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호투를 펼쳤다. 총 103개의 투구수를 소화하며 6이닝 5피안타 3볼넷 6탈삼진 1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직구와 커브를 주무기로 사용했던 송승준은 직구 최고 구속은 148km를 찍었다.
SK 이만수 감독 대행도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 들어 제일 잘 던진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였다.
경기 후 송승준은 "지난 3년 동안 너무 부진해서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얼굴도 못 들고 다닐 정도로 괴롭고 창피하고 그랬는데 그게 약이 됐던 것 같다"라며 그간 심경을 전했다.
송승준은 마운드에서 지난 3년간 점수를 내던 순간을 떠올렸다. 아쉬웠던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더욱 정신이 바짝 들었다. 송승준은 "그게 약이 된 것 같다"며 "지난 3년 동안 나 혼자 두드려 맞아서 무너진 것보다 제구가 안 되서 도망가는 피칭으로 가다가 많이 무너졌기 때문에 오늘은 홈런을 맞더라도 공격적인 피칭으로 가서 결과를 보기로 했다"며 마운드에 올랐던 마음가짐에 대해 설명했다.
동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넘쳐났다. 함께 배터리로 호흡을 이뤘던 포수 강민호와는 경기전부터 공격적인 피칭으로 가겠다며 마음을 다잡았고 1회 정근우의 안타성 타구를 잡아준 2루수 조성환에 대해서도 한없이 고마웠다.
이날 SK 주자에 대한 견제도 날카로웠다. 1회와 3회 수시로 견제구를 던져 주자의 발을 묶었던 송승준은 6회 2사후 볼넷으로 내보낸 박재상을 1루에서 견제사시켰다. 본인도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할 정도로 벅찬 기분을 표현했다.
이에 송승준은 "보통 사인 나오면 견제를 많이 하는 편인데 오늘은 사인 안 나가도 견제를 하고 죽이자는 의미보다 타자의 리드를 줄여서 못하게끔 하는게 목표였다. 헛발을 디뎌서 죽었는지 운이 많이 따른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지난 1999년 10월 22일 한국시리즈 1차전 사직 한화전 이후 4378일만에 홈경기 승리를 거머쥐게 됐다. 1999년 당시 미국으로 진출해 롯데에 없었던 송승준이었지만 "팬들에게 부끄럽고 그동안 홈에서 좋은 경기를 못 보여드려서 죄송스럽다"며 팬들을 향해 미안함을 표했다. 이어 송승준은 "하지만 지나간 과거는 과거고 오늘을 필두로 한국시리즈 5차전 있으니까 좋은 성적으로 홈 12연승 이어가도록 분발하겠다"며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바닥을 쳤던 송승준이었기에 이제 오를 날만 남은 것이다.
[롯데 송승준.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