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늘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했는데 이런 상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생애 첫 여우주연상을 손에 쥔 데뷔 15년차 배우 김하늘이 끝내 눈물을 쏟았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제 48회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이 거행됐다. 총 19개 부문에서 수상작(자)를 발표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시상식은 숱한 배우와 연출자, 제작자에게 상을 줬지만 정작 시상식 자체의 과정은 아쉽기만 했다.
올해 대종상은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김의석)에서 진행 과정을 문제로 예산을 지난해 보다 3억3000만원에서 40% 가량 줄어든 2억 원만 배정했다가 이마저 집행보류했다.
대종상 측은 영진위에 '심사의 투명성'과 '독립성 확보', '신구 영화인들의 화합', '심사제도 개선' 등 운영 개선안을 낸 끝에 시상식이 한 달이 채 안 남은 지난달 22일 겨우 예산을 받을 수 있었다.
또, 영화제를 지원했던 서울시가 고사의 뜻을 밝히자 대종상은 안양시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안양시 의회 의원들이 지원을 반대했고, 단상 점거 사태까지 벌이는 해프닝을 겪었다.
이 같은 진통과 함께 개막 기자회견 또한 잡음이 일었다. 한국 최고 권위의 시상식임을 자부하는대종상이 강남의 한 일본 자동차 전시장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
왜 영화 시상식 행사를 극장 등이 아닌 자동차 전시장에서 하는지에 대한 답은 누구도 하지 않았다. 도요타는 대종상의 메인 스폰서 중 하나다. 이후 대종상 측은 돈 벌기에 여념이 없었다. 영화상의 취지 및 행사를 알리기 위해 존재하는 보도자료는 도시락 업체 등 각종 후원사 홍보의 장으로 전락했다.
시상식 전까지 대종상 관련한 기사는 후원업체와의 계약 체결 등 영화라는 의미를 떠난 듯 보이기 까지 했다.
대종상은 지난 12일 19개 부문의 후보작(자)의 명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명단은 17일 시상식당일이 되자 변동이 발생, 참석자에 따른 후보 발표가 아닌가 하는 논란까지 일었다.
특히 ‘써니’의 주인공 심은경은 처음 발표한 후보 명단에는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당일 발표한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심은경 뿐만 아니라 류승범(남우주연상), 류승룡(남우조연상), 서영희(여우조연상)까지 빠졌다.
이에 대종상 측은 "동점자가 생겨 6명의 후보자가 노미네이트 된 4개 분야에서는 전문가 심사위원들이 13∼16일 4일간 동점자를 대상으로 재심사 후 2차 투표를 실시해 최종 후보를 오늘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일반 심사위원들이 심사한 후보에는 남녀 주연, 조연상 4개 부문에서 6명씩 후보로 꼽았지만, 전문 심사위원들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 그렇다면 대종상 측은 불완전한 후보 리스트를 공개해 이 같은 논란을 자처했는지 또한 의문이다.
이날 시상식에서 미술상을 수상한 ‘조선명탐정’ 제작사인 청년필름의 김조광수 대표는 트위터에 ‘대종상 아직도 하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수상작 제작사 대표의 입에서 나온 비아냥조의 지적은 대종상에 대한 영화계의 시선을 대변하는 것이다.
[사진 =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하늘]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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