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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선애 기자]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극본 권기영/연출 손정현)는 현실과 드라마 속에서 그려졌던 재벌관을 완전히 깨버린 유쾌한 이야기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가진 것 없지만 당당한 여주인공 노은설이 재벌 세계에 날아들어간 ‘우주 돌멩이’가 돼 바람을 일으켰고, 결국 모든 걸 바꿔놓았다. 족벌 경영, 편법 계승, 불법 비자금 같은 재벌들의 더러운 이면을 노은설은 그만의 방식대로 차지헌(지성 분)과 함께 하나씩 바꿔 나갔다.
배우 최강희(34)는 그런 노은설을 완벽히 연기했다. 최강희는 노은설의 만화 같은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었고, 최강희 안에서 노은설은 드라마 속 허구의 인물이 아닌, 어딘가에서 재벌 간부의 비서 일을 하며 살고 있을 것 같은 그런 존재로 살아났다. 그렇게 혼연일체했던 탓인지, 최강희는 노은설과의 이별이 어려웠다.
“평소엔 작품이 끝나면 잘 정리하는 편인데, 이번 작품은 되게 이상해요. 캐릭터나 내용이 비현실적이라 그런지 꿈을 꾼 것도 같고, 그 세계는 어디서 굴러갈 것도 같고, ‘은설이는 잘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되게 이상해요. 이런 느낌 처음인데, 저만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지성씨나 김재중씨도 다 그렇대요. 우주돌멩이가 우리를 한 번 싹 스치고 지나간 거 같다고. 이게 ‘보스를 지켜라’의 매력인가 봐요.”
노은설을 너무 잘 표현해 실제 성격이 이와 비슷할거라 여겨졌던 최강희는 “걘 목소리가 너무 크고 주장이 세다”며 손사래를 쳤다. 실제로는 노은설처럼 그렇게 할 말 다하는 성격은 아니라는 것.
“전 어디 판을 바꿔놓기 위해 제 몸을 던질 정도로 정의롭지는 않아요. 노은설은 목소리가 너무 크고 주장이 세요. 전 파장이 무서워 그렇게 내지르지 못해요. 막 큰소리 내고 ‘이건 아닙니다!’ 그런걸 못해요. 말 끝을 흐리며 ‘아닐…걸요?’ 이 정도죠. 노은설처럼 소리지르는 걸 어디서 연습도 못해서 촬영장에서 직접 연기로 부딪쳤는데, 다행히 다 되더라고요. 사랑에 관해서도 노은설과 달라요. 전 노은설보단 더 정확한 편이에요. ‘나 너랑 불가능할 거 같아’ 라며 아니면 아니라고 하는 성격인데, 노은설은 모성본능 때문에 사랑에 있어서는 애매한 모습을 많이 보였죠. 노은설답지 못하게요.”
“노은설이 저와 다 다른데, 명란이와의 친구 관계, 친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 건 비슷해요. 노은설한테 부러운 점은 만나는 사람마다 다 자기를 좋아하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이 있다는 거에요. 그게 너무 멋있고 부러워요. 누가 날 싫어한다고 웅크리고 있는게 아니라, 뒤돌아 다른 친구를 만들고 또 새로운 세계를 만들며 소통해나가는 거. 그런 면이 너무 멋있어요.”
그렇다면 재벌남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노은설은 차지헌과 차무헌(김재중 분) 두 재벌남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고, 그들의 동네를 옳은 방향으로 바꿔놨지만 결국 그 동네에 들어가는 신데렐라가 됐다. 최강희는 그런 노은설과 달리 재벌남에겐 관심조차 없었다.
“재벌남은 근처에도 안 가고 싶어요. 사람 함부로 장담하는 건 아니지만, 옛날부터 이상한 선입견이 있었어요. 저 어렸을 땐 방학 때 스키장 가는 애들은 부자였거든요. 그럼 스키 탄다는 애들은 싫었어요. 골프도 왠지 럭셔리한 스포츠 같고. 이런 제가 바뀌어봤자 얼마나 바뀌겠어요. 전 그냥 우리 동네가 좋아요. 그게 연예계라기 보단, 최강희가 살고 있는, 최강희의 동네요. 전 그게 좋아요.”
“이상하게 남들은 다 해봤는데 전 안 해본 캐릭터가 있어요. 똑똑하고 얌전하고 착한 여자 캐릭터요. ‘학교’란 드라마 이후 제가 보이시 캐릭터를 입으면서 얌전한 여자 연기를 못해봤어요. 전형적인 멜로의 여주인공들 있잖아요. 그런게 저한텐 이제 제의도 안 들어와요. 특이한 배역들만 ‘강희 네가 하면 괜찮아. 안 나빠 보여’라며 들어오는데, 거기서 좀 벗어나고 싶어요. 얌전한 여자 캐릭터를 제가 한다면 어떻게 할 지, 저도 궁금해요. 그래서 해보고 싶어요.”
‘배우’ 최강희가 싫어하는 또 하나는 자신의 연기에 ‘4차원’이란 단어가 붙는 것이다. ‘인간’ 최강희를 설명할 때 ‘4차원’이 붙는 건 좋기까지 하지만, 연기에 ‘4차원’이 붙으면 배우로서의 역량에 한정을 짓는 일이기 때문이다.
“4차원이란 말은 그냥 최강희한테 붙으면 좋겠어요. 실제 최강희한테 붙는 건 좋기까지 해요. 근데 연기에 지장 안 되는 선에선 뭘 갖다 붙여도 괜찮은데, 그게 연기에까지 붙으면…’배우 최강희’는 그렇게 안 봐주면 좋겠어요.”
→②에 계속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강선애 기자 sak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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