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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선애 기자]‘개인의 취향’, ‘프레지던트’ 등 전작의 영향으로 ‘차도녀’ 이미지가 강한 배우 왕지혜(26). 그런 그녀가 최근 종영한 SBS ‘보스를 지켜라’에서 재벌녀 서나윤 역을 연기하며 사정없이 망가졌다. 마스카라가 번지도록 엉엉 울고 최강희의 엉덩이에 아이스크림 콘을 꽂아 넣기도 했다.
그럼에도 “교육의 힘!”을 외치며 평정을 되찾으려 하는 그녀는 차마 ‘악녀’가 되지 못한 귀여운 모습으로 안방극장에 새로운 재벌녀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코미디 장르를 안 해봐서 처음엔 제가 잘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닐거라 생각했어요. 근데 해보니 분명 제 안에 코미디의 감각이 있더라고요. 감독님과 동료 배우들이 잘 이끌어 주고 저도 나윤이에게 모든 걸 맡기니, 자연스럽게 코믹함이 스며들어 연기가 나왔어요. 그동안의 재벌녀 이미지가 완전히 깨졌죠. 엄마나 친구들도 ‘이제 네가 나오는 드라마를 편히 볼 수 있게 됐다’고 해요. 제 역량만큼 해낸 거 같아요.”
“예전엔 몸에 맞지 않는 연기를 하는 느낌”이었다는 왕지혜는 이번 ‘보스를 지켜라’의 서나윤을 표현하며 지금껏 자기가 연기한 것들 중 가장 마음이 편했다고 한다. 그만큼 서나윤과 왕지혜가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는 소리다.
“저한테 나윤이의 모습이 있다없다 해요. 나윤이의 말투나 표정, 특히 리액션이 큰 부분은 저랑 비슷해요. 전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땐 너무 맛있어 하고, 울 때는 서럽게 울어서 사람들이 ‘넌 표현이 과한 거 같아’라고 하거든요. 나윤이가 편한 친구들과 있을 때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줬는데, 그건 저랑 비슷하죠. 반면 나윤이처럼 자기 싫다는 남자를 졸졸 쫓아다니진 않아요. 제가 은근히 자존심이 세서 그렇게까지 마음을 필터링 없이 표현하지는 못 해요.”
“여자 세 명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은설이한테 ‘너 때문에 집에서 쫓겨났으니까 책임져’라며 뻔뻔하게 집에 들어가 살고, 인형을 집어 던지며 티격태격 하다가 어느새 우는 데 서로 달래주고 정이 들어 진짜 친구가 되는 과정이 뭉클했어요. 우리 여자 배우들은 거울을 잘 안 봤어요. 외모적인 부분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연기적인게 우선이라는 생각에 다들 예쁘게 보이려 하지 않았죠. 저도 예쁘게 연기하는 거 다 내려놓고, 마스카라가 번지든 말든 연기에 몰입했어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이제 저한텐 워터푸르프 마스카라 광고는 안 들어올 거라네요.”(웃음)
왕지혜가 ‘보스를 지켜라’에서 더 뻔뻔하게, 자신을 놓아가며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대중에게 ‘배우 왕지혜’를 각인시킨 작품이 없다는 게 남들에게 말 못한 그녀의 고민이었다.
“이번 작품에서 못하면 다시 내려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전작에서도 비중 있는 역할을 했는데 빛을 못 발했고 캐릭터의 매력을 크게 드러내지 못했어요. ‘왕지혜’ 하면 딱 떠오르는 작품이나 캐릭터가 없다고들 하더라고요. 모두 제가 부족해서죠. ‘내가 뭐가 부족할까, 왜 안될까’ 하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선 더 의욕에 불탔던 거 같아요. 그러다보니 ‘보스를 지켜라’ 초반 3~4회에선 좀 과하게 연기하기도 했어요. 다행히 그런 열정을 좋게 봐주신 거 같아요.”
“제가 연기하면서 놀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상업, 비상업 그런걸 넘나들고 싶은데 그렇게 되려면 연기를 잘해야겠단 생각이 가장 먼저 들어요. 좀 더 내공을 탄탄하게 쌓고 항상 부족한 걸 채우고 초심 잃지 않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이 마음을 계속 지켜나가면 좋겠어요.”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강선애 기자 sak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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