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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선애 기자] 배우 수애가 분노의 양치질로 안방극장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24일 방송된 SBS 월화극 ‘천일의 약속’(극본 김수현/연출 정을영)에서 서연(수애 분)은 병원에서 자신이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서연은 자신의 나이 서른인데 치매라는 의사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이제부터 약을 먹어도 별볼일 없이 말라가는 호두 속알처럼 뇌가 쪼그라들어 난 어처구니 없는 바보가 됐다가 5-6년 안에 죽는단 말인가”라며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나 서연은 당찬 성격대로 병을 이겨내리라 마음 먹었다. 스스로 “정신차려. 괜찮을거야”라고 되뇌었다. 그러자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닥쳤는지 세상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다.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후 동생 문권(박유환 분)과 고모네에 얹혀 살았고, 남자마저 임자 있는 사람를 사랑하고 이별했던 자신의 처지가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서연은 집에서 홀로 소주를 병째 들이키며 ‘내가 잘못한게 뭔데? 무슨 죄를 졌는데 이렇게까지 잔인할게 뭐야?’라고 생각했다. 약혼자가 있는 지형(김래원 분)과 밀애를 즐긴 것 때문인가 하는 자책감도 들었지만, 서연은 ‘질 줄 알아? 무릎 꿇을 줄 알아? 항복할 줄 알아?’라며 “침 뱉어줄거야!”라고 절규했다.
그런데 알츠하이머 쯤이야 발로 뻥 걷어차 줄 것 같은 서연도 현실 앞에선 어쩔 수 없었다. 메모지에 할 일을 적어가며 자신만의 극복법을 찾던 서연이지만, ‘가위’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손으로 가위 자르는 시늉을 했다. 이런 그의 모습에 동생 문권은 “누나 노화현상이 너무 빠른 것 같다”라고 농담을 던졌고, 서연은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 오열하면서도 “가위”, “형광펜”을 외치며 기억을 잊지 않도록 발버둥쳤다.
서연은 화장실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양치질을 하기 전 ‘칫솔’, ‘치약’, ‘물컵’ 등 화장실 안의 물건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사라져가는 기억을 잡으려 했다. 그런데 ‘립글로스’의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또 한 번 좌절했다.
이번 자신의 이름, 나이, 직업 등을 말하며 기억을 재점검했다. 그러다 서연은 치밀어 오르는 짜증과 분노에 “엿 먹어라 알츠하이머!”라 외치고 그 분을 가시지 못한 채 ‘분노의 양치질’을 시작했다.
서연이 손에 잔뜩 힘이 실어 양치질을 하는 모습은 그가 느끼는 분노, 현실 앞에서의 좌절, 결국 어쩌지 못할 불행한 미래 등을 모두 내포하고 있는 장면이자, 반대로 그런 상황에 직면한 서연의 안쓰러움을 극도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눈길을 모았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도 "차인표 이후 '분노의 양치질' 또 나왔네. 근데 이건 안쓰러운 '분노의 양치질'이다", "수애 연기 진짜 잘하네", "저런 상황에서 짜증나고 화가 나는게 맞는 것 같다", "세밀한 감정 연기가 돋보였다" 면서 서연의 처지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수애의 연기에 호평을 전했다.
[사진=SBS 방송캡처]
강선애 기자 sak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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