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세호 기자] 삼성이 SK와의 한국시리즈 1, 2차전을 모두 잡으며 우승을 향해 질주 중이다.
삼성의 2연승에는 압도적인 마운드의 힘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삼성 마운드는 한국시리즈 두 경기에서 단 한 점만을 내주며 무려 29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들의 컨디션이 완벽하고 정규시즌 부진했던 투수들도 한국시리즈에선 전성기를 되찾았다. 그만큼 삼성은 페넌트레이스 우승으로 얻은 20일의 준비기간을 제대로 보냈다.
부활의 시작은 차우찬이었다. 지난해 삼성의 좌완에이스로 도약한 차우찬은 올 시즌 예상외에 부진을 겪었다. 체인지업을 연마했지만 체인지업이 주무기인 직구의 위력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투구 밸런스가 흔들렸고 결국 평균자책점은 지난 시즌 2.14에서 올 시즌 3.69로 1.50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차우찬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반전 드라마를 만들었다. 선발등판은 아니었지만 5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그야말로 SK 타자들을 압도했다. 굳이 변화구를 구사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직구 구위가 좋았다. 차우찬 스스로도 최고 구속 149km를 기록한 자신의 직구에 대해 “올해 149km까지 나온 건 처음인 것 같다. 올 시즌 중 가장 좋은 공을 던졌다. 사살 나 스스로도 많이 놀랐다”며 만족감을 전했다.
차우찬의 부활에는 류중일 감독의 긍정요법이 통했다. 차우찬은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20일 동안 공이 너무 안 좋아서 고민을 많이 했다. 선발로는 못 나올 것 같았는데 감독님이 미디어데이부터 내가 구위가 좋아졌다고 계속 말하셨다. 사실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마운드에 오르니 정말 공이 좋았다”고 웃었다. 차우찬은 1차전에서 3이닝 5탈삼진 무피안타 무사사구로 퍼펙트를 기록했다.
1차전이 차우찬이면 2차전은 장원삼이었다. 올 시즌 유난히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며 8승에 그친 장원삼은 한국시리즈 준비 기간 동안 팀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로 평가받았다. 정규 시즌 막바지 류중일 감독이 짠 한국시리즈 선발진에는 장원삼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장원삼은 청백전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한국 시리즈 하루 전 류중일 감독은 “장원삼의 구위가 엄청나게 향상됐다. 2차전이 중요한데 2차전 선발을 맡겨도 될 만큼 좋다”고 장원삼의 한국시리즈 호투를 예고했고 이는 현실이 됐다.
2차전에서 장원삼은 날카롭게 휘어지는 슬라이더를 바탕으로 과감한 몸쪽 승부를 벌였다. 3회초에는 슬라이더만으로 삼자범퇴를 기록할 만큼 슬라이더의 위력이 대단했다. SK의 4번 타자 박정권도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슬라이더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장원삼은 2차전에서 5⅓이닝 동안 무려 10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며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권오준도 자신의 최전성기 모습을 재현했다. 2005년과 2006년 삼성이 2연패를 달성할 때 오승환과 K0펀치를 형성, 불펜진의 핵심으로 자리했던 권오준은 2007년부터 부상과 재활이란 긴 터널을 지나왔다. 그리고 터널 끝에는 빛이 있었다. 이번 시즌 권오준은 평균자책점 2.79로 2006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고 한국시리즈 2차전에선 팀을 절제절명의 위기에서 구원했다.
권오준은 6회초 1사 2, 3루의 위기에서 등판해 그림 같이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김강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2005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안경현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던 것과 흡사한 장면이었다.
2차전 승리 후 류중일 감독은 “오늘 경기는 6회에 결정난 게 아닌가 싶다. 6회초 위기에서 권오준이 올려가고 점수를 안 준 게 최고였다”고 권오준의 호투를 치켜세웠다.
등판하는 투수마다 엄청난 구위를 뽐내고 있지만 삼성 마운드에는 아직 보여주지 못한 무기들이 많다. 팀 내에서 가장 빠른 공을 자랑하는 정인욱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포스트시즌 반전을 노리는 배영수가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다. 선발진에는 최고 수준의 커브를 구사하는 저마노와 팀 내 최다승 투수 윤성환이 3, 4차전 선발등판을 기다리는 중이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4연승을 노리고 있다. 일단 지난해 SK에 당했던 한국시리즈 4연패를 그대로 되갚아 주겠다는 각오다. 이에 더해 역대 한국시리즈 평균자책점과 최소 실점 경신에도 도전한다. 종전 기록 역시 2005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이 세웠던 평균자책점 1.15, 5실점이다.
[삼성 차우찬, 장원삼, 권오준(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세호 기자 drjose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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