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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남안우 기자] 현대미술작가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이희돈 작가가 11월 1일부터 7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갤러리7에서 개인전을 연다.
이희돈의 '알파벳 12번째의 이야기'라고 이름붙인 이번 개인전에서는 모두 대작들로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작업에 매달렸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그는 그의 독특한 작품세계와는 별도로 자수성가한 성공화가로써의 삶이 하나의 작품이다. 돈이 없어 미대를 못 들어갔고, 미술을 배우기 위해 미술학원 직원으로 취직까지 했다. 전라도 시골집에서 죽겠다고 해서 30만원을 갖고 와 드디어 서울 숙명여대 앞에서 화방을 냈으나, 당시 숙대에 회화과가 없어 아현동 추계예대 앞으로 다시 화방을 옮긴다.
이때부터 이곳은 유명, 또는 무명화가의 단골가게가 됐지만, 물감이던 붓이던 캔바스던 외상만 쌓여가고 그는 또 싫은 소리 한번 못 했다. 그래도 유명 화가들 캔바스 짜주며 기법을 등뒤로 배워 비구상 작품의 일가를 이루고, 마침내 화가로써 최고 영예인 국전 심사위원까지 됐다.
이희돈은 회화의 내적 실재를 발견하는 통로로 그림을 그린다. 화면에 타공을 해 구멍을 뚫고 그위에 평붓으로 묵묵히 평면의 정지작업을 해간다든지 하는 일련의 작업과정을 보면 어떤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작업자체의 수행으로 보인다. 물감자국은 단번에 얻어진 것이 아니라, 무려 열다섯 차례나 스무 차례의 물감 축적을 통해 얻어진 것이다. 또 행위를 반복한다는 것은 물질감을 지워간다는 것이며 이로써 작품을 자연화, 즉 인간이 태어난 자연의 땅으로 다시 돌려보낸다는 뜻이다.
그의 그림에서 들리는 내밀한 리듬은 무언의 노래를 부르며 만남과 조응이라는 시그널을 만들어낸다. 단순하지만 명료하고 물질적인 것 같지만 정신적이다. 의미의 전달을 서두르거나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작품이 아니라 음미와 사색을 통해 찬찬히 의미를 파악해가는 작품이다. 02-580-1300
[사진 = '알파벳 12번째 이야기'. 작은 사진은 이희돈 화백.]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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