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영화는 영화다’의 소지섭과 시청률 40% 브라운관의 새로운 여왕 한효주의 주연작, 한국 영화의 대안으로 평가 받는 송일곤 감독의 신작.
영화 ‘오직 그대만’은 개봉 전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영화로 주목을 받았다. 소지섭의 파워만으로 관계자들은 올 가을 극장가 최고 기대작으로 예견했고, BIFF의 전격지원을 받으면서 예술성 또한 기대치를 높였다.
실제로 10월 초 BIFF에서 첫 공개를 했을 때도, ‘오직 그대만’에 대한 예측은 낙관적이었다. 하지만 개봉 이후 ‘오직 그대만’은 김윤석, 유아인의 ‘완득이’와 휴 잭맨의 할리우드 영화 ‘리얼스틸’에 뒤지면서 3위권으로 처졌다.
‘완득이’가 개봉 이후 2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100만관객을 돌파하는 사이, ‘오직 그대만’은 개봉 2주차 주말에는 외화 ‘인타임’에도 밀리면서 4위로 주저 앉고 말았다.
‘오직 그대만’이 개봉 2주차까지 동원한 누적관객은 73만5159명. 크게 못나온 수치도 아니지만, 개봉 전 기대치와 비교해 본다면 다소 아쉬운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왜 불패할 것으로 보였던 '오직 그대만'은 다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을까? 일단 ‘오직 그대만’은 여성관객의 마음을 잡는데 실패했다. BIFF 시사회 당시에도 예상이 됐던 것이지만, 남성 관객과 여성 관객의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잘생긴 전직 복서 철민(소지섭 분)이 시력을 잃어가는 전화 상담원 정화(한효주 분)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스토리는 여성 입장에서는 직접적인 대입이 힘들었던 것.
첫 시사회 당시 남성 관객들은 ‘오직 그대만’에 대해 호평을 내놓은 반면, 여성 관객들은 ‘올드하다’는 평을 전했다. 철민의 일방적인 사랑과 희생이 남성 관객에게는 상황적인 감동을 줄 수 있었지만, 현실성이 부족했다는 평이다.
남성관객에게 호평을 받았더라도, 이가 멜로물의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멜로물의 선택하는이는 여성관객이기 때문이다.
‘오직 그대만’의 부진은 영화를 보는 여성관객의 시선 변화로도 볼 수 있다. 철민의 순애보적 사랑은 오히려 여성관객에게 거부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다수 여성관객들이 "현실에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 "지나친 사랑"이라는 평을 남기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 여성관객들은 신데렐라형 주인공 보다는 현실을 이겨나가는 캔디형 주인공에 공감을 하고 있다. 현실에는 철민 같은 남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조차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향은 루저 만화가와 연애에 쑥맥이지만 스스로 섹스칼럼니스트 임을 주장하는 여성의 지독하게 현실적인 사랑이야기를 다룬 이선균과 최강희의 ‘쩨쩨한 로맨스’가 공유와 임수정의 다소 판타스틱한 로맨틱 코미디인 ‘김종욱 찾기’를 누르고 득세한 것에서 드러났다.
2005년 이후 한국 영화계의 한 축을 담당하던 멜로물은 갈수록 관객이 줄면서 그 코드 또한 바뀌고 있다. 잘생긴 남자배우와 사랑스러운 여배우만을 출연시켜서 상투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도 ‘기본’은 하던 시대가 바뀌게 된 것.
물론 반짝 특수를 노리는 여느 멜로물과 달리‘오직 그대만’은 그 이상을 넘은 작품이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 평점에서 9점대 이상의 높은 평가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평이 관객동원으로 직결되지는 않고 있다.
멜로라는 장르 하에서는 좋은 작품이지만, 그 어느 해 보다 좋은 작품이 선을 보인 2011년 가을 극장가에서 관객들이 표를 사기 위해 지갑을 꺼내는 무엇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정통멜로물은 한국 극장가에서 통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오직 그대만’을 필두로 올 가을, 겨울 극장가에는 ‘커플즈’, ‘너는 펫’, ‘티끌모아 로맨스’, ‘완벽한 파트너’ 등 수 많은 멜로, 로맨틱 코미디 물이 개봉된다. 암흑기를 걷고 있는 멜로 장르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을 영화가 등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 오직 그대만]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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