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745만 ‘최종병기 활’, ‘737만 ‘써니’, 479만 ‘조선명탐정’, 464만 ‘도가니’.
2011년도도 두 달 남짓한 시간이 남은 11월 1일 현재, 한국 영화 흥행 상위 4편의 성적이다.
올해 한국 영화가에서는 천만 영화는 나오지 않았지만, 700만을 돌파하는 작품이 두 편이나 나온 한 해가 됐다. 물론 올해 흥행 1위는 ‘트랜스포머3’(779만)가 차지하고 있지만, 상위 5위권 내에 3편의 한국 영화가 입성하는 등 만만치 않은 흥행 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장르도 배경 시대도 다른 이들 영화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흥행을 예상하지 못한 ‘서자’라는 것.
제작사와 배급사에서는 영화 개봉 전 기대치를 세우고 배급규모 및 마케팅 비용 등을 생각한다. 상업 영화의 경우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시장 논리에 의해 제작 규모와 캐스팅이 정해진다.
특히 ‘써니’의 경우 그런 경향이 심했다. 개봉 전 ‘써니’는 배우의 인지도 면이나 5월이라는 개봉시기 또한 성공이 전혀 보장되지 않은 영화였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큰 돈을 투입하지 않은 작은 영화를 지향했다.
실제로 배급 관계자 또한 “100만 전후의 흥행성적을 예상한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뚜껑을 열자 ‘써니’는 2위의 반란을 기록하면서 무려 3개월 간 흥행 상위권에서 내려가지 않았다.
‘조선명탐정’ 또한 마찬가지다. 브라운관에서는 최고의 배우로 평가 받지만, 스크린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한 김명민과 한지민의 섹시 변신, 그리고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탐정물이라는 장르 또한 극장가에서는 큰 기대치를 발휘하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이 같은 경향은 ‘최종병기 활’에서 극에 달한다. ‘7광구’, ‘퀵’, ‘고지전’ 같은 화제작들이 줄을 이은데다, 가장 늦은 개봉일, 그리고 배우들의 이름값, 제작비 마저 다른 영화와 비교할 수 없는 ‘활’이 다른 영화를 2배 차로 누르는 최고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활’의 흥행 열풍은 8월부터 9월말까지 무려 2개월간 지속됐다. 못나 보이던 미운오리새끼 ‘활’이 태생이 백조인 다른 영화를 누르고 가장 높은 비상을 기록한 것이다.
‘활’과 바톤터치를 한 ‘도가니’ 또한 마찬가지다. 공지영 작가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도가니’는 광주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장애아동 성폭행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도가니’가 공개되기 전 한 영화 관계자는 “연인들이 찾는 가을 극장가에 무슨 실화 바탕 영화냐”며 혀를 찰 정도였다.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또한 “어떻게 영화를 풀어갈지 걱정이다”고 푸념을 늘어 놓을 정도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결과는 놀라웠다. 사회적인 ‘도가니’ 열풍을 몰고 오면서 국회에서 장애아동에 대한 보호 내용을 담은 ‘도가니법’이 제정되게 하고, 배경이 되는 인화학교의 사실상 폐교를 이뤄냈다.
영화적으로도 손익 분기점인 150만을 훨씬 넘어 46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 같은 미운오리들의 반란은 가을 극장가에도 나오고 있다. 영화 '완득이' 또한 할리우드 최고 흥행작'리얼스틸'과 '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소지섭, 한효주의 '오직 그대만'을 누르고 2주 연속 흥행 선두를 달리고 있다.
비수기인 가을 극장가 개봉작임에도 불구하고 '완득이'는 개봉 2주 만에 150만 관객을 동원해 놀라울 정도의 흥행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극장가는 미운 오리들의 반란이 무서운 한 해였다.
[사진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선명탐정-써니-최종병기 활-도가니, 완득이 중]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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