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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영국 전통의 전통의 자동차 버라이어티쇼 ‘탑기어’를 한국의 한 케이블 채널이 한다고 했을 때 의구심부터 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탑기어’라는 프로그램은 영국의 대표적인 지상파 방송사 BBC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의 자동차가 모두 등장해 MC들에게 그 성능과 가치를 평가 받는다.
2억이 넘는 슈퍼카의 대명사 페라리의 신형에 대해 MC들은 “왜 이 가격을 주고 사는지 의문이 인다”고 말하는가 하면, 미국의 대표적 머슬카 포드 머스탱을 가리켜 “시대에 뒤쳐진 차”라고 독설을 쏟아낸다.
BBC의 ‘탑기어’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쏟아 붓는다. 자동차를 우주로 쏘기 위해 공군 기지를 빌리는가 하면, 최신예 공군기 유로 파이터와 속도대결을 영국 공군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다.
제작비에 대한 고민 따위는 ‘개나 줘버려’라면서 기존 방송의 한계를 넘어 그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고 말한다.
이 같은 ‘탑기어’를 한국의 케이블 채널인 XTM에서 한다고 했을 때, 기대 보다는 걱정이 컸다. 지상파가 아닌 광고에 좌우될 수 밖에 없는 케이블 방송사의 특성상 국내 대형 자동차 메이커의 압력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 ‘탑기어 코리아’(이하 탑기코) MC들은 현대의 신차 ‘벨로스터’를 “이상하게 생긴차”라고 평해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는가 하면, 르노 삼성이 선심을 써서 시승을 하게 해준 기함 신형 SM7에 대해서도 흠집을 잡을 정도였다.
‘탑기코’의 이런 배짱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이는 최승준 책임프로듀서(CP)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탑기코’ 녹화날 만난 최 CP는 “밤을 꼴딱 세고 나왔다”면서 수줍은 웃음부터 지었다.
케이블 프로그램 치고 많은 예산을 들여서 자동차 마니아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탑기코’의 수장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겸손함이었다.
최 CP에게 당돌하게 질문을 던졌다. “왜 ‘탑기어’를 한국에서 하게 됐나요?”였다. 이런 질문에 그는 긴 답변을 전한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든다. ‘탑기코’의 정체성. ‘탑기어’의 경우 전세계 자동차에 대한 신랄한 비평이 백미다. 하지만 ‘탑기코’의 경우 슈퍼카에 대한 소개만 하자면 ‘탑기어’와 크게 차별성을 두지 못한다.
“자동차에 대한 비평만 생각했다면 (프로그램 제작을)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일부에서는 서민들이 사기 힘든 슈퍼카를 조명하는 것에 대해 비난을 하는 것도 알고 있고요. 하지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아반떼나 소나타를 등장시킨다면 시청자들이 오히려 저희 프로그램을 볼까요? 주변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자동차에 대한 소개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산 자동차에 대한 소개는 다른 매체에서도 많이 하잖아요? 저희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영상과 음악이 어우러졌을 때 가치가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최 CP의 이 같은 말 처럼 BBC 글로벌 브랜드 총괄 사장인 ‘아담 워델(Adam Waddell)’은 제작진에 보낸 메일을 통해 “‘탑기어 UK’를 보는 줄 알았는데 카메라에 새 얼굴들이 있더라. 원작 못지 않은 ‘탑기코’에 깜짝 놀랐다”고 감탄의 메일을 보내왔다. ‘탑기코’가 원조 ‘탑기어’의 BBC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것이다.
한국 자동차 버라이어티쇼 라는 새 역사를 쓰고 있는 ‘탑기코’의 초반 행보는 화제 속에서 방송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탑기코’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자동차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길 기대해 본다.
[사진 = 최승준 CP, ‘탑기코’ 촬영 현장]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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