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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배우 이선호가 방자로 돌아왔다. 선한 눈매에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그것이 자신의 계급을 뛰어넘는 일이라는 것은 안중에도 없는 순진하다면 순진한 그러나 무모한 그런 방자로 돌아왔다.
채널CGV에서 방송되는 4부작 TV무비 'TV방자전'은 지난 해 개봉한 영화 '방자전'을 원작으로 한다. 잘 알려진 '춘향전'을 뒤틀어 각색한 '방자전'은 이미 하나의 원작이 돼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됐다.
4부작인만큼 캐릭터는 더욱 입체적이다. 이들의 갈등구조도 어떻게 클라이막스로 향해갈지 예측불허다. 엔딩 역시 호기심을 자극한다.
첫 방송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7일 서교동 한 카페에서 이선호를 만났다. 그가 서구적인 마스크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한복 차림이 꽤 잘 어울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국적인 느낌이라고는 하는데 제가 전체적인 분위기는 서구적인 편이지만 눈이 동양적인 편이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원작의 김대우 감독님은 '방자가 너무 이국적이다'라며 '페르나르도 방자'라고 부르기도 하셨지만. 그래도 '방자전'은 편안하게 했어요. 옷도 갖춰입을 것도 없는게 상놈이니까(웃음). 색깔 신경쓰지 않고 이 옷 저 옷 믹스 매치해서 입어도 되고 민상투라고 위로 묶고만 있으니까."
첫 회부터 등장한 수위높은 춘향이 이은우와의 정사신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해당 장면은 방송 당시 최고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이선호 본인은 무덤덤한 반응이다.
"제 생각이 깨어있는 편인가요? 전 오히려 봉만대 감독님 편집본이 더 괜찮았어요. '방자전'에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도 있을테니까. 편집본을 보고 나서라 그런지 방송분은 무난한 느낌이었어요. 기승전결이 있는 정사신은 처음이었지만 제가 워낙 둔한 건지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요. 사실 정사신에 대한 부담심리는 이미지 메이킹 때문인데 그렇다고 연기자가 대중이 좋아할만한 연기만 계속하면 자기 만족이 없다고 봐요. 이것 저것 다양하게 해야 발전도 있죠. 그런데 이 작품은 매니지먼트 차원에서도 괜찮다고 판단했어요. 그러니 부담은 없었죠. 다만 여배우 입장에서는 다를 수도 있었을텐데 어떻게 보면 작품을 위한 희생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
"뭐라고 이야기 해야 할까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어요. 제가 리드를 하거나 남녀간의 왔다갔다 하는 정사였다면 페이스 조절을 했을텐데. 그래도 저도 춘향(이은우 분)이도 긴장을 많이 했어요. 처음엔 진도가 많이 안 나갔죠. 그런데 새벽3시부터 촬영이 본격적으로 진행됐어요. 봉 감독님은 그게 자신의 노하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이후부터는 춘향이도 자기 몸을 사리지 않고 집중해서 잘 했던 것 같아요. 전 워낙 늦은 밤이라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찍었고요. 할 수 있는게 없었어요. 방자는 첫 경험인데 오히려 춘향이가 적극적으로 다가왔으니 어떻게 해야하나. 사실 그 장면보다는 춘향이랑 방자가 본격적으로 불꽃이 튀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장면들이 더 기억에 남아요."
그의 말대로 춘향이는 원작 '춘향전'은 물론, 영화 원작보다도 더 발칙해졌다. 어머니 월매(이아현 분)에 대한 반항 탓에 말선생에게 순결을 줘버리려 하고, 자신의 방에 월담해 들어온 방자에게도 먼저 다가간다. 이 발칙한 춘향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었더니, 이선호는 방자가 돼 대답했다.
"방자는 이미 사랑에 빠져버렸기 때문에 발칙하다기 보다 그냥 좋았어요. 마음이 열리고 사랑하기 시작하면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좋아 보이잖아요. 전 방자에 푹 빠져있어 방송을 보고야 (춘향이가) 도발적인 여자인 줄 알았어요. 오히려 그 순간에는 사랑하는 여자를 갖게 된 기쁨이 더 컸어요."
또 이선호는 방자에 완전히 몰입해 그 가슴 뜨거운 사랑을 경험한 탓에 행복했다고도 말했다.
"방자의 태생 자체가 불행하기는 했지만, 1부부터 춘향이한테 확 빠져버렸어요. 사람이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면 힘을 받게 되잖아요. 춘향이를 향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렸던 방자로 정말 너무너무 행복하게 찍었어요. 오히려 몽룡(여현수 분)과 향단(민지현 분), 춘향이는 다른 고민거리도 많았기에 생각할 것도 많았겠지만 방자는 오로지 사랑 밖에 없으니 고민할 게 없었어요. 즐겁고 행복했어요."
매주 방송을 앞두고 아직 후시작업이 남은 터라, 방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이선호는 "박지성과 지동원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대 선덜랜드 경기와 겹치는 바람에 첫 방송 시청률은 예상보다 낮았어요. 하, 이런 박지성이 발목을 잡을 줄이야.(웃음) 사실 그 정도면 선방한 거라고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5%!' 외치면 '텐프로!'라고 받아쳐요. 재미있게 찍었고 찍을 때는 시청률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엇는데 막상 그린 그림이 너무 잘 그려져 상 받고 싶은 마음이 큰 것처럼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해요"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편 'TV방자전'은 매주 토요일 자정 방송된다.
[사진=채널CGV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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