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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가 좀처럼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3일 방송된 '나는 가수다'는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시청률 12.4%(전국기준)를 기록했다. 지난 호주 공연 때와 조용필 특집 때 반짝 상승했던 시청률이 다시 10% 초반대로 돌아온 것이다.
기라성 같은 가수들을 서바이벌 경쟁에 뛰어들게 하는 획기적인 기획의 '나는 가수다'는 한 때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을 잡고, '우리들의 일밤'을 부활시킬 MBC의 기대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최근 경쟁 프로그램인 '1박2일'에서 핵심 멤버 강호동이 빠졌지만 '1박2일'을 넘어서긴커녕 도리어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그야말로 답답한 위기 상황이다.
'나는 가수다' 방송 초반에는 시청률이 높지 않아도 화제성은 엄청났다. 첫 번째 탈락자가 발표되던 날, 길거리에선 많은 사람들이 전자제품 가게에 설치된 TV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고, 다음날 점심시간 때 식당 안 테이블마다 온통 '나는 가수다' 탈락자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청률을 떠나 '나는 가수다' 자체가 큰 화제를 못 일으키고 있다. 초반만 해도 내로라 하는 7인의 가수들 중 누가 탈락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이제는 탈락자 발표의 순간에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없다. 누가 탈락하더라도 시청자들이 그 결과에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지금은 '나는 가수다'를 방송 다음날 점심시간까지 끌고 가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가수다'는 제작 소식이 알려진 뒤 곧바로 서바이벌 룰을 두고 너무 잔인하다며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그 잔인함의 첫 번째 희생자가 누구일지 '나는 가수다'를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 모두 첫 방송을 지켜봤고, 그 주인공이 '국민 가수' 김건모란 사실은 더 큰 충격을 줬다. 이어진 재도전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김건모 탈락은 '나는 가수다'의 룰에 대한 논란을 가열화 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러한 분위기가 사라졌다. 서바이벌 룰에 대한 논란도 찾아볼 수 없다. '나는 가수다'에 모두가 적응한 것이다.
탈락하는 가수도 순위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다른 가수들도 탈락 가수에게 잘했다며 격려한다. 이러한 분위기 변화는 서바이벌 룰이 잔인하다는 지적을 줄게 했지만, 긴장감도 함께 줄어들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탈락 가수가 누가 될지에 대한 불안과 긴장, 즉 일종의 탈락의 공포가 사라졌고,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예능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의 재미를 현저하게 떨어뜨렸다.
또 고음 대결과 화려한 퍼포먼스 위주로 치닫는 경연은 청중평가단에게 많은 표를 받을 수 있는'나는 가수다' 노래 공식을 형성했고, 그 공식에 벗어난 가수는 노래만 들어도 저조한 순위가 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해졌다.
탈락의 긴장감이 사라진 상황에서 어느 정도 탈락자가 예측 가능하다 보니, 시청자들의 관심은 더욱더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가수다' 제작진이 서바이벌의 잔인함에도 이 제도를 도입한 건, 실력 있는 가수들을 주말 저녁 황금시간대로 소환하기 위해선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끝 없는 논란에도 포기하지 않은 서바이벌 제도는 주말 저녁 예능 전쟁터에 나가는 '나는 가수다'만의 무기였다.
하지만 이제 '나는 가수다'의 칼 끝은 너무 무뎌진 듯하다. 끄덕 없어 보이는 '1박 2일'과 무섭게 성장한 '런닝맨'을 다시 겨냥하기 위해선 '나는 가수다'의 총체적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윤아, 김경호, 거미, 바비킴, 인순이, 장혜진, 윤민수(위부터). 사진 = MBC]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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