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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춘향이는 더욱 발칙해졌다. 이미 영화 '방자전'(2010)에서 정절의 상징로서의 의미는 깨져버렸지만, 그 이상이었다.
채널CGV 4부작 TV무비 'TV방자전' 속 춘향이는 영화 속 춘향이보다 훨씬 더 파격적이었다. 방자와 몽룡 사이에서, 다시 말해 진정한 사랑과 신분상승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춘향이에 더해 자신을 통해 꿈을 이루려는 어머니에 대한 반항, 자유를 향한 갈망, 누군가의 여자가 아닌 내 자신으로 살아가려는 욕망이 덧입혀졌다.
보다 입체적으로 그려진 춘향이는 배우 이은우(31)가 연기했다.
첫 방송의 충격적인 수위가 논란이 된 후인 지난 10일 이은우를 직접 만나 'TV방자전'과 춘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너무 발칙한 춘향이었다고 인상을 전하니 "연기할 때는 발칙하다거나 도발적이라는 것을 의도적으로 생각하며 임하진 않았어요. 다만 이 아이가 처한 상황을 떠올리고, 이 아이가 가지고 있는 답답함을 벗어나기 위해 가졌던 마음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지요. 1부에서는 이를 표현하기 위해 말 선생과의 신도 있고 방자(이선호 분)와 첫 합방신도 나왔어요. 그런 모습들이 도발적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춘향이 자체가 그런 인물이라기 보단 그녀가 살았던 청풍각이라는 환경의 영향도 크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무래도 기생이 사는 공간에서 자라다보면 양반집 규수처럼 단아할 수만은 없지 않겠어요. 기생이 하는 행동들을 무의식적으로 습득했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글쎄요. 자기 안에 목소리에 충실된 삶을 사는 것 아닐까요? 자기가 원하는 것, 소리내고 있는 방향대로 살고 싶은 것 같아요. 외부 환경 때문이 아니라. 그런 점은 저랑도 닮은 것 같네요."
그녀가 말한대로 말선생과의 장면과 방자와 첫 합방신은 춘향의 성격을 단번에 드러나게 해주는 대목이다. 정절을 잃어야 자신이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 춘향은 저급한 책이나 읽는 말선생에게 "그냥 해버리자"라고 말한다. 몽룡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그의 몸종이었던 방자가 자신의 방에 월담해 들어왔을 때도 당황하기는 커녕, "나를 안고 싶으면 안아도 돼"라고 한다.
기존 춘향은 물론, 조선시대의 유교적 통념을 모두 뒤엎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은우 말대로 기생집에서 자라난 춘향이라면 정절에 대한 당연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할 지도 모른다.
"사실 몽룡과의 합방 장면은 정말 힘들게 찍었어요. 하지만 봉만대 감독님을 비롯, 상대배우 이선호씨, 스태프들이 협력적으로 도와줘 잘 찍어낸 것 같아요. 감독님은 새벽이 돼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저녁부터 촬영을 시작해 아침까지 진행했어요. 끝내고 일어나니 정말 다리가 풀리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만큼 체력적으로도 힘든 작업이었죠. 그 외에도 1부에 등장한 계곡신도 힘든 추억으로 기억해요.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물이 얼음장이었는데 정말 이가 덜덜 떨리더라니까요. 연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추웠지만 감독님이 먼저 들어가셨어요. 배우를 아끼는 마음에서죠."
봉만대 감독이 자청해 얼음장같은 물 속에 들어갈 정도로 배우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면, 이은우는 그녀의 캐릭터 춘향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사실 여배우라면 누구나 춘향을 연기하고픈 욕심이 있을 것이다. 몇년 전만 해도 매년 명절 마다 최고 미녀스타들이 TV 드라마 속 춘향을 연기하는 것이 관례이기도 했으니.
"사극은 처음이고, 또 봉 감독님과 미팅을 끝내고 다음 날 바로 연락을 받았어요. 회사 대표님이 '하기로 했어' 그러는데 너무너무 좋았죠. 대본도 재미있는데다 봉만대 감독님을 만나고 감독님도 너무 좋으신 분이라 생각한 차라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끝으로 이은우는 극의 결말에 대해 "4부작이라 이미 다 찍었어요. 하지만 중간에 여지있는 신들이 많아, 어떻게 마음을 바꾸면 희극에서 비극이 될 수도 있어요. 저 역시 결말이 너무나 궁금하네요"라고 말했다.
"아...해피엔딩이 더 오래 가슴에 남을까요? 아니면 새드엔딩이? 사람들은 방자와 춘향의 사랑이 완성되는 것을 더 좋아할지, 아니면 아픈 채로 남겨두는 게 좋을지 잘 모르겠어요."
[사진=유진형 기자zolong@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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