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국내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첫 번째 선수가 탄생할까.
SK 출신 잠수함 투수 정대현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SK는 17일 "정대현이 구단 사무실을 방문해 FA 협상을 중단하고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정대현은 "내 공이 미국에서 통하는지 알고 싶었다. 빨리 계약을 마무리 짓고 훈련에 전념하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에 앞서 16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정대현의 신분조회를 요청한 바 있다. 정대현의 자신감, 신분조회 등을 고려할 때 전망은 밝아 보인다.
만약 정대현이 메이저리그팀과의 계약에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첫 번째 선수가 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정대현을 예비 메이저리거로 만들었을까. 그 요인을 살펴본다.
▲ 강렬했던 국제대회에서의 모습
국내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더라도 국제대회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다. 반면 정대현은 프로 입단 전부터 국제 대회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정대현이 국내외에 이름을 처음 크게 알린 것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그는 미국과 대결한 2경기에 모두 선발 등판,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13⅓이닝동안 9피안타 11탈삼진 2사사구 평균자책점 1.35를 기록했다. 당시 미국팀 선발은 로이 오스왈트(필라델피아)였다.
이후에도 국제대회에서 정대현의 활약은 변함이 없었다. 2006년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해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 쿠바와의 결승전 1사 만루에서 율리에스 구리엘을 병살타로 처리한 것은 한국 야구에서의 대표적인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 130km대 직구의 역설, 잠수함 투수
정대현은 17일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며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정대현은 적지 않은 나이다. 1978년생으로 내년이면 우리나이로 35살이 된다.
정통파 투수였다면 해외 리그에 진출하기 부담스러운 나이다. 정통파 투수의 매력은 구속과 어느 정도 비례한다. 만약 35살의 정통파 투수라면 전성기 때의 구속과 구위에 비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해외 진출 여력도 그만큼 낮아진다.
정대현은 상대적으로 구속에서 자유롭다. 언더핸드 투수 정대현이 상대를 제압하는 첫 번째 요인은 구속이 아니다. 정대현의 직구는 130km 중반대다. 이미 한국 프로야구에도 정대현의 구속을 뛰어넘는 선수는 2군에도 많다. 이는 20대 시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대 시절에는 아쉬움이 남았던 '130km대 직구'가 이제는 그의 메이저리그 진출 원동력이 됐다.
물론 정대현에게도 구속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의 몸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필요한' 다른 선수들의 구속과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정대현의 구속의 의미는 분명 다르다.
▲ 무한대의 안정감
올시즌 프로야구 최다 세이브 타이기록을 세운 오승환(삼성)의 별명 중 하나는 '돌부처'다. 마운드 위에서 어떤 표정의 변화도 느낄 수 없기에 붙여진 별명이다.
오승환과 투구 스타일은 180도 다른 정대현이지만 '돌부처'란 별명은 그의 앞에 놓아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 정대현 역시 오승환 못지 않은 포커 페이스이기 때문이다. 팀이 한 점 차로 앞선 만루 상황에서 등판했을 때도 그의 표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는 코칭스태프와 팬들에게 실력과는 별개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요소다.
투구내용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무한대의 안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정상적인 몸 상태인 경우 그의 공은 포수가 요구한 그곳으로 대부분 정확하게 들어간다. 프로 통산 569이닝동안 175개만 내준 볼넷이 이를 증명한다.
불펜투수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들이 뛰어난 선수로 인정받기 위해 이러한 안정감은 필수적이다. 정대현은 이를 완벽히 갖추고 있다.
[사진=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정대현]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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