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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함상범 기자] 몇 작품의 일탈이 있었지만 기품 넘치며 지적이고 교양있는 엄마. 그야말로 청순모의 대명사였던 김미숙이 사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979년 KBS 공채탤런트로 데뷔한 이후 첫 사극이다.
18일 경기 이천시 양수리 소재의 종합편성채널 JTBC 개국 주말드라마 '인수대비'(극본 정하연, 연출 이태곤) 드라마 세트장 대기실에서 사극에 출사표를 던진 김미숙을 만났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김미숙은 배우 대기실에서 조차도 특유의 지적인 기품을 드러내고 있었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커피 한 잔 하겠냐"며 따뜻하게 맞아줬다. 자세히 보니 움직임이 불편해 보였다. 머리에 쓴 가채가 너무 무거워 고개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었던 것. "많이 불편해 보인다"고 하니 "그나마 익숙해진 편"이라며 미소를 보였다.
"현대물 속 엄마, 지겨워"
현대물에서 고유의 이미지를 구축한 그가 뒤늦게 이렇듯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극에 도전한 이유는 뭘까?
"사실 사극에 욕심이 생긴 건 최근이다. 그동안 줄곧 현대물만 찍었었다. 사극에 도전한 이유는 현대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너무 비슷해졌고, 지겨워진 것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현대물의 엄마 역할이 너무 획일화 됐다. 결혼을 반대하거나, 며느리와 싸우거나, 아니면 생활고의 찌든 삶이다. 그런 점이 지겨워져서 사극을 하게 됐다."
재밌는 점은 첫 사극이 종합편성채널의 개국 드라마라는 점. 의미가 상당히 부여된 도전이다. "배우로서 종합편성채널 작품을 들어가는 것은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한 요소가 많았을 것 같다. 부담감은 없었냐"고 물어봤다.
이에 김미숙은 "나는 20대 때까지 TBC를 보고 자랐다. JTBC는 다른 방송에 비해 비교적 단단하다는 믿음이 있다. 또 스태프 구성원도 다 나름 한 자리씩 하고 있는 능력있는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 의기투합해서 방송의 새로운 지평을 열려고 하는데 나도 동참하자는 생각으로 인수대비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수대비'는 여성의 신분을 넘어 조선 최고의 권력자를 꿈꾼 인수대비와 폐비 윤씨, 조선왕조 최초의 대비 정희왕후 등 권력을 둘러싼 세 여인의 인연과 악연을 다룬다. 극중 김미숙이 맡은 정희왕후는 수양대군(김영호 분)의 부인이자 도원군(백성현 분)의 어머니. 또 문종부터 성종까지 6대의 왕을 거치며 왕궁생활을 지낸 인물이다.
그가 생각하는 정희왕후는 어떤 인물일까. 김미숙은 "정희왕후를 공부해보니까 문종부터 성종까지 6명의 왕이 변하는 것을 지켜본 인물이더라. 기품이 있으면서도 정치적이고 욕심과 야망이 있는 여자 같다. '외유내강'이 가장 맞는 표현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티 안내고 남편을 뒤에서 내조한 것 같다. 지략가이면서 통도 크다"며 "'나라는 왕이 다스리지만 왕을 다스리는 건 여자'라는 말이 있듯이 정희왕후는 '왕을 다스리는 여자'다. 생각이 많고 남자를 품을 수 있는 스타일로 세조가 의지할 만한 여자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 준비가 남다른 느낌이었다. 첫 도전인 만큼 새로운 각오가 다져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특별한 각오가 있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의외로 "아니오".
김미숙은 "사실 주변에서도 사극한다고 특별한 각오를 계속해서 물어오는데 특별한 각오 같은 것은 없다. 오히려 '특별하게 각오를 다져야 하나?'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특별함보다는 그저 촬영을 즐겁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촬영현장이 너무 재밌다. 내가 재밌으면 사람들도 재밌게 봐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김미숙. 사진 = 잠보엔터테인먼트 제공,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함상범 기자 kcabu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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