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정진영, “주·조연은 축구의 포지션과 같은 것”(인터뷰)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배우 정진영(47)이 돌아 왔다. 그런데 조연이다.

정진영은 영화 ‘특수본’에서 경찰 서장 두수 역을 맡아 열연했다. 두수는 강직한 경찰 서장으로 주인공 성범(엄태웅 분)과 호룡(주원 분)의 잘못을 감싸는 멋진 상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수는 주인공이 아닌 뒤켠에 서 있는 인물로 완벽한 조연급이다. ‘평양성’, ‘이태원 살인사건’, ‘님은 먼곳에’ 등을 통해 주연으로 활약해 오던 정진영이 맡기에는 그 분량 자체가 미비할 수도 있는 인물이다.

정진영은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역할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들어간 영화”라고 캐스팅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 제작사가 ‘이태원 살인사건’ 당시에 함께 했던 회사에요. 당시에 힘들게 촬영 하다 보니 신뢰가 쌓이게 됐죠. ‘특수본’ 제작이 들어가기 전에 시나리오 모니터도 하고 해서 친숙한데, 제가 캐스팅 되리라는 생각은 안해봤어요. 모든 캐스팅이 완료되고 두수 역할을 부탁하더라고요. (엄)태웅이나 다른 배우들 모두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 출연을 승낙했죠. 특히 태웅이도 ‘님은 먼곳에’ 당시에 우정출연을 해 줬으니 보답의 의미가 컸죠.”

그렇다면 정진영은 자신의 배역에 대해 불만이 없었을까? 일반적으로 조연배우는 인터뷰를 하지 않는게 정설이지만, 정진영은 드라마 ‘브레인’ 촬영 중에도 짬을 내서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건방진 생각일 수도 있지만, 주-조연 이라는게 계급이 아니라 생각해요. 축구로 치자면 포지션 같다고 할까요? 공격수가 주목을 받을 수 있지만, 축구는 11명이 해야 합니다. 조연은 그런 의미를 갖고 있어요. ‘특수본’도 분량은 작지만 제가 필요하기에 요청이 왔고, 저는 그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죠.”(웃음)

주연배우로 충무로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던 정재영의 조연에 대한 지론은 어떨까? 그는 ‘벽돌 맞추기’에 이번 연기를 비교했다.

“제가 맡은 두수는 ‘특수본’ 형사들과 비교해서 비중이 없어야 해요. 눈길을 끌어서도 안되죠. 마치 맞춰진 벽돌집의 빈 곳에 벽돌을 끼워 넣는 기분으로 연기를 했습니다. 제 위주로 작품을 해석하지도 않았고 그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써야 했어요.”

스스로를 ‘과대포장된 배우’라고 낮춰 말하는 정진영은 언제나 호평을 받는 연기 비결에 대해 ‘뒤를 보지 않는 것’이라고 의미 깊은 말을 전했다.

“비결이랄 것도 없지만 저는 최선을 다해서 뒤를 안보고 오늘을 삽니다. 한 작품을 하면 모든 것을 비우고자 노력을 해요. 오늘의 제가 실패 했더라도, 내일의 저를 또 누군가 찾아 줄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언제까지 배우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에게 주어진 작품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오늘을 열심히 살자. 이 작품을 열심히 하자 이런 생각 밖에 없어요.”

정진영의 혼신의 힘을 담은 비중있는 조연 연기가 담긴 영화 ‘특수본’은 엄태웅, 주원, 성동일, 김정태 등이 출연한 작품이다.

경찰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특별수사본부의 이야기를 그렸다. 특본의 멤버인 열혈형사 성범(엄태웅 분)과 FBI에 연수를 다녀온 범죄 심리 전문가 해룡(주원 분)은 사건을 파헤치면서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 개봉은 24일.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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