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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누가봐도 불편한 현실이다. 지난 17일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한 소식을 접한 후 네티즌 대다수의 반응이다.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빈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다.
강 의원은 지난 17일 개그맨 최효종을 상대로 국회의원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고소했다. 바로 자신이 최근 고소 당했던 '집단 모욕죄'로 말이다.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알리며 말미에는 '집단모욕죄는 아나운서들의 강용석 의원에 대한 모욕죄 형사고소 사건 1, 2심판결에서 최초로 인정되었다'고 첨부했다.
강 의원이 최효종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한 '진짜' 이유를 의심케 만드는 보도자료였다. 그가 모욕을 당했다는 KBS 2TV '개그콘서트' 코너 '사마귀 유치원'은 누가봐도 개그일 뿐이다. 개그의 한 장르로 자리잡고 있는 '풍자개그' 말이다. 과연 강 의원이 그 사실을 몰랐을까.
이 의문은 강 의원의 블로그와 한 방송을 통해 풀렸다. 19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연예가 중계'에서는 강 의원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고소 건에 대해 "최효종이 유죄라면 강 의원이 현재 인정받은 모욕죄와도 관련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앞서 강 의원은 지난 17일 오후 자신의 블로그에 지난 "10일에 있었던 2심 판결물이 도착했습니다. 검찰과 저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따라서 1심과 동일. 물론 상고 했습니다"라며 "상고 이유는 집단 모욕죄는 대법원의 누적된 판례에 비추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점 등등입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 글의 말미에는 "이 사건 판결과 같이 모욕죄가 성립한다면 국회의원인 제가 개콘 '사마귀 유치원'에서 국회의원을 풍자한 최효종을 모욕죄로 고소해도 죄가 된다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되나요? 정말 최효종을 모욕죄로 고소라도 해 볼까요"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두 가지 내용을 미루어 볼 때 강 의원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최효종을 고소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최효종은 이번 강 의원의 고소건에 대해서 최근 한 방송 녹화 현장에서 "고소 소식을 전해 듣고 처음엔 장난치는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누가 봐도 장난일 줄 알았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강용석 의원이 최효종을 고소한 것이 바로 개그다"고 말하고 있으며 동료 개그맨, 뉴스 앵커들까지 강 의원의 고소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그만큼 강 의원의 고소가 납득되지 않으며 불편하다는 것이다. 불편할 수밖에 없다. 고소한 이유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니 말이다. 어쩌면 이번 고소 사건은 그저 한 국회의원의 오바가 불러 일으킨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개그콘서트' 관계자 역시 "이번 일은 그냥 해프닝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그맨들은 언제나 외쳐댄다.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 하지 말자'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외친 개그맨들의 함성은 강 의원에게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불과 했을까. '풍자개그'로 불리는 한 장르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한 뉴스 앵커의 말처럼 너무 딱 맞는 말이라 뜨끔 했던 것일까. 이제는 자신이 한 고소로 인해 불편할 강 의원만 알 일이다.
[강용석 의원(왼쪽), 최효종. 사진 = 강용석 의원 홈페이지, 마이데일리 DB]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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