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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지형의 사랑, 이해는 됐지만…"
부모님은 물론이고 사랑하는 대상조차 반대하는 사랑, 현실 속에서 이뤄지기에는 불가능해 보일 것만 같았던 사랑을 연기한 김래원은 지형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지형의 사랑이 이해는 됐어요. 사랑하면 누가 뭐라 해도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이해는 되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하진 못했을 거에요. 저도 현실적인 면을 추구하는 편인데 연기 중 나 같으면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말도 안되요. 단칼에 다 정리했을 거에요"
극 초반 김래원에게 쏟아진 비판은 다소 비현실적인 지형의 모습때문이었다. 시청자들은 결혼 하루 전에 파혼하고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전 여자친구를 택한 지형에게 분노를 넘어서 답답함을 느꼈다. 서연을 중심으로 진행된 극 전개는 그런 비난을 더 가중시켰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랑을 택한 지형이 일을 좀더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거에요. 지형은 극 전반부에는 서연이의 아픔을 극대화하기 위한 보조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저는 대본에 충실했고 지형이 되기 위해 노력했어요. 신 하나에 서연 이름만 5~6번 써 있었죠. 얼핏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너무 힘들고 어려운 연기였어요"
"'천일의 사랑', 앞으로 제 중심으로 전개될 것"
21일 방송된 '천일의 약속'은 이제 서연이 지형의 마음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전개를 해 나가고 있다. 김래원 역시 앞으로의 극 전개에 기대감을 표했다.
"'천일의 약속'은 남자의 순애보적인 사랑이라고 알고 있었어요. 극도 그렇게 변해가고 있어요. 어제(21일) 방송에서도 점점 지형 중심으로 극이 변해가고 있어요. 후반부에 절대적이면서도 근사한 사랑이 나올 것 같아요. 작가님도 이젠 너의 드라마니까 긴장감을 늦추지 말라고 하셨어요"
김래원은 지형을 연기하며 일상생활에서도 감정을 이어갔다. 영화 '해바라기'를 찍고 5달 동안 극중 인물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는 김래원은 대본을 분석하고 연기적 스킬을 사용하기보다 극중 인물 그 자체가 되는 배우였다.
"저는 처음에 좀 힘들어도 극중 인물이 되는 편이에요. 지형이의 환경부터 이해하기 위해 대본을 넘기는 횟수보다 생각하는 횟수가 많아요. 자면서도 고민해요. 새벽에 일어나 생각하다 보면 대본이 확 뚫리는 경험을 해요. 다른 인물의 대사는 어떤지 살펴보고 현장에서 상대 배우가 어떻게 할 지 생각하다보면 시간이 금방가요"
"김해숙 선생님과 관계 돈독하죠. 사실 '천일의 약속'하기 전에 다른 드라마가 있었어요. 확정 바로 직전이었는데 김해숙 선생님께서 '믿어보라 배울 게 많다.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권유해주셨어요. 사실 너무 어려운 역할이라 거절하려는 입장도 있었는데 믿고 하게 됐어요"
지형은 '촬영이 없을 때도 수애만 바라보라'는 주문을 받을 정도로 서연의 서연에 의한 서연을 위한 캐릭터다. 극의 모든 것을 이끌어 가는 두 사람, 연기자 김래원과 수애의 호흡이 궁금했다.
"수애씨가 실연의 아픔을 좀더 표현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실연보다 본인의 큰 병이 문제니까 그쪽으로 포커스를 두고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저와 수애씨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연기하는 방식이에요. 저는 극중 인물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수애씨는 대본을 분석하고 계획 하에 연기하는 것 같아요. 물론 어떤 방식이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김래원은 '천일의 사랑'을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만큼 드라마에 대한 확실한 믿음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많이 배웠다"며 의미있는 말을 전한 김래원은 자신만의 연기철학으로 지형을 향한 시청자들의 불편한 시선을 기대감으로 바꿔놓았다.
"저는 20부 전체를 한편의 영화로 생각하고 연기해요. 지금까지 다소 밋밋해보이고 안 좋게 보였던 부분이 오히려 나중에는 큰 시너지로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까지 답답한 모습을 보여주고 슬픔을 억제하고 있던 지형이 후반부에 감정을 폭발시킨다면 더 큰 영향력이 형성되지 않을까요. 이건 순전히 제 생각이지만 만약 서연이 죽는다면 오열할 수도 있는 거구요. 지금까지 아껴둔 것이 한번에 터지면 더 부각될 것 같아요"
[김래원.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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