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하진 기자] 서울 목동구장에서 만난 강정호(24)의 머리는 멋을 부리기를 좋아하는 평소 모습과 다르게 짧은 머리였다. 꽤 많이 길렀다고는 하지만 다소 어색해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군대 문제를 해결하게 된 강정호는 11월 초 전라도 광주 31사단 신병교육대에서 4주 군사 훈련을 마쳤다. 불침번을 서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강정호는 2011 시즌을 돌이켜보았다.
금메달 땄지만…생각보다 안 풀렸던 2011년
"올해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많이 안 된 것 같아요"라던 강정호는 홈런과 장타 부분이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고 더 잘하려는 마음에 역효과가 났다는 것. 강정호는 "금메달을 땄으니까 이제 즐기면서 야구를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좀만 못하면 금메달 따고 변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올시즌을 시작하면서 김시진 감독이 팀의 4번 타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강정호는 4번 타자로서 김 감독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시즌 중반에는 수비 실수로 인해서 2군에 내려갔다 오기도 했다. 질책성 2군행이었다.
강정호는 "4번 타자는 어차피 오래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못치면 5번 타자가 뒷받침해주고 그래야 하는데 알드리지도 부진해서 나만 욕을 더 먹은 것 같다"라며 자신이 느꼈던 부담감에 대해 전했다. 하지만 이런 부담감은 박병호가 트레이드로 넥센에 합류하면서 덜어졌다. 김시진 감독은 "강정호가 자극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강정호는 자신의 마음이 편해졌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감이 막 오를 무렵에 2군행을 통보받은 강정호는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강정호는 "2군 가서 정말 열심히 했다. 한번은 내려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봤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2군을 다녀온 후 강정호는 점차 타격감이 살아난 모습을 보였다.
넥센의 캡틴 이숭용이 은퇴한 이후 차기 주장감으로 강정호를 꼽은 바 있다. 주장을 하기에는 아직 어려 5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지만 강정호는 자신이 주장을 하게 된다면 팀을 어떻게 바꾸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전했다.
강정호는 "내가 광주제일고에 있었던 때처럼 스파르타식의 야구가 필요하다. 좀더 집중하고 그러면 잘 할 수 있는데 아직은 안주하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팀은 다른팀보다 클 수 있는 기회가 많은데…"라며 "다른 선수들에게 좀 더 하면 자리잡을 수 있다. 열심히 해라. 간절함이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말한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런 생각은 강정호 특유의 승부욕에서 나온 것이었다. 자신이 실수를 하면 실점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슬럼프도 더 오래간다. 강정호는 "어릴 때도 실책하고 병살타 치면 코치들 앞에서 배트를 집어던질 만큼 승부욕이 강했다. 나는 수비가 잘 안되면 방망이까지 잘 안맞는 경향이 있다. 올해는 많이 고친 편이다"라고 전했다.
이택근의 넥센행, 제일 먼저 알고 있었어요
"구세주!"
인터뷰를 하던 중 목동구장을 찾은 이택근을 향해 강정호가 외쳤다. 그러면서 강정호는 '비하인드 스토리'라며 이택근의 넥센행을 진작에 알았다고 귀띔했다. 강정호는 "사실 그날 새벽 택근이 형이랑 만나기로 했는데 형이 다른 구단과 만나고 온다고 하더라다. 넥센일 줄은 몰랐는데 만나더니 대뜸 넥센 간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택근이 넥센에 있던 시절 유난히 잘 따르는 동생이었던 강정호는 "나에게 '3할은 정신력이다'라는 말을 해 준 형이 바로 택근이 형이다. 아마 차기 주장감이지 않을까"라며 미소지었다.
박병호에 이어 이택근의 합류로 강정호는 타격에 대한 부담을 좀 더 덜어낸 모습이었다. "택근이 형이 오면 제가 타격에 대한 부담이 좀 덜 되죠"라던 강정호는 수비에 대한 질문에는 "수비는 원래 집중해야 하는 거죠"이라면서 빙그레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면서 "올시즌보다는 아무래도 다음시즌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내야겠죠"라며 2012년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넥센 강정호. 사진 = 마이데일리DB]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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