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유정 기자] "도전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실패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도전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실패를 경험한 것에 대해 창피해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 도전을 해봤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 KIA 타이거즈 이범호(30)는 도전을 하고 실패라는 쓰디쓴 열매를 맛본 선수다. 하지만 그는 '실패'마저도 도전을 했기에 얻어진 값비싼 '경험'이라고 표현하는 대인배다.
찬바람이 한바탕 휩쓸고 간 다음날, 광주 무등경기장은 따스한 햇살로 가득했다. 오전에 마무리 훈련을 마치고 등산까지 다녀온 이범호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보다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이범호는 지난 2일 일본 마무리훈련에 참가했다 16일 조기 귀국했다. 현재 그는 국내에서 광주 잔류군과 합류해 체력훈련 위주의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악 물었던 2011시즌, '부상'이라는 걸림돌에 넘어지다
올 시즌 초 그야말로 이범호의 시대였다. 4월 28안타 4홈런 무려 27타점을 기록하며 .341의 타율을 보유했다. 기분 좋은 시작을 했던 그는 올스타전까지 296타수 93안타 17홈런 .314의 타율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스프링 캠프때부터 KIA 유니폼을 입게 된 것에 대해 열심히 노력해 성적으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자신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즌초 뭐든 다됐다. 앞에서 (이)용규와 (김)선빈이가 잘해준 덕에 내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예상치 못했던 위기가 찾아왔다. 이범호는 지난 8월 7일 문학 SK전 홈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오른쪽 다리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다. 이후 1군 무대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는 "우연히도 내가 부상을 입은 날이 딸이 세상의 빛을 본 날이다. 부상을 당하고 나서 딸을 생각하며, 내가 안 좋은 것은 다 가져갈테니 아이한테는 좋은 일들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자상한 아빠의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내 부상을 거점으로 팀 성적이 하락세를 타게 돼서 안타까웠다. 재활에 힘쓰면서 빨리 복귀하려고 애를 썼지만 마음만으로는 되는 일이 아니었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심기일전의 무대였던 일본, 실패마저도 값지다
2010년 이범호를 국내에서 볼 수 없었다. 이유는 그가 일본 무대에 진출해 소프트뱅크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기 때문. 일본 진출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1군에서 48경기 출장에 그쳐 28안타 4홈런 8타점 .226의 타율로 다소 빈약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후 그는 계속해서 2군에서 계속 머물렀고, 결국 소프트뱅크에서 방출당했다.
"참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던 시간들이었다. 사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일본행을 선택할 것이다.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내가 언제 왕정치에게 타격 폼에 대한 조언을 듣고, 일본 선수들과 몸을 부대낄 수 있겠는가. 도전을 하고 경험을 한다는 것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참으로 값진 일이다. 후배들에게도 기회가 온다면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한다. 물론 내가 성공을 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나보다 뛰어난 후배들이 많기 때문에 나보다는 낫지 않겠냐"
올 겨울 FA시장에 나와 일본 오릭스 버팔로스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이대호에 대해 이범호는 "이대호는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적응력이다. 처음보는 투수의 공은 낮설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빨리 상대 팀 투수의 투구를 파악하고, 적응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좌우된다"는 말을 남겼다.
이범호, 팬과 가족의 사랑에 힘 얻고 내년 시즌 담금질
한 시즌이 끝나면 항상 다음 시즌을 위해 담금질을 하는 것은 프로 운동선수에게 필수 코스이자 숙명이다. 그리고 이런 선수들과 가까이서 호흡하는 사람이 바로 팬이다.
"한화 때도 그랬지만 내 응원가는 참 잘 만들어지는 것 같다. KIA에서도 응원단장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할 만큼 응원가가 너무 좋다. 특히 내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팬들의 환호소리와 응원가를 들으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짜릿하다. 나중에 내가 지도자가 되어 있더라도 내 선수시절이 팬들의 머릿속에 오래토록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선동열 감독님이나 이종범 선배처럼 이름만 들어도 그 사람 선수시절 활약이 스쳐지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결혼을 하고 나서 훨씬 안정된 선수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항상 바쁘다보니 아내에게도 아이에게도 신경을 많이 못써줘 미안하다. 다음 달에 휴가를 얻으면 집안일을 많이 도와줘야겠다"는 말로 애처가의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아이와 아내가 있어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운동을 한다. 내년에는 가족을 위해서도 그리고 팬들을 위해서도 그라운드위에서 열심히 뛰는 선수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IA 이범호. 사진 = 마이데일리 DB]
김유정 kyj765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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