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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가수 적우(본명 박노희·40)는 "할 줄 아는 게 노래 밖에 없어요"라고 했다. 적우에게 노래는 삶의 전부였다. 대중의 관심과는 동떨어진 가수였어도 늘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이들을 위해 어디에서든 노래하고 있었다.
그녀의 음악을 아는 이들 사이에선 실력 하나는 최고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녀를 모르는 이들에게 적우는 단지 무명 가수일 뿐이었다. 그런 적우가 최고 가수들로 가득 찬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다니, 적잖은 사람들이 안 좋은 시선을 보냈다. 소위 '레벨이 안 맞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첫 번째 경연에서 적우는 2위를 차지했다. 적우 자신도 놀랐던 순위였다.
"당연히 생각도 못했죠. 쟁쟁한 가수 분들 사이에서 중간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전 무명이었으니까요. 예전에 다른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도 MC가 절 소개하면 관객들 사이에서 '적우가 누구야?'란 소리가 제 귀에 들릴 정도였어요. 자신 없었어요"
적우는 노래를 가지고 순위를 다퉈본 적도 처음이었다. "방송을 많이 해보지 않았어요. 제가 대형 기획사에 속해 있던 것도 아니었고요. 제 노래만 들어보고 괜찮다면서 방송에 올려주신 분들은 열손가락에 꼽을 걸요. 경쟁 프로그램에 나간 적은 없었어요. OST나 공연 위주로 활동했어요. 얼굴이 필요 없는 가수였어요"
그래서 적우는 '나는 가수다'가 자신을 무대에 올려줘 고맙단다. "꼴찌를 해서 탈락하더라도 고마운 마음이 평생 갈 것 같아요. 저 같은 무명을 기라성 같은 가수들 사이에 세울 결정을 내렸다는 게 대단하고, 고마워요"
"무명이지만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수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런 무명은 데뷔하면 안되고, '나는 가수다' 같은 프로그램에 나가면 안되는 건가요? 평생 노래 부르는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살아야 하나요? 꿈을 갖고 사는 무명 가수들에게 꿈조차 꾸지 말라는 것 같아서 너무 슬퍼요"
그래서 적우에게는 '나는 가수다'를 통해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다. 무명 가수들의 희망이 되고 싶단다.
"혼자 지하에서 작곡하고 노래 연습하는 가수들이 많아요. 조건이 안돼서 어느 곳에서도 박수 받지 못하고 주목 못 받는 가수들이에요. 할 줄 아는 게 노래밖에 없고,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친구들한테 '바닥에서도 올라갈 수 있다'란 걸 보여주고 싶어요. '내가 설마?'하는 생각하지 말고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진짜로 경연 순위는 욕심이 없어요. 단지 무명인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에너지가 되고 싶어요"
윤시내의 '열애'를 부른 뒤 무대 위에서 꼼짝 못한 채로 눈물 쏟았던 적우. 그 때를 떠올리며 또 눈물 흘린 적우의 속이야기는 ③편에 이어진다.
[적우.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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