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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가수 아이유가 아이돌 음악사에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사실 아이유를 아이돌이라고 하는 것 조차 많은 이들이 공감할는지 의문이다. 우상을 뜻하는 아이돌, 우상으로 떠받들어지는 인기인을 의미하며, 최근에는 아이돌 가수라 하면 청소년층에 큰 인기를 얻는 가수를 지칭한다.
하지만 대중의 인식 속에 아이돌 가수는 예쁘거나 잘생긴 외모에 나이는 어린 가수, 그러나 솔직히 가창력은 부족한 가수로 이미지가 고착되고 있다.
따라서 아이유를 아이돌 가수라고 불렀을 때, 고개가 선뜻 끄덕여지지 않는 건 아이유가 대다수 아이돌 가수와 다르게 비주얼 보다 음악성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아이돌 가수는 화려한 퍼포먼스나 선정적인 춤, 또는 귀여움을 강조한 컨셉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가수로서 가장 중요한 가창력은 등한시하는 게 현재 우리 대중음악의 현실이다.
아이돌 가수가 대중음악을 지배하며, 아이러니하게 대중음악 안에 가장 중요해야 할 '음악'이 사라져버렸다.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는 가창력이 떨어지는 아이돌 가수들이 출연해 음악이 아닌 일종의 쇼를 보여주고 있다. 음악에 대한 진지함은 사라졌고, 10대 소녀들이 짧은 치마를 입고 보기 민망한 춤을 추고, 정체불명의 가사, 똑같은 멜로디만 반복하는 후크송이 범람하고 있다.
이 시점에 아이유 정규 2집 앨범의 성공은 큰 의미가 있다. 2집 앨범 'Last Fantasy'를 발매하자마자 각종 음원 차트 1위부터 모두 아이유의 2집 수록곡으로 채워진 현상은 너무나 당연한 진리를 일깨워줬기 때문이다. 바로 음악다운 음악, 가수다운 가수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다.
아이유의 2집은 내로라 하는 실력파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김광진, 윤상, 정재형, 이적, 김형석, 정석원, 김현철, 윤종신, 이민수, G. 고릴라, Ra. D, 코린 베일리 래까지 최고의 뮤지션들이 아이돌 가수 아이유를 위해 뭉쳤다. 게다가 2집 앨범 수록곡 '별을 찾는 아이'를 작곡하고 피처링한 김광진은 더클래식 활동 후 무려 15년 만에 SBS '인기가요'에 출연해 아이유의 무대를 도왔다.
이처럼 실력파 뮤지션들이 힘을 합친 앨범이라 음악적 수준은 더욱 탄탄해졌다. 거기에 아이유의 뛰어난 곡 해석 능력과 풍부한 감성, 상당한 수준의 가창력까지 더해져 2집 앨범은 아이돌 가수의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자극적인 의상과 퍼포먼스는 아이돌 가수를 대표하는 이미지였다. 가창력이야 떨어진다고 해도 그룹 가수 시스템에서 어차피 각 멤버별 노래 분량은 많지도 않았다. 음악적인 부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형성된 이미지만으로 어느 정도의 인기는 보장됐다. 아이돌 가수에게 음악성이란, 이미지, 예능감, 그 다음 순서였다.
이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대중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아이돌 가수가 노래를 못 불러도 별로 실망하지 않았다. 애초에 아이돌 가수의 가창력에 기대란 걸 품지 않게 됐다.
이 얼마나 비참한 상황인가? 대중이 가수에게 가창력이나 음악성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현실이 말이다.
음악성 대신 화려한 겉보기에 치우치면 가수로서 수명이 짧을 수 밖에 없다. 이미 여러 아이돌 가수들이 20대 중반이 넘으면서 연기나 예능 프로그램으로 발길을 돌렸다. 음악성도 가창력도 없었기에 가수로서의 생명력은 20대 초반에 이미 한계에 달했다.
그러나 아이유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비주얼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음악에 더 큰 가치를 둔 채 나아가고 있다. 어찌 보면 가수로서 당연한 의무일 테지만 아이유는 음악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데뷔 이후 앨범을 거듭하고 새로운 노래를 발표할수록 음악에 대한 아이유의 성실함이 분명해진다.
가수 아이유가 성공하고 있다. 기존의 아이돌이 뒷전으로 미루었던 음악성을 가장 앞에 내세웠는데도 성공하고 있다. 이 18살 소녀 가수의 음악을 향한 뚝심있는 열정과 성공이 한국 대중음악에 새로운 기록을 남기고 있다.
[아이유. 사진 = SBS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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