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예
일본 미디어의 지나친 상업적 이용으로 반한류가 늘어난다
▶ 친한파 연예인 수난시대
지난달 17일, 유명 일본 연예인 세키네 츠토메가 방송에서 한 멘트가 인터넷상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개그맨으로 각종 방송에서 얼굴을 비치고 있는 세키네 츠토메가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는 아사히TV가 이날 방영한 인기 토크쇼 '아메토크'에서 한 말 때문이다. 이날 방송의 테마는 '카라를 좋아하는 연예인'이었다.
이곳에서 그는 "이전에는 여자골프를 볼 때 한국 선수들이 나오면 일본선수를 열심히 응원했는데 카라의 팬이 된 이후는 이전만큼 일본 선수들이 한국 선수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됐다"고 발언했고, 이것이 일본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된 것이다.
이 발언을 두고 일본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 '2ch'의 게시판에는 '요즘 방송에서 안 보이네. 한국공부에 푹 빠져 있나', '나이는 먹을 대로 먹어서 그렇게 알랑방귀를 뀌면 안 되지' 등 세키네에 대한 비판이 연일 터져 나왔다. 문제의 방송이 방영된 후 오랜시간동안 인터넷상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확실히 지금 일본에서 한류 붐은 뜨겁고 한국 아티스트의 기세는 대단하다. 카라의 첫 번째 앨범은 일본에서 50만 장 이상이 팔렸고, 23일 발매를 시작한 2번째 앨범도 발주량만 36만 장 이상이라는 경이적인 숫자를 기록했다. 이미 한류 붐은 붐에 머물지 않고 있으며, 뛰어난 가수는 한국이라는 국적에 구애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미디어에서 일본 연예인이 한국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리 진기한 것이 아닌 시대가 됐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과 함께 그 반작용도 생겼다. 한국에 대해, 한류 아이돌에 대해 지나친 호감을 보이는 이들은 인터넷상에서 한류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는다는 것이다. 누구 막론할 것 없이 법칙마냥 적용된다.
올해 6월 일본 인기 아이돌 AKB48의 마에다 아츠코가 인터뷰에서 "친한 멤버인 미야자와 사에와 한국여행을 가고 싶다"고 기자들의 의례 있는 질문에 대답한 적이 있다. 그러자 '너 재일한국인이지', '빨리 니 나라(한국)로 돌아가라'라는 등의 비난성 악플들이 인터넷을 도배했다.
소녀시대의 광팬임을 자청한 일본의 만능 연예인 오카무라 타카시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J-POP은 어딘지 모르게 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에 비해, 세련된 K-POP이 팔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자 어김없이 인터넷에서는 반론과 비난이 쏟아졌다. '한국을 치켜세우는데 굳이 일본을 폄하할 필요가 있었는가', '오카무라 씨, 머리 다치셨나요' 등 악플이 끊이지 않았다.
이외에, 한국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은 '일본의 대지진을 축하합니다' 현수막 사건을 두고 '그 본인과 한국을 엮어서 비난하고 싶지 않다'며 한국을 옹호한 정상급 연예인 타무라 아츠시와, 부부가 같이 한국 팬인 오사와 아카네·게키단 히토리 부부도 인터넷상에서 꽤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 일본 미디어가 '한국 알레르기'의 진원지
왜 친한파 연예인들이 인터넷상에서 욕을 듣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 방송 관계자는, "이제는 잠잠해졌지만 후지TV의 한류 밀기에 대항한 시위가 몇 차례 있었다. 시위 참가자 수가 4,000명을 넘은 적도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을 포착하고 자극적으로 표현한 미디어가 '한국 알레르기'를 조장한 면도 부정할 수 없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을 표시한 연예인들에게는 경박하다는 이미지가 붙게 된 것은 아닐까"라고 밝혔다.
또한, 한류 콘텐츠의 지나친 방송 노출로 인한 한류 그 자체에 대한 반감이다. 한류 방송이 돈이 된다고 판단한 일본 방송국들은 일본인들이 도가 지나치다고 느낄 정도로 한국 드라마를 송출했다. 그 반동이 지난 7~8월 후지TV가 위치한 도쿄 오다이바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한류 시위다.
한류의 시작은 저렴함이었다. 일본에 한류 드라마 열풍을 몰고 온 드라마 '겨울연가'의 수입료는 일본 드라마 제작비의 50~70% 정도였다. 그 저렴함을 바탕으로 일본 진출을 한 한국 드라마들은 차차 팬층을 넓혀갔으며 한류의 선봉에 섰다.
저렴한데다, 한류 열풍으로 인해 한국 드라마라면 그 어떤 드라마도 기본 시청률이 보장되는 상황이 돼 버리자, 전국구 방송국에서 지역 민방까지 너도나도 한류 콘텐츠를 사다 방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역 민영 방송 관계자는 JPNEWS의 취재에 "요새 한류 콘텐츠 없으면 방송이 안 될 지경이다. 그나마 숫자가(시청률이) 나오는 게 한류 콘텐츠"라고 밝혔다.
특히 오후시간대 아주머니들이 시청하는 시간대에는 한류 콘텐츠가 꼭 필요하다고 한다. 비록 현재는 부르는 게 값이 돼버린 한류 콘텐츠지만, 가격과 상관없이 이제는 오후시간에 어느 방송을 틀어도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다.
TV만 틀면 한국 콘텐츠가 나오는 상황에서, 한류에 대한 반감은 갈수록 확대되는 호감 만큼이나 깊어지고 있다. 한류를 상업적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했던 후지TV는, 이 반한류 기류의 여파를 모든 방송사들을 대표(?)해서 겪어야 했다.
당시 시위 주최자는 "후지TV는 한류스타 판권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한류를) 자주 노출시키고 마케팅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이 정도로 한류를 집중적으로 방송하는 것은 평범한 일본인으로서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데모에서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은 사람들이 위화감을 느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표면은 후지TV에 대한 시위였지만, 그 속에 한류에 대한 위기감, 싫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 방송 관계자의 따르면, "초기에 친한파 일본 연예인에게 비판을 가한 이들이 대부분 '네토우요(인터넷 우익)'으로 불리는 일부 국수주의자에 의한 것이라면, 지금은 조금 상황이 변했다고 할 수 있다. 한류 붐을 이용해 더 많은 이익 창출을 노린 방송국이 한국 드라마와 K-POP을 대량으로 내 보낸 것이 문제가 됐다. 이제는 한국에 싫증을 내는 시청자가 적지 않은 수에 이르렀다"며 현재의 상황을 분석했다.
이 같은 일본 내 한류에 대한 반감은, 한류에 애정을 표시하는 일본 연예인들을 비난하는 분위기마저 조장하고 있다.
▶ 요즘 '뜨는' 日한류, 좋게만 볼 수 없다
일본 미디어의 경제적 노림수와 한국 드라마의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만나 현재의 한류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TV노출이 잦아지면서 한류는 더욱 대중화됐다. 그러나 지나치게 상업적인 움직임으로 부작용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한류의 인기와 더불어 동시에 반감도 양상되는 형국이다.
시대의 흐름이란 것은 바뀌기 마련이다. 한류가 이미 '붐'을 넘어서 하나의 장르로서 일본에 정착했다는 일부 평가도 있지만, 지금과 같은 '열풍'은 언젠가는 사그러들 것이다. 그러나 한번 가진 반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앞으로 한류를 통해 이익을 얻어내려는 일본 방송사들의 경영전략은 계속될 것이다. 한류 콘텐츠의 매력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팔기위해 더욱 홍보하고 강조할 것이다. 이처럼 한류 콘텐츠가 과잉소비되는 가운데, 질 낮은 한류 콘텐츠가 차례차례 아무 검증도 없이 일본으로 건너올 것이다(이미 그런 상황에 이르렀지만).
문제는 한류 콘텐츠가 지나치게 많이 노출되면서, 실증을 느끼는 이들도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후지TV 반한류 시위 참여자가 아니더라도, 근래 1,2년 사이에 일본 민방에서는 한국 드라마와 K-POP을 경쟁처럼 방송했다. 한때는 채널을 돌릴 때마다 여기저기서 한류스타들이 TV화면에 나왔다.
당시에도 일부 한인들과 의식있는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저러다 체하지'라는 말이 나왔다. 무엇이든 갑작스러운 것은 일정부분 거부반응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꺼번에 작정(일본민방에서)한듯이 일본안방에 밀려온 한류 방송은, 그렇잖아도 어떤 조그만 핑게만 있어도 침소봉대하여 비난하기를 서슴치 않는 극우성향의 일본인들에게 아주 좋은 빌미가 됐다.
한편, 한국인이 싫어하는 국가 순위에 항상 상위권에 오르는 '일본'의 문화는 소리 소문 없이 우리곁에 다가와 한국문화 저변을 잠식해 오고 있다. 홍대거리는 국적불명의 일본식 퓨전요릿집이 거의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 반감을 느끼는 이는 그다지 없다.
이것이 바로 요즘 한창 뜨는 한류를 좋게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좋은 콘텐츠란 홍보없이도 진입해 들어오는 법이다. 언젠가는 우리도 일본풍의 문화로 거리가 뒤덮힐지도 모른다. 게다가 네개의 종편까지 개국, 피터지는 경쟁을 하고 있어 일본드라마, J-POP을 우리 안방에서 보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데뷔도 하지 않은 소녀시대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자본력을 앞세운 일본 콘텐츠가 먼저 우리 입과 눈, 그리고 안방을 잠식해오면 우리는 그저 무방비 상태로 질적인 문제에 관계없이 일본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게다가 그들에게는 할 말이 충분히 있다.
"일본에서 너희들도 그랬잖아?"
작금의 일본 미디어의 한류이용 영업전략, 그리고 종편들의 열악한 제작현실과 운영자금이 바닥나 벼랑끝에 서는 날, 때는 이때다 하고 치고 들어올 일본방송의 치밀한 전략이 그래서 대단히 무섭게 다가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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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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