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배우 김꽃비(26)에게도 영화 '창피해'는 크나큰 도전이었다.
영화 '똥파리'로 독립영화계 주목받는 신인여우로 떠오른 김꽃비는 지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보여준 퍼포먼스처럼, 늘 당차고 통통튀는 발걸음으로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다.
그닥 다를 것 없는 신인 여배우들이 수없이 피고 지는 동안에도 김꽃비는 그녀만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데 성공한 드문 배우다. 그런 김꽃비에게도 도전이었던 영화가 바로 오는 8일 개봉하는 '창피해'. 장르부터 남다른 이타적 로맨스의 이 영화에서 김꽃비는 '데뷔 이후 최초'라는 수식어가 으레 붙는 베드신에 도전했다. 게다가 배우로서도 평생 해볼까 말까한 동성 베드신도 포함됐다. 상대는 모델 출신 배우 김효진(27).
김꽃비가 연기하는 강지우는 사랑을 믿지 않는 상처받은 마음을 켜켜이 감춰놓은 인물. 복잡한 심경을 무표정한 듯, 혹은 아무렇지 않은 듯 시원스레 웃어젖히는 얼굴로 가려놓은 캐릭터다. 반면 윤지우는 그런 강지우를 하늘과 같은 존재처럼 사랑해버리는, 그래서 그녀가 떠나가자 모든 것을 잃은 아이처럼 주저앉아 버린다.
극중에는 윤지우와 대비되면서 팜므파탈로도 비춰지는 강지우 역의 김꽃비에게 '사랑'을 물어보았다. "강지우의 대사에도 나와요. 늘 윤지우(김효진 분)에게 '너한테 사랑이 특별한거니'라고 물어보죠. 또 '사랑이 뭔가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하죠. 하지만 제 생각엔 강지우 역시도 사랑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심이 있어요. 기대는 있지만 그러지 못할 거라 생각해 상처받을까 자신을 꽁꽁 감추는 거죠. 아무리 두 사람이 변치않은 사랑을 한들, 죽음과 같은 이별은 있을 수밖에 없으니. 그런 것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여린 아이었던거에요."
실제로는 그런 어려운(?) 사랑을 접하지 못했을 법한데, 감정이입을 위해서 특별히 기울인 노력을 물으니 대답은 예상 외로 담백하고 심플했다.
"사랑 몇번 해보면 다 공감가는 감정 아닐까요. 상상이랄까 생각이랄까 생각은 스스로 해봐요. 어떤 일이 닥치게 되면 남의 일처럼이더라도 그냥 저질러버리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잖아요. 저 역시도 실제 해보지 않았더라도 마음은 먹어본 적이 있기에 공감은 갔어요."
대답은 단촐했으나 강지우가 되는 길은 쉽지만은 않았을 터. 왜 강지우를 연기하게 됐을까 다시 한 번 질문을 바꿔보니 "결핍이 있고 아픔이 느껴지는 캐릭터가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켰어요. 매력적이었고요. 처음하는 애정신이라던지, 노출에 대해서도 처음인만큼 당연히 겁도 나고 고민도 됐던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노출수위도 지금 영화에서 나온 정도가 최종수위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고민하지 않았을 거에요. 당시에는 그보다 더할 것으로 알았기에 눈 딱 감고 도전했죠"라고 답했다.
'창피해' 촬영은 벌써 2년 전이다. 김꽃비는 "새록새록해요. 촬영할 때 생각도 나고 아쉬움도 있죠. 그런데 전 효진언니가 너무 잘 했다고 생각해요. 완벽했다고까지 말하는데, 언니 본인은 아쉽다고 하더라고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 때의 표정, 입가에 머문 미소들이 힘들었던 것보다 즐거움으로 꽉 찬 기억이란 것을 새삼 알게해줬다.
영화는 사실 동성애를 크게 부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동성애도 일종의 자연스러운 사랑인양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김꽃비는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더 열리게 됐어요. 이 작품 전에도 게이 친구들이 주변에 있었고 자연스러웠지만 약간의 동정심 같은 것은 있었어요. 안타까움이죠. 그러나 이제는 특별한 것이 아닌 똑같은 것임을 알게 됐어요. 물론 여전히 사회적인 차별이나 불이익에 대해서는 슬프지만"이라며 "베드신도 오히려 능숙하기 보다 처음이라 잘 모르는 모습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아 특별한 연구는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상상하며 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에게도 쑥스러운 듯 상기된 첫사랑의 풋풋한 내음이 느껴졌다. 아마도 영화에 대한 애정이리라.
개봉은 8일. 청소년관람불가.
[사진 = 송일섭 기자andlyu@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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