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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훈 기자의 인디스But구디스] 심수봉, 배철수, 노사연, 유열, 신해철, 김동률, 이한철... 대학가요제가 배출한 무수히 뛰어난 뮤지션들 중 태두격이다. 적어도 20세기까지 대학가요제는 음악을 시작하는 신인들에게 가장 확실하고 안전하며 명예롭게 메인스트림으로 지평을 넓히는 장이었다.
물론 이제는 가요계를 좌지우지하는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발탁되거나 '슈퍼스타 K'로 대표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게 보편적인 시스템이 되면서 더이상 대학가요제가 예전만큼의 아티스트 공급원은 되지 못하겠지만 3년 전 대학가요제가 내놓은 여성듀오 랄라스윗의 첫 정규 앨범을 듣고 있자면 상업화에 물든 가요계에 여전히 대학가요제가 존재할 가치가 뚜렷함을 명징하게 깨달을 수 있다.
11월 29일에 음원이 첫 공개됐는데 전 곡이 음원 차트에 올랐더라. '홍대 아이유'로 불러야 할 파급력이다.
박별 아이유? 아유~ 그런 말씀 하면 큰일난다. 대학가요제 이후 꾸준히 활동한 덕이 아닐까. 2009년 음악평론가 김작가께서 홍대 클럽 주요밴드들을 선정했는데 1위는 이제 활동 안 하는 팀이고 2위가 10cm, 우리가 여성아티스트로는 독보적으로 4위였다. 쉬지 않고 계속 무대에 올라서 좋게 봐 주신 것 아닐까.
김현아 '굿바이'란 노래가 '1박 2일'에 삽입됐는데 그 다음 알아주시는 분들이 확 늘었다. 예능의 힘이 정말 센 것 같다. 첫 정규 앨범이 오래 공을 들이느라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1년 반 넘게 기다려주신 팬들이 폭풍다운해 주신 것 같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 팀을 구성하게 된 것은 언제인가.
별 2002년에 같은 학원을 다녔다.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현아는 중학생이었다. 내가 베이스 치고 현아가 기타 치고 드럼이랑 노래하는 애 해서 넷이 스쿨밴드처럼 당시 한창 인기였던 린킨파크, 콘, 림프비즈킷 카피 공연을 했다. 최근에도 옛 생각이 나서 스키드로우의 '아이 리벰버 유'를 우리식대로 편곡해서 빵 터질 줄 알고 무대에 올렸는데 아무도 무슨 노래인 줄 모르더라. 35세 이상인 스태프분들만 피식 웃고. 슬펐다. 팀 이름은 비밀이다.
현아 예전에 한 번 말한 적 있는데 뭐. 발광다이오드라고. 기술가정을 좋아해서 트랜지스터와 납땜까지 셋 중에 고른 게 그거였다(웃음).
4인조에서 어쩌다 듀오가 된 거고 대학가요제는 어떻게 나가게 됐나.
별 나머지 둘은 음악 안 하고 공부한대서 팀이 깨졌다. 우리도 음악 포기하고 지내다 뭔가 채워지지 않는게 있더라. 친구로만 지내다 다시 해 보자고 팔을 걷어붙였다. 유재하가요제와 대학가요제가 비슷하게 열려서 둘 다 넣었다. 유재하가요제는 본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대학가요제랑 같이 넣어서 떨어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웃음).
현아 작가님이 수상 후보라 할 때 까지도 당연한 립서비스라 생각했다. 입상 발표됐을 때도 대기실에서 뛰어나가야 하는데 현실감이 없고 넘어지지 말자는 생각만 했다. 미니홈피에 바짝 3일동안 투데이가 늘어났다가 1주일 정도 지나니 평온해졌다.
별 홍대 클럽에서 공연하려고 오디션을 보는데 '아, 랄라스윗'하면서 오디션 없이 공연할 수 있는 클럽이 생긴 것 정도?
3년의 시간이 흘러 첫 정규 앨범을 내놓게 됐다. 소감이 어떻나.
현아 셀프프로듀싱 음반이다 보니 신경이 정말 많이 쓰였다. 물론 모든 가수들이 그렇겠지만 한 곡, 한 곡을 싱글로 내놓는 것처럼 신경썼다. 감히 비교할 수도 없고 안 낳아봐서 모르겠지만 산고의 고통을 느꼈다. EP나 이전 곡들과 달리 둘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하고 싶었던 모든 것을 마음껏 했다. '비터스윗'이라는 음반 타이틀 역시 '랄라스윗'이라는 팀명과 달리 밝지만은 않은, 어둠이 상충하는 조합인 우리 음악을 대표하는 단어다.
그러고 보니 랄라스윗이란 팀 이름을 궁금해 하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
현아 발광다이오드처럼 나중에 얘기할 때 창피한, 뭔가 지을 때 가득 의미를 담은 팀 이름을 하지 말자는 생각에 둘이 2007년에 인도여행 갔을 때 맛있었던 디저트집 이름을 땄다. 다른 후보군은 '소비따네'였는데 네팔의 유명한 꽁치김치찌개집 이름이다. 그 집 딸 이름이 소비따라서 소비따네다. 근데 남의 집 딸 이름을 팀 이름으로 하기 좀 그래서 랄라스윗으로 결정했다.
각자의 자작곡을 싣는데 둘이 합작해서 박별 작사, 김현아 작곡 이런 구성은 볼 수 없는건가.
현아 각자 작업하고 앨범 콘셉트에 맞는 곡을 고르는 게 나은 것 같다. 딱 한 번 라디오로고송을 그런 구성으로 해 봤는데 싸우기만 하고 시도는 해 봤지만 각자 하는 게 아무래도 좋다.
데이브레이크, 세렝게티, 나루 등 음반에 도와준 뮤지션들이 여럿이다.
별 데이브레이크의 (김)선일이 오빠 같은 경우에는 민트페이퍼 할 때부터 친분이 있고 많이 예뻐해주신다. 이른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팔이 4개인 것처럼 쳐 주세요' 이렇게 주문하면 알아서 쳐 주신다. 데이브레이크 (정)유종 오빠나 나루씨도 곡에 깊이를 부여해 주셨다. 데이브레이크 (이)원석이 오빠나 (오)지은이 언니는 짚어야 할 지점을 정확히 짚어서 조언해 주셨다.
오지은씨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음악색깔때문에 오지은, 구성때문에 옥상달빛과 비교하는 의견도 있는 것 같다.
별 지은이 언니는 비교할 수 없는 입장이다. 여성뮤지션으로서 척박한 환경에서 우리가 걸어갈 길을 다 겪으신 분이니까 멘토같은 존재다. 여성듀오로 비교하는 글도 봐서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지만 옥달 언니들도 확고한 정서가 있고 우리 음악과 겹치는 부분이 없지 않나. 서로 확고한 거고 우리는 우리하고 싶은대로 할 뿐이다.
두 사람의 인생을 결정지었을지도 모르는 가장 먼저 돈을 주고 구입한 음반은 무엇인가.
현아 서태지와 아이들 2집일 거다. 오빠가 시켜서 서태지와 아이들 음반은 다 샀다. 처음 산 건 아마 정품이 아니고 길보드 복제 테이프였던 것 같다.
별 룰라 2집이었던 것 같은데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가 수록돼 있어서 처음 들어봤다. 그 때는 '호텔 캘리포니아'가 룰라 노래인 줄 알았었다.
그럼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가장 많이 소장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은.
현아 역시 서태지와 아이들인 것 같은데 콜렉션으로 전 음반을 다 사려고 했다가 너무 많이 내셔서 몇 장 빼먹은 것 같다. 아, 레드핫칠리페퍼스는 가장 최신판 말고 모두 갖고 있다.
별 시이나 링고가 제일 많을 거다. 가요는 두 장씩만 산 것 같다. 서태지와 아이들, 자우림, 핑클까지 왜 두 장씩만 샀을까? 내가 B형이라서?
[사진제공 = 해피로봇레코드]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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